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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by 말상믿


"'달린다'는 것은 문학과 삶을 향한 치열한 도전이었다."


세계적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축으로 한 문학과 인생에 대한 회고록이라는 이 책은 내가 달리기를 하고 마라톤을 뛰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읽게 되었다.


책 제목만 봤을 때는 달리기에 대한 내용일 거라 생각했는데 단순히 달리는 것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하루키의 소설가로서의 삶에 대한 철학도 느낄 수 있는 내용이었다.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본문_45페이지


하루키가 달리기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있는지 짧은 글 속에서도 느낄 수가 있다. 책을 읽다 보면 하루키의 뛰어난 표현력 덕분인지 금방이라도 달리고 싶은 마음이 우러날 정도다. 책을 읽다 말고 밖에 나가 뛰고 싶은 마음이 몇 번이나 들기도 했다.


이 책은 꽤 오래된 책이다. 하루키가 2005년 여름부터 2006년 가을에 걸쳐 쓴 글이라고 하니 벌써 20년 전의 글인데도 지금 읽어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것은 하루키의 글에는 남다른 표현력과 비유, 솔직한 고백과 체험에서 우러난 자신만의 회고록이기에 단순할 것 같은 달리기에 대한 글을 쓰면서도 철학적 감동을 준다.




이 책은 달리기라는 행위를 축으로 한 나의 '회고록'으로 읽어 주었으면 한다. _ 서문 중에서


배트가 강속구를 정확히 맞추어 때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구장에 울려 퍼졌다. 내가 '그렇지, 소설을 써보자'라는 생각을 떠올린 것은 바로 그 순간의 일이다. 본문_53페이지


(하루키는 스스로 육체노동이라고 할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건강증진에 가장 효율적이고 지구력과 집중력을 길러주는 달리기를 선택) 하고 나는 그렇게 해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때 나는 인생의 한 분기점 같은 서른세 살,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을 떠난 나이다. 그런 나이에 나는 장거리 러너로서의 생활을 시작해서, 늦깎이이긴 하지만 소설가로서의 본격적인 출발점에 섰던 것이다. 본문_76~77 페이지


나는 소설 쓰기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 왔다. 본문_126페이지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내가 좋아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좋아서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주위의 어떤 것으로부터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왔다._본문 228페이지


나는 올겨울 세계의 어딘가에서 또 한 번 마라톤 풀코스 레이스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년 여름에는 또 어딘가에서 트라이애슬론 레이스에 도전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계절이 순환하고 해가 바뀌어 간다. 나는 또 한 살을 먹고 아마도 또 하나의 소설을 써가게 될 것이다._본문 257~258페이지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_본문 258~259페이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어록을 책 마지막 표지에 요약해 놓았길래 한 번 더 적어본다. 책을 읽다가 내가 밑줄 친 부분과 흡사하다.


책을 읽는 내내 하루키가 달리면서 보는 것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들을 묘사하는 글들을 읽으면서 그곳을 연상하기도 하고 나 역시 마라톤을 뛰면서 공감하고 느끼는 문장들이 많았다. 글을 읽으면서 섬세하고 자세하게 표현한 글들을 마주하니 그저 감탄이 나올 뿐이다. 글을 쓰고 마라톤을 뛰는 연결점이 있어 더 마음에 다가오지 않았을까?


마지막 묘비명에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라는 문구와 작가(그리고 러너)라는 것을 빼놓지 않고 적고 싶을 만큼 하루키의 인생에서 마라톤은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삶의 중심이었을 것이다.


소설가라는 직업에- 적어도 나의 경우라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지만- 이기고 지고 하는 일이란 없다. 판매 부수나 문학상이나, 비평을 잘 받거나 못 받거나 하는 일은 뭔가를 이룩했는가의 하나의 기준이 될는지는 모르지만 본질적인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자신이 쓴 작품이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도달했는가 못했는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며 그것은 변명으로 간단하게 통하는 일이 아니다. 타인에 대해서는 뭐라고 적당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을 쓰는 것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과 비슷하다. 본문_26페이지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글을 쓰는 것도 달리기를 하는 것도 언제까지 얼마 동안이나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하루키가 말하는 소설가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재능과 집중력 그리고 지속력을 꼽았다.


글을 쓰는 재능은 없으니까 두고라도 집중력과 지속력을 발휘해 글을 쓰고 건강을 도모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글을 쓰는 일도 힘든 일이다


꾸준히 마라톤을 뛰고 또 한 살을 먹고 계절이 순환하고 해가 바뀌어 갈 때까지 그렇게 나도 글을 쓸 수 있었으면 한다.


나는 올겨울 세계의 어딘가에서 또 한 번 마라톤 풀코스 레이스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년 여름에는 또 어딘가에서 트라이애슬론 레이스에 도전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계절이 순환하고 해가 바뀌어 간다. 나는 또 한 살을 먹고 아마도 또 하나의 소설을 써가게 될 것이다._본문 257~25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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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저자무라카미 하루키출판문학사상발매2016.12.15.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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