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인 노력 없이 얻어지는 건 없다
시간의 자유를 찾고 나를 찾는 과정
47살부터 시작된 나의 작은 변화가 더 큰 시너지로 나타날 때가 50이 되던 해였다. 인생의 중턱에서 이제껏 살아온 인생의 반만큼 남은 반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살아야 잘 살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던 때였다. 40대에는 느끼지 못하던 중압감이 느껴졌다. 논어에서 공자는 오십을 일컬어 '지천명'이라고 했다.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뜻으로 '천명을 안다'라는 것은 하늘의 뜻을 알아 그에 순응하거나,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최선의 원리를 안다는 뜻이다. 곧 마흔까지는 주관적 세계에 머물렀으나, 50세가 되면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세계인 성인의 경지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50이 되면서 유독 오십이라는 나이가 들어간 책에 관심이 생기고 중년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는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잠들기 전에 다이어리 쓴다.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한 것은 정말 잘 한일이지만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시간을 관리한다기보다는 시간에 맞춰 그냥 한일을 쓰는 느낌이었다. 습관이란 어떠한 행동을 학습한 후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행위를 말한다. 습관은 후천적인 행동양식이고 반복하여 수행되는 것으로 고정화된다. 신체적 행동 외에 생각 등 정신적, 심리적 경향도 포함된다. 습관의 형성기간은 '루틴 기반 대 시간 기반 큐 계획에 따른 습관 형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습관이 형성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중앙값은 59일이라고 한다.
인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나는 다이어리를 만났다. 그리고 그것을 습관으로 루틴화 될 때까지 매일 적고 반복했다. 3개월까지는 내가 다이어리를 적는지 다이어리가 나를 적게 만드는지 내가 주도적으로 쓴다는 느낌보다 그냥 다이어리를 적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썼던 것 같다. 그렇게 3개월 정도가 지나고 보니 조금씩 시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이어리를 적기 시작하면서 가장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시간관리가 된다는 것이다. 다이어리를 쓰고부터는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나름의 시간관리를 하게 되면서 시간은 스스로 관리하고 만들어야 된다는 것을 알기에 하루 1시간 10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50대에도 여전히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처럼 아프거나 신체적 변화로 노안이 오거나 체력이 힘들어져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거나 쉬는 사람도 많다. 40대에는 느끼지 못한 공허함이 찾아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동안 정신없이 바쁘게 직장 생활을 하며 자식들 뒷바라지하다가 오십이 되면서 여러 이유로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그렇다. 그동안은 쓸모 있는 사람으로 느껴지다가 할 일 없이 시간이 여유로우면 찾아드는 공허함과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고 보니 오십이 되었지만 공허감이 찾아올 때면 혼란스러운 감정이 들기도 한다.
오십이 되면서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갱년기다. 신체적 정신적 변화로 감정이 요동을 친다. 순간순간 찾아오는 허전하고 쓸쓸한 감정과 공허함이 그것이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에서 쇼펜하우어는 불행의 두 가지 원인으로 고통과 권태를 꼽는다. 가난한 사람은 돈이 없어서 고통에 시달린다면, 돈이 많은 사람은 넘쳐나는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라서 삶에 권태를 느낀다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행복을 가로막는 두 가지 적수가 고통과 무료함인데, 우리의 인생이란 이 두 가지 사이를 오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외적으로는 궁핍과 결핍이 고통을 낳는 반면 안전과 과잉은 무료함을 낳는다고 말했다.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는 동안 나에게도 무료함이 찾아왔다.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었다.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한다고 해도 하루 1~2시간이면 족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집안일을 하고 또 남은 시간은 텔레비전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친구한테 갑자기 연락이 오면 만나고 급한 일 중요한 일 상관없이 그냥 되는대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하루가 참하는 일 없이 빨리 간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날들이 반복이 되는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무료함을 느끼고 그런 무료함에서 권태를 느끼지 않았을까?
나는 매일 다이어리를 쓴다. 그리고 저녁에 다음날 계획을 세운다. 일과를 적다 보면 내가 하루를 어떻게 무엇을 하며 보내는지가 보인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남는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도 다이어리를 적으면서 알게 된 것이다. 사소한 일이라도 시간별로 미리 계획을 적고 실행을 했는지 기록한다. 처음에는 뭐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나 생각했지만 내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 같다.
하루 계획을 시간별로 정해 놓고 반복하면 그것이 루틴으로 자리 잡게 되고 그 시간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고 그냥 하게 되는 게 좋다. 정해놓은 계획을 지키지 못해도 괜찮다. 조금은 여유를 갖고 해도 상관없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록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또 어떻게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에 그때마다 조금씩 수정해 가면 된다.
다이어리를 쓰기 전 나는 하루를 그냥 흘려보냈다. 그러면서 늘 중년의 무료함을 얘기했었다. 그랬던 내가 다이어리를 쓰고 변한 것은 나의 시간을 오롯이 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의 하루를 어떻게 보낼 수 있는지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어떻게 하면 무료함을 잊고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지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나이가 들면 의도적으로라도 자신의 시간을 조정하고 나를 찾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다이어리를 적는다는 것은 시간으로부터 나를 구속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의 자유를 얻고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알기 위함이다. 그저 일상의 변함없는 편안함만 추구하기보다는 남은 인생 2 막을 위한 여정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을 해야 한다.
의도적인 노력 없이 얻어지는 건 없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온전한 하루로 보내기에 우리의 삶은 늘 복잡하고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나의 시간을 갖고 싶은데 방해하는 요인들이 항상 존재하고 바쁜 일상에서 나에게 필요한 쉼을 갖기는 더욱 어렵다. 그럴 때마다 우울해지고 힘이 빠지고 좌절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삶을 걱정스러운 상태로 산다. 심지어 그런 상태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안 좋은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그 감정에 오래 머문다.
근심과 걱정은 대개 사람을 극도로 빈약한 감정 상태로 빠지게 한다. 걱정은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지도 않을뿐더러 우리를 좌절하게 만든다. 생각은 좋을 때는 한없이 내 편인듯하다가 나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좋은 생각은 나를 업 시키고 성장시키지만 나쁜 생각은 나를 한없이 위축시키고 깊은 수렁으로 처박는다. 그래서 생각이 심해지면 망상이 되고 허상이 되고 심하게는 우울과 정신질환을 앓게 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나쁜 생각이 더 깊어지고 더 자라나기 전에 나에게 도움이 안 되는 걱정은 빨리 끊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삶에 문제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더 나은 정신적, 감정적 상태에 두는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무력해질 뿐이다. 우리의 삶에는 늘 크고 작은 문제가 있다. 살아가면서 한 번도 문제와 걱정 없이 잘 살고 있다고 느껴 본 적이 있는가?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고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걱정 한두 개쯤은 안고 산다. 나의 마음이 나쁜 생각이나 걱정하는 감정에 머물지 않도록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걱정을 해서 걱정거리가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티베트 속담이 있듯이 걱정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무엇이든 의도적인 노력 없이 얻어지는 건 없다. 생각만 하고 걱정한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차라리 걱정거리로 가득한 날에는 청소를 하거나 정리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노래를 하거나 평소보다 좀 더 동적인 운동을 하거나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걱정 없는 인생을 바라지 말고 걱정에 물들지 않는 연습을 하라"라는 알랭의 명언을 되새겨야 한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