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로 살아가기
매년 봄이 되면 한 번씩 하는 나만의 행사가 있다. 겨우내 추위로 묵었던 집안을 환기시키고 청소하고 필요 없는 물건들과 옷장을 정리하는 일이다. 참 신기하게도 평소 정리를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도 마음먹고 정리해야지 하면 나오는 게 버릴 물건들이다.
며칠 전 큰딸이 직장 변경으로 인해 자취를 나갔다. 직장에서 오피스텔을 구해줘 두 명이 쓰는 방으로 생활에 필요한 짐을 옮겼다. 큰딸의 선택이니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집에서 편하게 누리고 살다가 자취한다고 짐을 싸는 모양새가 마음에 걸렸다. 뭐든 편하게 해주고 싶은 게 부모인지라 작은 불편도 마음에 걸리는 건 당연지사다. 혼자 쓸 수도 없고 같이 써야 하는 자취방이라 물건들을 많이 가져갈 수도 없고 딱 필요한 물건들만 챙겨서 일단 생활해 보고 필요하면 그때 구입하자는 큰딸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당장 생활에 필요한 이불과 옷 생활용품 등만 챙겨 나간 큰딸이 걱정스럽긴 했지만 또 어찌 생각해 보면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그만한 각오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불과 옷 생활용품들을 정리해 주고 단출한 살림을 보니 또 한 번 마음이 저려왔다. 일주일이 지난 주말 큰딸이 집에 왔다. 일주일 살아보니 어때? 불편하진 않아? 뭐 더 필요한 건 없어? 엄마의 질문 공세에도 큰딸은 전혀 문제가 없음으로 답변한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참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그 단출한 살림에 부족할게 많을 것 같아 보여도 당장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다는 것도 어찌 보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옷장 정리를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참 옷도 많은데 쓸데없이 많다는 것이다. 그 많은 옷 중에 내가 좋아해서 입는 옷은 한정되어 있다. 그것도 꼭 내 얘기만도 아니다. 남편 역시 자신이 좋아서 입는 옷도 한정적이다. 그럼 저 많은 옷들은 왜 저기에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예뻐서 혹해서 산 옷들이 한번 입고 걸려있고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은 옷들이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걸려있으며 비싸게 산 옷인데 유행 지나 걸려있고 뭔가 버리기엔 아까워서 걸려있고 거기 걸려있을 이유를 생각하니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심플하고 단순하게 살 필요를 느낀다.
평소 정리수납에 관심이 많고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로 스트레스 받는 것을 싫어나는 편이라 정리수납방법의 지침대로 물건을 수시로 정리하며 나의 생활에 불필요한 물건들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현실은 늘 그렇지가 않다. 한 번씩 대대적인 물건 정리를 하는데도 버릴 물건들이 쌓인다는 것도 신기하다.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라이프는 아무것도 없이 휑한 분위기의 미니멀 라이프는 원하지 않는다.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와 생활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방식을 따르거나 획일적인 방법보다는 자신의 삶에 맞게 가장 가치 있고 필요한 물건들로만 살아가자는데 목적이 있다. 필요 없는 물건들에 에너지를 덜 쏟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에게 맞는 삶을 살아가는 한 방식이다.
쓸데없는 것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우리는 대개 무언가를 살 때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합리화하지만 정말 그럴까? 나만 해도 어떤 물건을 살 때 꼭 필요한 물건이라기보다는 약간의 기분전환이나 즉흥적으로 소비를 할 때가 더 많다. 원래 필요했던 물건이 아니고 사려고 했던 물건이 아닌데도 할인을 한다는 이유로 싸다는 이유로 덥석 구입을 한다. 하지만 이 물건들은 곧 나의 기억에서 잊힌 채 어딘가에 자리 잡고 버려져 먼지만 쌓이다 결국은 버려진다. 얼마가 지나면 우리는 또 새로운 물건에 눈독을 들이고 이런 과정들은 반복이 된다. 이 과정 중에 낭비되는 것은 돈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에 관심을 갖고 쇼핑에 들인 시간과 그것을 사서 보관하는 공간이며 관리하며 쏟게 되는 에너지를 대가로 치른다.
나는 집에 화초 키우는 걸 좋아한다. 예쁘기도 하고 잘 자라는 식물을 보고 있으면 기분도 좋아져서 집 베란다가 가득 찰 정도로 키웠었다. 물론 취미로 하는 식물 키우기가 뭐가 문제일까 싶지만 사람의 욕심은 한 가지에 취미를 들이면 그것에 집착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적당한 식물로 기분전환을 할 정도로만 키워도 되는데 한번 식물 키우기에 맛을 들이면 예쁜 화초를 보면 마음이 설레 집으로 안 데리고 올 수가 없다. 그렇게 늘어난 화초는 베란다에서 시작해 거실로 창문으로 집안 곳곳 둘 수 있는 모든 곳에 화초를 두기 시작한다. 그렇게 늘어난 화초는 나의 일상에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관리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만든다. 어느 날 취미도 버거움으로 느껴져 딱 필요한 정도만 남기고 당근으로 다 정리하고 나니 집의 공간이 달라진다. 그동안 나만 좋아하던 공간에서 가족이 함께 쓸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게 되었다. 예전에 화초에 물 주고 관리하는 시간이 한번 시작하면 3시간이 걸렸다면 지금은 3분 내로 해결 가능하다. 이런 작은 노력의 변화로 조금씩 바뀌면서 더 이상 집을 넓히고 싶은 생각은 사라졌다. 거기에 들인 시간과 돈을 이제는 다른 것들에 쓴다. 단순할수록 더 여유롭다.
지금 내 삶에 가장 중요한 것들
옷장 정리를 마치고 버릴 옷들이 옷장에서 빠져나오면 그곳에도 숨통이 뜨일 만큼 공간의 바람이 분다. 빼곡하게 겹쳐있던 옷들이 나름의 숨을 쉬며 살랑거리는 것 같다. 버릴 때만 해도 아깝고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입을 것 같던 옷들이 정리되고 한 달이 지나도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것 보면 물건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과감히 정리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가끔은 어, 그거 괜히 버렸네 하는 물건이 있기도 하지만 크게 신경 써야 할 만큼 중요한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하고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의식적으로 소비하고 소비를 하면서 삶을 충족시키는 것보다 지금 내 삶에 가장 중요한 것들에 만족을 느끼고 집중하며 삶을 채워나가는 게 훨씬 더 풍족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생각해 볼 때 물건을 떠올리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델이자 패션 디자이너이며 동시에 작가와 화가 활동도 했을 정도로 다재다능했던 인도의 "크리시다 로드리게스"의 이야기다. 그녀는 암에 걸려 치료를 받으며 지내던 중 많은 사람들이 읽기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 글을 남겼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유명한 차를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 병원 휠체어에 앉아있다. 나의 집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옷과 신발, 장신구 등 비싼 물건이 많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병원의 하얀 환자복을 입고 있다. 나는 은행에 돈을 모아 놓았다. 그러나 지금 내 병은 그 돈으로도 고칠 수 없다. 나의 집은 왕궁처럼 크고 대단하다. 그러나 나는 지금 병원 침대 하나에만 의지해 누워있다. 나는 별 5개짜리 호텔을 바꿔가며 머물렀다. 그러나 지금 나는 병원 내에 검사소를 옮겨 다니며 머물고 있다. 나는 유명 디자이너로 계약 시 내 이름으로 싸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병원의 진단 검사지에 싸인을 하고 있다. 나는 보석으로 만든 머리 장식품이 많이 있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는 비싼 보석으로 장식할 머리카락이 없다. 나는 자가용과 비행기로 어디든 다녔다. 그러나 지금은 누군가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앉아있다. 나에겐 비싼 식료품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내 주위에는 약 먹을 물만 있다. 비행기, 보석, 장식품, 비싼 옷, 많은 돈, 비싼 차 다 있지만 지금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드리고 싶은 말은 사람이 살아갈 때 다른 사람에게 이익이 되길 기원하고 타인을 돕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생은 너무나 짧다. 이 한 생애에 정말 필요한 것은 비싼 물건이 아니라 타인의 행복을 위해 도움을 주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살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된다.』 그녀는 이 글을 남기고 이틀 후, 40세의 나이로 운명했다.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얘기다. 인간은 늘 많은 것을 소유하고 가지려는 욕망으로 가득하다. 오늘 조금은 비우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 이유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