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안 사면 무엇을 산단 말인가

by 흰샘

서점을 찾아보기 힘든 시절이 되었다. 동네마다 있던 서점들은 찾아볼 수 없고, 대형 서점들마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대학 앞에 있던 서점들이 거의 다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대학마다 그 대학을 대표하는(?) 서점들이 있었다. 대학교재는 물론 대학생들에게 적합한 책들은 오직 그런 서점에서만 살 수 있었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나는 그런 서점들을 드나들며, 안면을 익힌 주인이 서가 뒷쪽에 짱박아 놓았던 ‘불온서적’도 몇 권 산 적이 있다. 지금은 일반 대중서에 불과한 책들이 그 시절에는 ‘불온서적’인 경우가 많았다. 금지된 것을 더 갈구하듯 그것들을 숨어서 보는 기분은 두렵고 짜릿했다. 이제 다 지난 옛 이야기다.

KakaoTalk_20240323_113945329_03.jpg 서점 풍경

나도 요즘은 서점에서 책을 사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주문하는 것이 훨씬 싸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점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편리함과 인건비 절감만을 우선시하는 시장의 요구에 예외는 없으니.

오랜만에 집 근처 대형서점에 들렀다. 이유는 순전히 약속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였다. 이제 대형서점은 책뿐만 아니라 각종 문구류에 전자제품, 장난감과 악세사리 같은 것들도 함께 파는 종합시장이 되었다. 책만으로는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KakaoTalk_20240323_113945329_04.jpg '베스트셀러'는 온통 자기계발서들이다

역시나 ‘베스트셀러’ 매대를 차지하는 것은 대부분 무슨 자기계발서 같은 책이다. 그리도 많은 자기계발서 책이 쏟아져나오는데도 자기계발이 안 되는 세상을 보면 참 아이러니다. 시집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내가 들어갈 때부터 나갈 때까지 그러했다. 내게는 시집이 ‘자기계발서’이다.

KakaoTalk_20240323_113945329_01.jpg 내게는 시집이 자기계발서이다

시집 세 권을 샀다.

꽃은 詩 속에서 피고 질 터이고

희비 따위도 그 속에서 피었다 질 것이다.

이거면 三春을 지내기에 넉넉하다.

KakaoTalk_20240323_113945329.jpg 시집 세 권이면 봄을 지내기엔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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