우화로 읽는 식생활 지침 - 3화
생쥐 3대 한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쥐와 엄마 아빠 쥐, 새끼 쥐들입니다. 서식지는 서울의 한 민가. 생쥐 가족의 보금자리는 이 집의 천장입니다. 고요하고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안전한 곳이지요. 밤이 되면 생쥐들은 조용히 아래로 내려갑니다. 부엌에 침입하기 위해서죠. 부엌에는 진수성찬이 그득하거든요.
이 생쥐 가족에게 오늘은 무척 슬픈 날입니다. 새끼 쥐 한 마리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평소 건강했었는데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급사를 했습니다. 방금 장례를 치르고 생쥐 가족들이 모여 옹기종기 둘러앉았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할아버지 생쥐가 입을 열었습니다.
“오늘 우리 막내가 세상을 떠났는데, 너희들은 그 이유를 알겠느냐?”
“……?”
“이 할아비는 알고 있단다.”
“뭔데요?”
새끼 생쥐들이 합창하듯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생쥐가 말을 이어갔습니다.
“내가 누차 강조했지. 부엌에 내려가서 음식을 먹을 때는 아주 조심해야 한다고. 까딱 방심하면 이런 터무니없는 사고가 터질 수 있단다. 사람들이 먹는 음식 가운데는 독성물질이 들어 있는 것이 있거든. 이런 음식을 먹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지. 아니면 무서운 병에 걸리거나. 우리 같은 생쥐들은 몸이 작아서 훨씬 적은 양을 먹어도 치명적일 수 있단다.”
아빠 생쥐가 거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쥐덫 같은 것보다 더 무서운 게 사실은 음식입니다. 쥐덫은 잘만 살피면 알 수 있지만 음식은 겉으로는 알 수 없거든요. 더구나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대개 맛있어서 알면서도 그냥 먹어버리는 경우가 많지요.”
할아버지 생쥐가 말을 이었습니다.
“그렇다. 그 대표적인 것이 소시지나 햄 같은 가공육 제품이야. 이 음식 안에는 대개 독성이 무척 강한 물질이 들어 있지. 바로 아질산나트륨이라는 것이다. 잘 썩지 않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부제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존료라고 하지. 이 물질은 워낙 독성이 강해 우리 생쥐들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의 물질이다. 다른 생쥐 가족에서도 소시지나 햄을 먹고 사망하는 사고가 더러 있는데, 바로 이 물질 때문이란다. 가여운 우리 막내도 어제 소시지를 먹었다고 말했지. 좀 많이 먹었나 봐.”
“사람들은 괜찮나요?”
새끼 생쥐 한 마리가 물었습니다.
“사람들은 몸이 크잖니. 그래서 아질산나트륨이 조금 들어 있는 음식을 먹는 정도로 당장 숨지는 일은 없단다. 하지만 질병에는 곧잘 걸리곤 하지. 아질산나트륨이 대사증후군, 당뇨병, 비알코올성지방간 등을 일으킬 수 있거든. 치매의 원인일 수도 있고. 가장 무서운 게 암이야. 암 발병의 큰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아질산나트륨이란다. 사람도 체구가 작을수록 더 위험할 수 있어. 그래서 아이들이 특히 조심해야 하는 거지.”
할아버지 생쥐가 말했습니다.
“그런 위험한 물질을 사람들은 왜 음식에 넣을까요?”
이번에는 엄마 생쥐가 물었습니다.
“글쎄 그게 나도 이해가 잘 안 가. 사람은 참 머리가 좋고 똑똑한 동물이거든. 그런데 그런 바보 같은 짓을 계속 하고 있어. 아질산나트륨을 가공육에 사용한 지는 꽤 오래됐단다. 처음 사용할 당시에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어. 소시지, 햄 같은 것을 먹고 식중독에 걸리는 일이 가끔 있었거든. 그런데 요즘엔 냉장유통시스템이 비약적으로 발달했잖니. 이젠 이런 위험한 물질을 굳이 쓰지 않아도 돼. 그럼에도 관성적으로 여전히 사용하고 있으니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할아버지 생쥐가 말했습니다.
“그 아질산나트륨이라는 것이 우리 생쥐에게도 암을 일으킬 수 있나요?”
새끼 생쥐 한 마리가 물었습니다.
“물론이다. 얼마 전에 옆집의 생쥐 한 마리가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지 않니? 바로 아질산나트륨을 사용한 가공육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할아버지 생쥐가 대답했습니다.
“요즘 인간 세상에는 암이 무척 흔한 병이라면서요. 그럼에도 이런 물질을 여전히 음식에 넣다니 정말 멍청하네요.”
새끼 생쥐 한 마리가 조롱하듯 말했습니다.
“아마 생산자 이기주의 사고와도 관련이 있을 거다. 아질산나트륨이 변질만 억제하는 것이 아니거든. 가공육 색깔을 선명하게 유지시켜주고 맛까지 좋게 해준단다.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물질이지. 그래서 생산자들은 이 물질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거다. 소비자 건강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러지 않을 텐데 말이다.”
할아버지 생쥐가 말했습니다.
“문제는 우리들인데요, 그럼 앞으로 소시지 같은 가공육은 일절 먹지 말아야 하는 건가요?”
새끼 생쥐가 다그치듯 물었습니다.
“좋은 질문이다. 모든 가공육에 다 아질산나트륨이 들어 있는 건 아니다. 요즘엔 아질산나트륨을 쓰지 않은 제품도 더러 있단다. 그건 괜찮아. 물론 일반 가공육 제품엔 다른 해로운 물질들이 몇 가지 더 있긴 하지만 그것들은 당장 목숨까지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 꼭 기억들 하렴. 아질산나트륨! 포장지 라벨에 그 글자가 있으면 무조건 먹지 마라. 그 글자가 없는 제품도 있으니 그걸 먹도록 해라. 그동안 이 할아비가 너희들에게 인간들이 사용하는 글자를 공부하라고 그토록 다그친 이유가 그래서다. 소시지나 햄뿐만이 아니야. 베이컨, 미트볼, 핫도그 등 가공육 제품은 다 마찬가지란다. 알겠니?”
할아버지 생쥐가 말했습니다.
“예, 잘 알겠어요, 할아버지.”
새끼 생쥐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습니다.
♤ 과학백과 ♤
아질산나트륨의 치사량 생쥐(LD50) : 175 mg/kg, 사람(LDLO) : 71 mg/kg(아질산나트륨 기준), 아질산나트륨이 대사증후군ㆍ당뇨병ㆍ비알코올성지방간ㆍ치매 등의 원인, 암의 큰 원인 가운데 하나가 아질산나트륨
- https://fscimage.fishersci.com/msds/21410.htm
- https://web.archive.org/web/20080510212019/http://msds.chem.ox.ac.uk/SO/sodium_nitrite.html
- Ming Tong et al., "Nitrosamine Exposure Causes Insulin Resistance Diseases: Relevance to Type 2 Diabetes Mellitus, Non-Alcoholic Steatohepatitis, and Alzheimer’s Disease", J Alzheimers Dis. 2009 ; 17(4): 827–844.
- Doris Sarjeant et al., Hard to Swallow, Alive Books, 1999, 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