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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상믿 Nov 17. 2024

일상 글을 쓰면서 느낀 생각


일주일 만에 큰딸이 집에 왔습니다.

예쁜 꽃다발을 들고 왔지요.

함께 살 때는 엄마 기분전환하라고 가끔씩 퇴근하거나 외출 후 들어올 때 한 번씩 사주곤 했는데 자취를 나가고부터는 조금 뜸해졌지요. 뭐든 가까이에서 볼 때는 생각이 들어 행동하기도 쉽지만 보이지 않으면 생각도 잘 들지 않는 것이 사실이죠.


아버님과 어머님과의 이별은 저에게는 참 잊지 못할 날이 되었습니다. 남편과 결혼한 지 어언 30년이 다 되어 갑니다. 11월 10일은 결혼기념일입니다. 뭐 30년 가까이 살다 보면 결혼기념일이라고 특별히 뭔가를 더 챙기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냥 넘기기 뭐 해 가족들과 식사를 하거나 간단한 이벤트를 딸들이 해줘 하기도 하죠.


그런데 15년 전 어머님이 병으로 병원에 계시다 돌아가신 날이 11월 10일 결혼기념일 날이었답니다.

그렇게 맞추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생과 사는 우리의 몫이 아니니 어찌할 수 없지요.

그리고 어머님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음력으로 지내면 윤달이 껴서 계속 바뀐다고 하여 아버님께서 그냥 양력으로 지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10일 하루 전날인 9일 날 제사를 모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아버님마저 11월 9일 어머님 제삿날에 돌아가셨습니다. 첫해 제사는 각자 따로 지내고 다음 해부터는 함께 제사를 지내 11월 8일 날 제사를 지내게 될 것 같습니다.


하루 이틀 상한 이지만 결혼기념일 날 여행을 간다거나 어떤 일정을 생각하지 못한 것도 어머님의 제사 영향이 조금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하루 이틀 지나 결혼기념일은 그냥 넘어가기 일쑤였죠.


큰딸이 주말 집에 오면서 이미 일주일이나 지난 결혼기념일 축하 꽃다발을 사들고 와 거실 탁자에 놓고 친구를 만나러 나갔습니다. 텃밭에 들렀다 집에 와보니 뜻밖에 꽃다발이 놓여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주시고 간 선물이에요'라는 메모와 함께요.


어머님에 이어 아버님까지 그렇게 날짜를 맞추기도 어려울 텐데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처음 어머님 때는 막내며느리한테 제삿밥을 받으시고 싶으셨나, 잊지 말라고 기억하기 좋으라고 그러셨나 생각했는데 이제 아버님까지 날을 맞추고 나니 그냥 잘 지내드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하루 당겨져 8일이면 제사 지내고 마음 편하게 보내라는 아버님의 배려 같기도 합니다.






아침에 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합니다. 블로그에 일상과 관련된 글을 올리다 보면 어디까지 글을 써야 할지가 항상 고민입니다. 주변에 저를 아는 친구나 지인, 가까운 가족들은 모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제 블로그를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하면 저의 일상을 보듯 블로그 글을 보면 지금 저의 생각과 마음 상태 일상들이 그려지겠죠.

그런데 정작 저는 그들의 일상과 생각을 알 수가 없으니 이렇게 계속 글을 쓰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서로의 소통보다 일방적인 것이 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서로의 안부가 궁금하면 전화를 하고 물을 텐데 예전에 비해 소통도 훨씬 줄어든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좋고 누구나 보는 것을 당연히 알지만, 이상하게도 저를 아는 친구나 지인들은 저의 글을 통해 나의 일상을 알고 있는데 저는 잘 모르고 지내다 한 번씩 전화 통화를 하면서 '블로그 봤어. 아버님 돌아가셨다면서..'라는 말을 들을 때면 너무 많은 것을 글로 표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만 해도 책 서평을 주로 쓰다가 김종원 작가님의 '삶이 글이 되고 글이 삶이 된다'는 말이 참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었고 뭔가 그날의 저의 일상과 생각을 글로 쓰다 보면 복잡한 마음이 정리가 되곤 했습니다. 


여전히 이런 일상의 생각과 느낌을 글로 쓰는 것이 좋으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일상의 글을 어디까지 쓰는 것이 맞을까라는 고민을 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이것의 해답도 저만이 찾을 수 있겠지요. 그것은 곧 저의 마음이 허락하는 정도가 될 테니까요.


블로그의 글을 쓰는 이웃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저의 친구나 지인분들은 댓글과 흔적을 남겨 주면 감사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글을 쓰면서 이런 바람은 욕심일까요? 


그래도 저를 모르는 익명의 이웃님이 아닌, 나를 잘 아는 분들은 읽고 간 흔적이라도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전히 해봅니다. 그것이 바람과 욕심일지라도...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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