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를 생각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업 승계’라는 단어 자체가 어쩌면 창업자인 현 대표이사에게는 부담이 되는 것 같다.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익히 이해하고 있으나 그것을 실행에 옮기려는 생각을 하면 문제가 풀리기 보다는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가업 승계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그 진행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에서는 현 대표이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40대 후반에 창업해서 지금은 70대 후반이 되신 대표님을 만났다. 제약업계에서 회사 이름만 대면 대부분이 알만한 회사를 일구었다. 실제 나이를 알기 전에는 겉으로만 봐서 70대 후반의 나이로 예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외모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단 10분만 대화를 해보면 이 대표님의 열정이 여는 젊은 창업자보다 크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아직 일이 너무 재밌다고 하신다. 늦게 창업한 만큼 어쩔 수 없는 승계의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 자녀들도 다 성장해서 경영 승계를 해야 하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다. 문제는 자녀중에 나 만큼의 경영 판단력을 가진 후계자가 없다는 것이 이 대표님의 또 다른 고민이다. 지금 이 회사의 얼굴은 회사이름과 함께 현 대표이사님이다. 거래처도 대출도 회사보다는 대표이사의 신용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업승계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있는 현재의 대표이사의 마음은 복잡하게 흔들린다. 가업승계 이야기를 하면 왠지 모르게 화를 낼 것 같다고 말하는 컨설턴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것은 그분이 가업승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컨설턴트가 잘 이해하지 못한 문제일 수도 있다. 가업승계 전략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도 있고 좀처럼 검토가 진행되지 않는 분도 있다. 또 나이에 따라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이분들의 마음은 매우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심리상태를 제안자가 이해하지 못하고 접근한다면 중간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MBTI를 활용한 상담기법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심리와 선호방향을 이해하는 것이다. 사장님의 입장이 되어 그 마음을 이해한 후에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자는 의미다. 현 대표이사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제안자와는 이야기하고 싶지않아 마음을 닫아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즐거워도 언제가는 바통을 넘겨야 한다는 것은 현 대표이사도 마음속으로 알고 있다. 다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분들의 마음은 ‘가업승계 대책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와 ‘가업승계 대책을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첫 번째는 이분들에게는 일이 너무 재밌다는 것이다.
개인의 MBTI 선호성향과도 맞물려서, 창업하고 회사를 경영하는 분들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즐거운 사람들이다. 비유적으로 보면, 어떤 컴퓨터 게임을 하는 청소년과 같은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아이에게서 게임을 못하게 하면 난리가 나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가업승계는 대표이사의 즐거운 장난감을 빼앗는 것이기 때문에 매운 힘든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70대 대표님의 경우처럼, 신규 사업 아이템과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고 “내년에는 이러이러한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즐겁게 이야기 하시는 대표님들이 있다. 이런 회사 경영의 성취감은 골프나 취미 혹은 음식 등의 것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두 번째 마음은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이다.
‘CEO’, ‘대표이사’, ‘사장’,‘회장’ 이런 호칭이 없어지면 세상으로부터 멀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외로움이 이분들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다. 사내에서는 물론이고, 거래처, 은행, 각종 모임에서 이분들은 지금까지 ‘사장’으로 존중을 받아왔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명함도 법인카드도 없어지고 극단적인 표현으로 ‘은퇴한 노인’ 된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완전한 은퇴’가 아니라 ‘2선으로 후퇴’인데, 이것도 은퇴로 느껴지기는 마찬가지다. 의사결정권이 없는 회장, 고문은 의미가 없다.
세 번째 마음은 아직 경영 판단력이 쇠퇴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업자에게 회사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성장해온 배경에는 본인의 경영판단이 대체적으로 옳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크다. 비록 지금의 객관적인 모습이 귀가 잘 안들리거나 체력에 떨어지고 걸음걸이에 힘이 없어졌어도 자신의 경영 판단은 다른 사람이 비슷하게 흉내낼 수도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후계자나 다른 경영진과 함께 가업승계를 검토하기 보다는 앞으로의 사업이 최우선이고 가업승계는 항상 뒤로 미루게 되는 것이다.
네 번째 마음은 회사의 현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승계를 검토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흔히, 후계자를 위해 ‘차입금을 줄인 후’에나 혹은 ‘지금이 위기라서 실적을 개선한 후’에 승계를 검토하겠다는 대표님들이 있다. 어쩌면, 본인이 지금까지 고생한 것을 후계자에게 같은 고생을 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 또,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사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그 궤도 수정을 후계자에게 맡기는 것이 힘들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는 자식과 같은 회사와 또 실제 자식인 후계자에 대한 강한 애정으로 볼 수 있다.
다섯 번째 마음은 은행과의 문제를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대출을 받는 받을 때 어려움이 있었거나, 상환을 강요 받았거나, 금리 인상의 압박을 받는 등의 오랜 기간 은행과의 거래에 어려움을 겪은 대표님은 후계자가 바로 은행의 신뢰를 얻을 수 없고 그로 인해 회사의 자금 운용에 문제가 생길 것을 걱정하는 대표님들이 많다. 실제로 검토 작업이 잘 진행되다가 대표님이 은행을 한번 다녀온 후 급제동이 걸리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었다. 이는 대표이사의 마음뿐만 아니라, 은행에서 대표님의 은퇴 시기를 늦춰달라는 경우도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후계자의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출의 상환이 제대로 이루어질 의문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 대표이사에게는 ‘역시 세상은 나를 인정하고 나를 대체할 사람은 없어’라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분들에게 은행이 붙잡아 주는 것이 매우 기쁜 일이 되기도 한다. 실제 이런 사례가 있었는데, 다음의 세 가지를 들어 계속 가업승계를 진행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이분의 MBTI 유형은 ESTP였다.
첫째, 75세인 대표님이 80세까지 건강할 가능성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높지 않다.
둘째, 후계자에게 경영의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이후 은행의 신뢰를 얻는 방법이다.
셋째, 대표님이 계속 경영을 해도 실적이 나빠져서 은행의 대출 조건이 변할지 어떨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여섯 번째 마음은 오랜시간 함께 고생한 직원과 계속 함께 회사를 성장시키고 싶다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대표자가 지금까지 회사를 경영해오며 형성한 관계의 무게에서 비롯된다. 직원들은 단순한 고용관계가 아니라 삶의 동반자요, 위기를 함께 버텨낸 전우였고, 대표는 자녀보다도 더 오랫동안 함께 일한 이들과의 끈끈한 유대 속에서 ‘회사 =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정서를 갖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자’는 생각은 단순한 승계가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기존 질서를 허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저 친구가 나보다 훨씬 오래 회사에 있었고, 누구보다 회사를 잘 아는데... 내 아들이 경영자로 온다고 했을 때 과연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같이 고생한 사람들이 내 자식 밑에서 일해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려요.”라는 말은 수많은 대표들이 실제로 상담 현장에서 꺼내는 고민이다. 이러한 마음은 절세나 합법적 승계 전략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심리적 조율과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후계자와 기존 조직이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이도록 하려면, 단순한 직위 승계가 아니라 정서적 리더십의 이전이 함께 따라야 한다. 따라서 상담자는 이 지점에서 단지 ‘누가 대표가 되는가’가 아니라,‘이 회사의 사람들과 문화가 어떻게 승계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대표자의 마음속에 자리한 정서적 유대감을 존중하면서, 조직 전체가 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서사적 승계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곱 번째 마음은 마땅한 후계자가 없다는 것이다.
가업승계를 회피하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무거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맡길 사람이 없다'는 단순하고도 뼈아픈 진실이다. 자녀가 있어도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경영에 관심이 없거나, 때로는 부모 자식 간의 갈등으로 인해 승계를 꺼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혹은 아예 자녀가 없거나, 사업을 물려줄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든 과거 경험도 존재한다. 그렇다고 내부 임원이나 핵심 직원 중에서 누군가를 떠올려봐도,‘내가 맡긴 만큼의 책임감과 눈높이를 갖출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계속 따라붙는다. 대표 스스로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기준'이 높기 때문에, 그 기준에 맞는 후계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때 대표가 품게 되는 심리는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그래도 언젠가는 누가 나타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 다른 하나는 '차라리 회사는 내가 마무리하는 게 낫다'는 종결 의지다.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대표는 스스로도 모르게 승계에 대한 결정을 미루게 되고, 그 시간 동안 회사도, 사람도, 미래도 준비되지 않은 채 흘러가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땅한 후계자가 없다’는 말이 진짜로 후계자가 없다는 뜻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누군가가 있더라도, 대표가 그를 후계자로 바라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일 수 있다. 후계자의 역량 부족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대표의 마음속에 자리한 ‘기준과 불안’일 때가 많다. 그래서 상담자는 이 지점에서 단순히 '후계자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후계자를 후계자로 인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심리적 과정을 함께 다뤄야 한다. MBTI나 성향 기반 접근이 필요한 시점도 바로 여기다. 후계자의 사고방식, 일하는 태도, 대화 스타일 등을 이해하고, 그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리더십을 전수하고 성장시켜야 할지를 구체화해나가야 한다. ‘후계자가 없다’는 말은 종종 “내가 믿을 수 없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이제는 그 불신의 뿌리를 함께 살펴보며, 대표와 후계자 모두가 새로운 관계 맺음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상담자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가업승계를 검토할 시기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할 것인가. 아직 경영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언젠가는 바통을 넘겨야 한다는 점을 창업자도 잘 알고 있다. 그 마음의 결을 이해하는 것이 동의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가업승계를 검토하도록 만드는 대표의 마음은 다음과 같다.
가업승계를 검토하는 첫 번째 마음은 막연한 불안감에 있다.
신문과 매체에서 “가업승계”, “상속세 부담”, “가업승계 지원제도” 같은 단어를 자주 접하고, 은행·세무사·보험설계사로부터 “이제는 미리 준비하셔야 합니다”라는 제안을 듣다 보면, 그동안 특별히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던 대표도 “나도 뭔가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처럼 세법이 자주 바뀌고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나오는 환경에서는 대표 자신도 모르게 마음 한쪽에 불안이 쌓인다.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다들 뭔가 준비한다는데, 나는 왜 잘 모르지?”
일부 대표는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는 가업승계 공제 요건, 비상장주식 평가 방법, 증여세 계산 등 복잡한 세무·법률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설명이 아무리 많아도 내 회사에 어떤 부분이 해당되는지,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알기 어렵다. 결국 알고 나면 더 막막해지는 경우도 있다. 정보는 얻었지만 방향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불안은 더 커진다. 이쯤 되면 대표는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우리 회사 상황에 맞게 제대로 상담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제는 혼자 고민하지 말고, 누군가와 함께 가업승계 계획을 짜야겠다.”
가업승계는 갑자기 결심해서 진행되는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막연한 불안으로 시작해 점차 관심을 갖고, 그러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이 시점에서 상담자의 역할은 단순히 세금 정보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대표의 불안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아 지금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를 함께 정리해 주는 것이다.
두 번째 마음은 건강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된다.
지금 가업을 이끌고 있는 많은 대표님들은 베이비붐 세대로, 실제로는 또래보다 훨씬 더 활기차고 건강한 분들이 많다. 그래서 "아직은 내가 더 할 수 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대표직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흔하다. 실제로도 체력적으로 큰 무리가 없기 때문에, 승계 자체를 ‘아직 먼 이야기’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느 날 예상치 못한 건강의 변화가 찾아오면, 생각은 달라진다. 병원 진료 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거나, 갑작스러운 수술이나 입원을 겪고 나면 “내가 계속 경영을 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떠오르게 된다. 이런 경험은 단순한 체력 저하나 피로감에서 오는 변화가 아니다. 대표 스스로가 처음으로 ‘내가 이 회사를 언제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를 현실적인 질문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이다. 건강이 나빠지면 당장 업무 공백이 생기고, 빠르게 판단해야 할 경영상의 결정들이 미뤄지거나 흔들릴 수 있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다 보면, 지금까지 전혀 승계 준비를 하지 않았던 대표님도 갑자기 “이제는 대책을 마련해야겠다”는 절박한 마음이 들게 된다. 이때부터는 가업승계가 먼 이야기가 아니라“내가 경영자로서 기능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가”라는 현실적인 시간표 위에서 판단되기 시작한다. 결국 건강 문제는 대표의 퍼포먼스 저하를 자각하게 만드는 계기이자, 승계 시점을 현실적으로 조율하게 되는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세 번째 마음은 주변의 창업자, 동년배 사장들이 경영권을 물려주는 모습을 보았을 때 생긴다.
예를 들어, 70대는 일반 직장인이라면 은퇴한 지 오래인 시기이지만, 대표이사에게는 정해진 정년이 없기 때문에 ‘언제 바통을 넘겨야 할지’ 스스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주변에서 비슷한 연배의 사장이 은퇴했다거나, 회장직으로 물러나 자녀에게 경영권을 넘겼다는 소식을 접하면 그 자체로 강한 자극이 된다.“나도 슬슬 준비해야 하지 않나?”,“내가 생각한 것보다 바통터치 시점이 멀지 않은가 보다.”라는 생각이 구체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특히 충격이 더 큰 경우는, 동년배 사장이 갑작스럽게 건강 악화나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다. 평소에 친분이 있던 사장이 별다른 가업승계 준비 없이 세상을 떠나 회사 운영이 혼란에 빠지거나, 후계자 부재로 결국 폐업에 이르렀다는 사례를 접하면 가업승계 문제를 '당장의 경영 과제'로 인식하게 된다. 이런 경험은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실감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생각은 가족이나 자녀보다도, 같은 세대의 사장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더 강하게 작용한다. 사실 가업승계 문제는 친인척이나 자녀가 이야기할 때보다, 같은 세대를 살아온 동료 사장들의 경험과 조언에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나도 은퇴 준비했어. 세금 문제 생각보다 복잡하더라.”“자네도 이제 정리할 생각 해야지.”이런 말들이 반복적으로 들리면, 대표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이제 나도 준비할 때가 된 건가”라는 질문을 품게 된다. 이렇듯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례는 대표의 인식 전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지금은 아니어도 곧’이라는 가시적인 시간표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정보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감정적인 방식으로 가업승계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네 번째 마음은 경영 판단에 대한 자신감이 흔들릴 때 찾아오기도 한다.
사장이 건강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며 비즈니스의 흐름이나 시장의 방향성을 읽는 감각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순간이 있다. 대표의 경험은 물론 회사의 자산이지만, 언제까지나 그 경험만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그 변화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유선전화만 있던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고, 자동차만 해도 가솔린 차량에서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까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변화에 따라 사용되는 부품이 바뀌고, 일부 산업은 급격히 위축되며 기존 사업의 매출 구조 자체가 흔들리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 입장에서 이러한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거나, 어느 순간부터 신제품이나 신기술에 대한 감각이 떨어진다는 자각이 들게 되면 “내가 예전만 못하구나”, “지금 내 판단이 과연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특히 지금까지의 경영 인생에서 굵직한 성공 경험이 많았던 대표일수록, 최근의 부진이나 변화 앞에서 느끼는 위축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과거의 영광과 지금의 변화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혼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자존심이나 체면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실제로는 대표 스스로가 “이제는 나보다 더 빠르고 유연한 사람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렇게 경영 판단에 대한 자신감이 흔들리는 순간, 대표는 처음으로 “내가 이 회사를 계속 끌고 가는 것이 최선인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하게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가업승계에 대한 검토 속도가 이전과는 다르게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은 승계가 ‘언젠가 준비해야 할 일’이었다면, 이제는 ‘나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현실적인 과제로 바뀌는 순간이다.
다섯 번째 마음은 후계자를 빨리 ‘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는 바람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마음은 창업자보다는 2세대 이후의 경영자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특징이다. 창업자들은 회사를 직접 일구고 위기를 뚫고 성장시켜온 강한 주인의식을 갖고 있는 반면, 2세대 이후 사장들은 스스로를 “나는 창업자처럼 강한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는 아니다”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 자신이 회사를 오랫동안 이끄는 것보다,“다음 세대에게 잘 넘겨주는 것이 회사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은 사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임원으로서 충분한 경영 수련을 받았더라도, 막상 대표가 되고 나면 진짜 경영 판단의 무게를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초창기에는 늘 선대 회장과 비교되며, 내부 직원이나 외부 거래처, 심지어 언론까지도 “선대보다 어떤가?”, “믿을 수 있는가?” 하는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어렵게 ‘한 사람의 사장’으로 인정받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인 2세대 대표는, 자신의 후계자도 이러한 과정을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겪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가업승계를 단순히 직위 승계로 보지 않고,“이 친구를 어떻게 하면 빨리 세상으로부터 한 명의 경영자로 인정받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이는 단지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개념이 아니라, 자신이 겪은 리더십의 성장통을 줄여주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결국, 이러한 심리적 배경은 후계자를 가능한 빨리 실전에 투입하고, 경험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위치에 놓이게 함으로써 조기 리더십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의지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