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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by 말상믿


나의 집중력은 때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관심이 있는 것들에 대한 행동을 할 때면 집중력은 꽤 높아지고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것은 집중력 역시 확 떨어진다.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집중력은 얼마나 그것에 대해 몰입하는지가 결정한다. 예전보다 집중력은 많이 떨어졌다. 한 가지에 집중하면 보통 2~3시간은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집중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집중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는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것을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닌 현대 사회 시스템으로 해석하고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해결책으로 모색하고자 하는데 흥미가 간다.



요즘은 사람들의 집중력을 흩트릴 만한 요소가 곳곳에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하게 접하는 스마트폰의 짧은 영상이나 광고, 유튜브 등은 확실히 주의 집중을 흩트려 놓는다. 무언가에 집중하려고 책상에 앉은 지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았는데 휴대폰에서 자꾸 알림 소리가 들린다.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휴대폰이 편리성을 넘어 우리 삶을 쉴 수 없는 어떤 지경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전 세계 모든 곳에. 집중하는 우리의 능력은 붕괴하고 있다. 미국의 10대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한다. 직장인들의 평균 집중 시간은 단 3분에 불과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단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내 문제만은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문제가 되고 있음을 알게 되어 약간의 안도감(?)도 느껴진다.


현대인들의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은 수면 부족, 과도한 업무, 영양 문제, 심지어는 대기오염까지 훨씬 더 깊고 복잡한 구조적인 문제들과 얽혀있다. 그래서 집중력을 단순히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보다 사회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얘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챕터는 6장 '우리를 추적하고 조종하는 테크기업들'이다. 집중력 파괴는 그들의 사업 모델이다.


『그는 구글이 그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더 많이 참여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만 하도록 대다수 직원을 몰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참여도가 높다는 말은 곧 집중력을 더 많이 빨아들이고 사람들을 더 많이 방해한다는 뜻이었다』


『이 기업들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더 오래 들여다볼수록 더 많은 돈을 벌었다. 그게 전부였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이들은 사람들의 집중 시간을 끝장내려고 전자기기나 웹사이트를 설계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혼란을 심고 우리를 멍청하게 만들려는 조커가 아니다. 이들도 명상과 요가에 많은 시간을 쓴다. 자신이 설계하는 웹사이트와 전자기기를 자녀가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아이들을 전자기기 없는 몬테소리 학교에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사업 모델은 사회 전체의 집중 시간을 장악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엑손모빌이 고의로 북극의 빙하를 녹이려 하는 것이 아니듯, 집중력 파괴도 이들의 목표가 아니다. 그러나 집중력 파괴는 현 사업 모델의 불가피한 결과다. _ 본문 글 p182』


이 글을 읽고 불과 몇 달 전 유행으로 번졌던 것이 생각났다.

챗 GPT의 지브리 스타일로 사진을 변형해 주는 기능이다. 이것도 한번 분위기를 확 휩쓸고 지금은 조금 잠잠해졌다. 평소 챗 GPT를 사용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자신의 사진을 예쁜 지브리 스타일로 변형시켜 주는 이 기능에 마음을 뺏겨 평소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람도 이 기능으로 유입되어 짧은 시간 가입자가 확 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에겐 엄청나게 멋진 빵이 있었어요. 비밀스러운 재료로 만든 빵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우리가 전 세계에 빵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고, 모두가 그 빵을 먹고 있는 거예요. 그때 함께 일하는 과학자 중 한 명이 다가와서 이렇게 말하는 거죠. 그나저나 이 비밀스러운 재료가 암을 유발하는 것 같습니다. 본문 글_ p187』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AI 시대를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 시대에 편승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단순한 생각이 어떤 기업의 사업모델이며 그 사업모델은 우리의 집중력을 파괴하고 흐트러뜨리는데 일조한다는 생각을 하니 이마저도 그들의 계획에 아무 생각 없이 마루타가 되고 있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우리는 단순히 집중력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난당하고 있다.



우리의 집중력이 잘 자라서 잠재력을 온전히 피워내려면 특정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성인에게는 몰입이 필요하고, 책을 읽고, 자신이 집중하고 싶은 유의미한 활동을 찾고, 자기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생각이 배회할 공간을 마련하고, 신체활동을 하고, 잘 자고, 뇌가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도록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안정감을 느껴야 한다. 또한 우리의 집중력을 방해하고 성장을 막기 때문에 차단해야 할 것들도 있다. 지나친 속도와 전환, 지나친 자극, 우리를 공격하고 중독시키는 침략적 기술, 스트레스, 탈진, 우리를 각성시키는 식용색소로 범벅인 가공식품, 대기오염이 그러한 것들이다.(본문 글_ p420)


언젠가 사놓고 계속 읽어야지 했던 책을 펼치는 데 꽤 오래 걸렸다. 읽고 싶은 책을 미리 구입해 놓으면 이렇게 좋은 점도 있다. 읽어야지 생각하고 사놓지 않으면 시간이 흐르면 금방 잊히게 되는데 책을 구매해 놓으면 언제고 마음이 닿을 때 이렇게 꺼내 읽게 된다.


갈수록 집중력이 약해지고 우리를 유혹하는 수많은 것들로부터 몰입과 집중력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로부터 어떻게 멀어질 것인지. 나의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나는 이 책을 읽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시간만이라도 휴대폰의 소리를 없애고 다른 곳에 두는 노력을 기울여 본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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