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약 20여년 전. 당시에 전국 중학생의 50% 이상이 내가 집필한 한문 교과서로 공부를 했다. 1년에 70만부가 팔려나갔고, 그런 추세가 10년 가까이 이어졌으니, 그 정도면 베스트셀러 작가 아닌가? 하지만 불행히도 교과서 저자는 누구도 ‘작가’로 쳐 주지는 않는다. 아무튼...
아들놈이 중학교에 들어갔는데, 녀석이 배우는 한문교과서도 당연히(!) 내가 집필한 책이었다. 녀석은 책 표지에 새겨진 나의 이름을 가리키며 “우리 아빠”라고 자랑을 했다. 아들의 중간고사 한문 성적은 65점이었다. 애들이 한문 교과서에 찍힌 내 이름을 샤프 연필로 콕콕 찍으며 그랬단다. “야 이 새꺄. 이게 니 아빠면 우리 아빤 이명박(당시 대통령이었다)이다. 이 개쉐야.”
아들놈은 억울했고, 아내는 절망했으며, 나는 쪽팔렸다. 그래서 아들놈에게 한문 공부를 시키기 시작했다. 기말고사를 앞두고는 예상문제 100개를 뽑았다. 빠져나갈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오지라퍼 아들놈이 그 예상문제를 친구들에게 다 뿌렸다. 기말고사 결과 아들은 94점을 맞았다!!! 그리고 친구들은 모두 100점을 맞았다. 놈들이 아들에게 몰려와 내 이름을 가리키며 말했단다. “야, 이거 니네 아빠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