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7시 40분 아빠와 전화 통화를 한다.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 매일 전화를 하다 보니 이제는 일상이 된 듯 자연스럽다.
처음엔 전화받는 것도 부담스러워하시던 아빠다.
"우리 딸이여?"
"응. 아빠 굿모닝~"
"잉. 나도 굿모닝이여"
"오늘 컨디션은 어때요?"
"잉. 좋아~. 우리 딸이 이렇게 신경 써 주는데 좋제"
아빠가 주간보호 센터에 다니시고부터 나의 일상 중에 아침 전화가 추가되었다. 매일 직접 보고 확인을 할 수 없으니 전화로 아빠 주간보호 센터 등원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전화에 자주 사용하는 연락처 목록에는 아빠가 1위로 올라와 있고 2위는 단연 아빠 주간보호 차량이다.
8월 초부터 다니기 시작했으니 이제 2달이 조금 넘었다. 그 사이 아빠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큰 틀에서 보면 아빠는 여전히 치매 초기로 최근에 있었던 일들은 기억을 못 하는 일들이 많고 여전히 드시던 술로 인해 용변 실수를 하실 때도 있다.
그러나 올 초에 삶을 포기하신 것처럼 하루 종일 누워 계시면서 하루를 무료하게 보내실 때보다는 얼마나 큰 변화인지 가까이에서 보지 않은 사람은 느끼지 못할 변화다.
어제 아빠 주간보호 센터에서 어르신들 모시고 나들이를 다녀왔다며 사진을 보내 주었다.
단연코 아빠 밖에 눈에 보이지 않았다.
나들이 가신다고 잔뜩 멋을 부린 아빠를 보니 미소가 지어진다. 두 달 반 만에 아빠는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하고 계시며 활기를 찾은 것 같다.
아빠는 주간보호 센터에 가시는 것을 일을 하러 간다고 말한다. 공휴일에 쉬어서 빨간 글씨를 보면 내일 일하러 가야 하는데 빨간 날이라 쉬어야 한다고 말한다.
보통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면 부모님들이 주간보호 센터에 가기 싫어하신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빠는 말은 그냥 가는 거라고 하시면서 나름 즐기고 계시는 것 같다.
"아빠 오늘은 가서 뭐 하셨어?"
"뭐. 할 것이 있어. 노인네들 밖에 없는데 뭐 할 것이 있간." 말은 이렇게 하시면서도 노래도 가르쳐 주고 운동도 하고 그림도 그렸다며 말을 잇는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좋다.
아빠가 여전히 나이 들어 치매는 진행이 되겠지만 지금처럼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좋고
80평생 드시던 술을 못 끊어 가끔 실수도 하시고 술로 인해 치매가 더 빨리 진행이 되더라도 아빠가 행복해하는 지금 이 순간이 좋다.
"아빠 굿모닝~"
"잉. 아빠도 굿모닝이여"
아침 전화에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고 이 짧은 인사말을 하면서 안부를 물어도 아빠는 매일 음성이 달라짐을 느낀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전화 안 해도 된다고 '나 애기 아니여'하시더니 이제는 '우리 딸. 굿모닝이여'하며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하신다.
내 생각인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빠한테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전화를 드려서 그런지 그 시간이면 기다리고 있다가 전화를 받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7시 40분 내 핸드폰에서는 알람이 울린다.
처음에는 그냥 전화를 하다가 이제는 시간을 정해놓고 전화를 드린다. 일상 일이 바쁘면 깜박할 때가 있어 알람을 설정해 놓으니 잊어버릴 일이 줄었다.
이런 작은 노력이 아빠의 일상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사회의 일원으로 오래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이다. 아빠는 통화를 끊을 때 항상 마지막 말은 잊지 않는다.
"우리 딸 고마워~"
아빠의 이 말이 매일 아침 전화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침에 전화 통화를 마치고 우리 딸 고맙다는 인사를 듣고 오늘은 여운이 길게 남는다.
내 자식들이 해 주기 바라는 것과 똑같이
네 부모에게 행하라.
- 소크라테스 -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