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상믿 Oct 26. 2024

내 것이 소중하면 남의 것도 소중함을 알아야


이사 준비로 한창 바쁜 요즘이다.

어제 광교 집 세입자가 이사를 했다. 

관리비와 보증금 정산으로 이사할 때 잠깐 들러 집 상태를 보니 생각보다 깨끗하게 쓴 것 같아 감사했다.

한참 이사 중이라 대충 집 상태만 확인하고 정산하고 오늘 다시 가서 보니 역시나다.


역시 겉으로 봐서는 확인이 안 되는 것들이 짐을 다 빼고 나니 눈에 들어온다. 

뭐 다 내 맘 같지 않으니 세를 놓은 입장이라 관리 안 된 상태를 예상하긴 했지만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제 이사 중이라 대충 보고 깨끗하게 쓴 거 같아 좋은 마음에 깨끗이 써줘서 감사하다며 선물까지 드렸는데 그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리고 어제 세입자가 한 말이 생각난다. 


"다른 집 구하는데 애를 먹었어요. 이 집처럼 깨끗한 집을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워낙 깨끗하게 쓰셔서 저희도 깨끗하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연수가 같은 집인데 집을 보러 다니면 한숨이 난다"라며 넋수레를 떨더니 짐을 다 빼고 나니 관리 상태가 제대로 보였다.


2년 전 여러 가지 문제로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 온 그때가 생각난다.

부동산 전화를 받고 집을 구경했을 때는 멀쩡해 보이던 집이 막상 들어온 첫날부터 말썽이었다.

관리 상태는 엉망이고 청소도 형편없었다. 집을 구경할 때는 집의 전반적인 부분만 볼 뿐 이것저것 다 보기에는 어려운 점들이 있다. 특히 싱크대 아랫부분이나 방충망 상태 등 눈에 잘 띄지 않고 보기 어려운 곳들이 있다. 집을 볼 때는 불편한 사항이 없다고 했으면서 막상 이사 들어간 첫날부터 말썽일 때는 너무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이사하기 하루 전 깨끗한 집 상태로 들어가고 싶어 2년만 살자고 생각한 집이지만 입주청소를 예약했다.

입주청소하는 날 청소담당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청소하는데 싱크대 배수구가 오래되고 낡아 물이 샌다는 것이다. 그것도 조금이 아닌 오래된 흔적이라 하수구 냄새도 심하게 난다는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방충망은 군데군데 찢어져 테이프로 임시방편으로 붙여 놓고 살짝 손만 대도 삭아서 찢어질 듯했다. 각 방 난방 조절기도 오래돼 상태가 좋지 않았다.


너무 오랫동안 남의 집이 아닌 자가에서만 살아서 집을 볼 때 외관상으로 괜찮으면 크게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 나의 불찰이었다. 이사도 여러 번 다니면 이것저것 보는 눈이 늘텐데 20년을 넘도록 내 집에서만 살다가 세입자가 살았던 집을 보니 집을 보는 눈이 없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게 이사한 첫날부터 집이 말썽이라 다른 데로 이사를 가야 하나 몇 번을 고민하면서 그렇게 2년을 살았고 이제 이사를 앞두고 있다. 2년 동안 나는 집주인과 많은 통화를 했다. 집 주인은 호탕하고 좋은 사람이다. 이사 첫날 집주인을 불러 상태를 확인시키고 바로 교체공사를 했다. 2년 동안 싱크대 문짝 교체부터 싱크대 배수구, 방충망에 이어 난방 조절기, 현관문 디지털도어록, 화장실 수도꼭지까지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일일이 말하자면 너무 많다.


집은 소모품이다. 많은 것들이 오래되면 갈고 바꾸고 관리를 하면서 사는 건 당연하다.

내 집이면 당연히 바꾸고 관리해야 할 것들을 내 집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대충 쓰고 이사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건지 어떻게 하면 집 상태가 이렇게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집주인은 세를 줄 때 온전히 내 맘처럼 써 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관리는 하면서 살겠지라는 생각은 한다. 

사는 건 다 비슷하니 불편하면 사는 게 스트레스일 텐데 싱크대 배수구가 낡아 물이 샐 정도인데 관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집에서 밥을 해 먹고살았을지 의심스럽고, 방충망은 다 찢어져 당장이라도 모기와 벌레들이 들어올 것 같은데 교체도 하지 않고 거주했다고 생각하니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집주인은 집 상태가 이런 줄 몰랐다며 흔쾌히 교체를 해주었다.

2년 동안 나는 살면서 고장 나고 관리해야 하는 것들은 바로 주인에게 얘기하고 교체를 했다.

아무리 세입자라도 사는 동안은 자신의 집처럼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은 주인의 자산이고 그때그때 관리가 필요한 부분은 정당하게 교체해 줄 것을 요구해서 관리가 필요한 부분은 관리를 해주는 것이 세입자의 기본 의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쁜 집주인은 나 몰라라 한다고 하던데 만약 그런 집주인이라면 정말 머리가 아플듯하다. 


어느덧 이곳에서의 생활도 일주일 후면 마무리가 되어간다. 집 주인은 내가 한 번도 세를 밀리지 않고 집을 잘 관리해 준다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처음 6개월 까지는 맘고생을 많이 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정이 들었나 보다. 


이 집에 들어오는 세입자도 부동산에 집을 내고 다음날 바로 보고 계약을 했다. 몇 군데 다녔는데 이 집이 가장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된 것 같다며 집을 보면서 만족해하며 갔다. 바로 30분 뒤 날짜 맞추겠다고 하고 계약을 했다고 한다. 이 집에 들어오는 다음 세입자는 복을 많이 지었나 보다. 2년 동안 내가 관리한 수고를 생각하면,,


군데군데 나의 손길이 간 곳들을 보니 무릇 집이란 사는 사람과 닮아 간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 한번 안된 창틀이며 까맣게 변한 레인지 후드며 벽에 낀 곰팡이들을 청소하고 유지하며 관리하면서 살았는데 이제 들어갈 우리 집의 상태를 보니 또 한숨이 나온다. 2년 사이 우리 집은 또 다른 사람과 닮아 있다. 자신도 깨끗한 집을 구하느라 애먹었다면서 자신이 사는 집은 왜 그렇게 더럽게 관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또 나의 손길이 들어간 나와 닮은 집을 만드는데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내 집이니 스트레스는 없을 것이다.

들어가기 전 입주청소를 예약해 놓았으니 한결 깨끗한 집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내 것이 소중하면 남의 것도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세입자라도 사는 동안은 남의 집이 아닌 내 집이어야 한다. 

그래야 사는 내내 그 공간에서 행복하지 않을까?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아침 굿모닝 인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