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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상믿 Oct 29. 2024

엄마의 카톡 2


어제 엄마가 보내 준 카톡이다.

엄마는 어디에서 이런 정보를 얻는지 자식들과 함께 하는 단톡방에 한 번씩 카톡을 보내신다.

예전에는 거의 매일 보내시다가 요즘 조금 뜸해지셨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78세인 엄마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이런 정성으로 자식들에게 좋은 글을 보내주시고 안부를 주시는 것은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엄마의 카톡에는 정치에 관련한 내용부터 건강 관련, 유머, 상식, 뉴스 할 것 없이 그 장르도 다양하다.


그런데 우리 형제들은 모두 시큰둥하다. 이유인즉슨 엄마는 카톡으로 좋은 글을 보내시고 매주 절에 가셔서 자식들을 위해 불공을 드리는 정성을 보이시지만 왜 그러는지 만나면 말로 그 공을 다 까먹는 분이시다.

그래서 신기하게도 엄마의 정성과 하시는 것들로만 보면 최고의 엄마인데도 우리 딸들은 엄마의 말에 상처를 입는다. 그러니 며느리들은 또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생각해 보면 엄마는 전형적인 한국의 할머니다.

남들 눈을 의식하고 자식 자랑하고 싶어 안 좋은 것은 굳이 말을 하지 않고 좋은 것은 더 크게 부각시켜 얘기하고 딸보다는 아들을 귀하게 생각하시는, 자신의 안위보다 남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한,

어쩌면 빠른 세상의 변화에 가장 혼란스러운 것도 지금 엄마의 세대를 살아가시는 분들이 아닐까 싶다.


시골 분들은 그저 시골에서의 정과, 함께 하는 이웃들과 세월을 보내며 나이가 들어감을 느끼겠지만,

도시에서 그것도 시골 태생으로 어렵게 상경해 고생만 하시다가 도시에 터를 잡고 나이를 드시는 분들은 이 격변하는 변화에 맞춰 도시에 산다는 것이 어찌 보면 정말 힘든 일일 텐데도 엄마는 지금까지 잘 적응해 오셨다. 




오늘 엄마가 보내주신 카톡


◆ 한국은 모든 것이 밥이면 다 통한 ㅡ유머ㅡ

* 혼낼 때 : 너 오늘 국물도 없을 줄 알아!

* 고마울 때 : 나중에 밥 한번 먹자.

* 안부 물어볼 때 : 밥은 먹고 지내냐?

* 아플 때 : 밥은 꼭 챙겨 먹어.

* 인사말 : 식사는 하셨습니까? 밥 먹었어?

* 재수 없을 때 : 쟤 진짜 밥맛없는 애야~

* 한심할 때 : 저래서 밥은 벌어먹겠냐?

* 무언가 잘해야 할 때 : 사람이 밥값은 해야지~

* 나쁜 사이일 때 : 그 사람 하곤 밥 먹기도 싫어~

* 범죄를 저질렀을 때 : 너 콩밥 먹는다~

* 멍청하다고 욕할 때 : 어우!! 이 밥통아~~

* 심각한 상황일 때 : 넌 목구멍에 밥이 넘어가냐?

* 무슨 일을  말릴 때 : 그게 밥 먹여주냐?

* 최고의 정 떨어지는 표현 : 밥맛 떨어져!

* 비꼴 때 : 밥만 잘 처먹더라~

* 좋은 사람 : 밥 잘 사주는 사람.

* 최고의 힘 : 밥심.

* 나쁜 사람 :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넘.

* 좋은 와이프 평가 기준 : 밥 잘 차려 주는 마누라.


딱 맞는 거 같죠? 아무리 일이 바빠도 밥은 꼭 먹어야 하니까요~ 시끄러운 요즘 그대도 밥 잘 먹고 건강하길 바랄게요~~~




오늘은 문뜩 엄마가 보내주신 이 카톡 문자를 받는 것 자체로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김수미 선생님의 안타까운 부고 소식을 듣고 동생이 놀라 문자를 했다. 이제 우리 엄마도 언제든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연세이니 엄마한테 더 신경을 쓰자는 말로 마무리했지만, 요즘 초기 치매를 앓고 계신 아빠로 부쩍 우울이 생긴 엄마가 힘들어하는 표현을 할 때면 아빠 편을 드느라 엄마한테 싫은 소리를 했던 나라 마음이 쓰인다.


엄마가 보내 준 유머에 기분이 좋아져야 하건만, 이 카톡 문자를 받고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심란해진 이유는 뭘까? 가족들과의 여러 가지 문제들은 다 각자만의 사정과 이유들이 분명 존재한다.


어느 집인들 다 좋기만 하랴, 그저 지금은 부모님이 크게 아프시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잘 계셔 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지금 부모님이 내 곁에 계실 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자식으로서 잘할 수 있는 지혜를 갖자.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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