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 후계자의 마음을 이해하자

창업자만큼 중요한 또 다른 주인공, 후계자의 내면 읽기

by 기업백년연구소

가업승계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종종 ‘세금 절감’이나 ‘지분 구조 재편’ 같은 기술적 과제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실제로 가장 많은 난관은 기술적 해법보다 사람 사이의 심리와 관계에서 비롯된다. 은퇴하는 창업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못지않게, 경영을 이어받아야 하는 후계자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후계자는 단순히 회사를 ‘물려받는 사람’이 아니다. 창업자의 기대, 오랜 임원진의 시선, 가족과의 갈등, 그리고 스스로의 불안 속에서 매일 심리적 줄타기를 한다. 만약 상담자와 컨설턴트가 이 마음을 놓친다면, 아무리 완벽한 절세·지분 설계도 현실에서는 삐걱댈 수 있다.


후계자를 둘러싼 기본적인 관계자들


1. 창업자와 함께 청춘을 바친 임원들 — 보이지 않는 경쟁자

많은 기업에는 창업자와 함께 20~30년을 일군 핵심 임원들이 있다. 지분은 적더라도 공헌도와 상징성은 절대 가볍지 않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그들의 자녀는 회사 밖에서 고군분투하는데, 창업자의 자녀는 곧 ‘후계자’라는 이름으로 경영권과 지분을 물려받는다. 이 상황을 임원들이 그저 기쁘게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들의 마음에는 상대적 박탈감, 젊은 날 헌신에 대한 보상심리, 혹은 ‘내가 더 회사를 잘 아는데 왜 저 친구가 대표가 되나?’라는 의문이 자리할 수 있다. 그 결과로 후계자가 맞닥뜨리는 현실은 이렇다:

창업 멤버 임원들이 은근히 후계자를 따돌리는 경우

임원들이 후계자의 능력을 제각각 평가하며, 창업자에게 부정적 피드백을 주는 경우

그 사이에서 스스로의 리더십을 증명하고 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후계자의 고뇌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의 회복과 신뢰의 구축이다. 단순히 ‘내가 후계자다’라는 권위로는 임원들을 움직일 수 없다. 오히려 MBTI나 성향 진단 같은 도구를 활용해, 임원 개개인의 사고·소통 방식을 이해하는 접근이 도움이 된다. 예컨대:

감각형(S) 임원에게는 구체적 수치와 실행 계획을, 직관형(N) 임원에게는 미래 비전과 스토리를 강조

사고형(T) 임원에게는 논리적 근거를, 감정형(F) 임원에게는 관계와 공정성을 우선

후계자는 이런 차이를 인식하고, 임원들의 마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소통해야 한다. 컨설턴트는 이 과정에서 후계자가 심리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옆에서 번역가·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컨설턴트가 후계자를 도울 수 있는 방법

초기 100일 동안 후계자가 핵심 임원들과 ‘1:1 대화’를 통해 기대와 불안을 직접 듣도록 지원한다.

임원들의 성향과 강점을 정리해 ‘관계 맵’을 만든다.

후계자의 작은 성과를 임원들이 공적으로 인정하도록 의도된 무대를 마련한다.

한 중견 제조업체에서 후계자 및 임원진과 함께 ‘MBTI 상호이해 워크숍’을 진행했던 적이 있다. 워크숍에서 임원 각자의 선호성향을 공유하고, “내가 이렇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후계자는 임원들을 이해하고 임원들도 후계자를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단순히 ‘사장아들’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하나의 경영 파트너로 보게 된 것이다. 이후 주요 의사결정 회의에서 의견 충돌이 줄고, 후계자의 제안을 임원들이 열린 태도로 검토하는 변화가 나타났다. 이처럼 MBTI 워크숍은 후계자가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심리적 다리 놓기’ 역할을 할 수 있다.


2. 창업자와 후계자의 갈등 (父子 갈등)

가장 치열한 심리적 줄다리기는 바로 창업자와 후계자 사이에서 벌어진다. 갈등의 본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지나친 기대와 주변인 자녀와의 비교

많은 창업자는 후계자에게 자신과 같은 성취를 기대한다. 때로는 “○○ 회장 아들은 이렇게 하던데”와 같은 비교가 노골적으로 이어진다. 이는 후계자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나는 항상 부족하다’는 자기 인식을 강화한다.


컨설턴트의 지원 포인트

후계자의 장점을 객관적 지표로 정리해 창업자에게 전달한다.

'부족한 점'보다 '이미 잘하고 있는 점'을 먼저 인정받도록 중재한다.

비교 대신 후계자 고유의 성장 서사를 만들도록 돕는다.


2) 경영 철학의 차이

창업자는 경험을 기반으로 한 ‘직관적·관계 중심 경영’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후계자는 데이터 분석, 신기술 도입 등 새로운 기법을 중시한다. 경영철학의 차이는 경영기법의 선호 차이인 경우도 있지만, MBTI 성향 차이인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창업자가 ESTP로 즉각적 행동과 실행을 선호하는 반면, 후계자는 INTJ로 장기적 전략과 구조 설계를 중시할 수 있다.


컨설턴트의 지원 포인트

서로의 성향을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보도록 MBTI 언어를 활용한다.

합의점을 찾기보다, ‘병렬적 의사결정 구조’를 설계해 신·구 철학이 병존하도록 돕는다.

갈등 회의에서는 제3자가 중재하며, ‘공통 목표’(예: 매출 성장, 기술 전환)를 전면에 두고 논의를 유도한다.


3) 세대 간 가치관·행동 양식 차이에서 오는 오해

아버지 세대는 '최선을 다한다'를 장시간 노동과 헌신으로 정의한다. 아버지 세대에서는 토요일에 출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고 가족과의 여행을 위해서 휴가를 마음대로 쓰는 일은 흔한일이 아니었다. 반면 자녀 세대는 효율과 워라밸 속에서 같은 문장을 이해한다. 충분한 휴식이 업무 효율을 높힌다고 생각하며 능력있는 사람일 수록 일과 삶 모두를 균형있게 다 잘한다고 믿는다. 또한 인사·조직을 다루는 태도에서도 차이가 난다. 아버지 세대는 ‘충성’을, 자녀 세대는 ‘역량과 성과’를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


컨설턴트의 지원 포인트

동일한 단어라도 세대별 정의가 다름을 설명하고, 언어 해석 차이를 중재한다.

조직문화 워크숍을 통해 세대 간 기대치를 명확히 맞춘다.

후계자가 아버지의 관점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세대 관점을 덧붙이는 방식을 코칭한다.


가업승계를 돕는 진정한 컨설턴트라면 후계자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가업승계는 창업자의 은퇴 프로젝트가 아니라, 후계자의 성장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후계자가 짊어지는 심리적 부담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존중하며 구체적 방법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만 회사와 가족,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진정한 승계가 완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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