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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샘 Mar 23. 2024

시집을 안 사면 무엇을 산단 말인가

서점을 찾아보기 힘든 시절이 되었다. 동네마다 있던 서점들은 찾아볼 수 없고, 대형 서점들마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대학 앞에 있던 서점들이 거의 다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대학마다 그 대학을 대표하는(?) 서점들이 있었다. 대학교재는 물론 대학생들에게 적합한 책들은 오직 그런 서점에서만 살 수 있었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나는 그런 서점들을 드나들며, 안면을 익힌 주인이 서가 뒷쪽에 짱박아 놓았던 ‘불온서적’도 몇 권 산 적이 있다. 지금은 일반 대중서에 불과한 책들이 그 시절에는 ‘불온서적’인 경우가 많았다. 금지된 것을 더 갈구하듯 그것들을 숨어서 보는 기분은 두렵고 짜릿했다. 이제 다 지난 옛 이야기다. 

서점 풍경

나도 요즘은 서점에서 책을 사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주문하는 것이 훨씬 싸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점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편리함과 인건비 절감만을 우선시하는 시장의 요구에 예외는 없으니.

오랜만에 집 근처 대형서점에 들렀다. 이유는 순전히 약속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였다. 이제 대형서점은 책뿐만 아니라 각종 문구류에 전자제품, 장난감과 악세사리 같은 것들도 함께 파는 종합시장이 되었다. 책만으로는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베스트셀러'는 온통 자기계발서들이다

역시나 ‘베스트셀러’ 매대를 차지하는 것은 대부분 무슨 자기계발서 같은 책이다. 그리도 많은 자기계발서 책이 쏟아져나오는데도 자기계발이 안 되는 세상을 보면 참 아이러니다. 시집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내가 들어갈 때부터 나갈 때까지 그러했다. 내게는 시집이 ‘자기계발서’이다.      

내게는 시집이 자기계발서이다

시집 세 권을 샀다.

꽃은 詩 속에서 피고 질 터이고

희비 따위도 그 속에서 피었다 질 것이다.

이거면 三春을 지내기에 넉넉하다.

시집 세 권이면 봄을 지내기엔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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