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적 전략보다 제도적 지원이 우선이다.
가업승계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가족법인이다. “가족법인을 활용하면 절세가 된다던데 사실입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최근에는 차등배당을 결합한 방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언뜻 보면 매혹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처럼 보이지만, 과연 기업을 안전하게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데 적합한 전략일까?
나는 이러한 전략을 ‘사파 무공’에 비유하곤 한다. 단기간에는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후유증과 리스크를 남길 수 있다. 가업승계의 본질은 세금을 줄이는 데 있지 않다. 기업이 안정적으로 다음 세대에 이어지는 데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족법인 전략의 구조와 매력
가족법인 전략은 기본적으로 부모가 경영하는 A법인에, 자녀가 소유한 B법인을 주주로 참여시켜 B법인에 차등배당을 하는 방식이다.
개인 주주가 차등배당을 받으면 배당소득세와 증여세까지 부과되어 이중과세가 발생한다.
그러나 주주가 법인이라면 배당금에는 법인세만 부과되고, 증여세는 과세되지 않는다.
따라서 자녀를 직접 주주로 세우지 않고, 자녀 소유 법인을 주주로 참여시켜 부모 회사의 이익을 이전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법인세법상 내국법인의 배당에 대한 익금불산입 제도를 활용하면 세 부담은 더 줄어든다. 지분율이 20%를 넘으면 배당금의 80%가 과세소득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대표님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본질과 한계
하지만 가족법인 전략의 본질은 결국 부모 회사의 이익을 자녀 회사로 옮겨 부를 이전하는 데 있다. 과세당국이 이러한 흐름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과거 유행했던 여러 절세 전략이 그랬듯, 필요하다면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과세해 왔다.
무엇보다 이 전략은 애초에 정부가 제도적 취지로 만든 규정을 변형해 이용하는 방식이다. 제도의 본래 목적은 기업 간 투자 활성화와 이중과세 방지였으나, 지금의 가족법인 전략은 자녀 법인을 끼워 넣어 소득을 이전하는 구조다. 취지와는 거리가 멀고, 장기적으로는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가업승계 지원제도
우리나라에는 이미 가업승계를 위해 마련된 강력한 제도가 있다. 가업상속공제와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최대 600억 원까지 합법적으로 상속·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 단기적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제도의 틀 안에서 안정적인 절세와 승계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가업승계의 본질은 ‘기업의 지속성’
세금을 조금 줄이는 것이 가업승계의 목적은 아니다. 창업자의 철학과 후계자의 비전이 조화를 이루고, 임직원과 가족, 이해관계자들이 원만히 조율되는 것, 그리하여 기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본질이다.
가족법인과 같은 편법적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유혹적일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가업승계 컨설팅은 세금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기업이 흔들림 없이 세대를 이어가도록 돕는 과정이어야 한다.
가업승계를 준비하는 대표님들에게 이렇게 권한다.
“가족법인 같은 절세 전략은 차선이다. 먼저 정부가 합법적으로 마련한 가업상속공제와 증여세 과세특례를 검토해야 한다. 제도가 도저히 맞지 않는 경우에만 다른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 순서다.”
유행하는 전략은 언제나 변한다. 그러나 제도 위에서 설계된 승계는 흔들리지 않는다. 가업승계의 본질은 세금을 아끼는 데 있지 않고, 기업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이어가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