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으면서 약간의 우울이 왔다.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하다가 집에 있으니 무료하기도 하고 나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에 허탈감이 느껴졌다.
남편은 직장 일로 바쁘고 아이들도 자신의 일들로 바빠 정작 엄마가 일을 그만두고 겪는 마음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과 힘듦을 대체로 가족에게 위로받고 알아주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가족이라고 해도 각자 자신의 하루를 치열하게 사느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간다. 같이 산다는 이유만으로 의지하고 알아주지 않으면 서운한 마음을 갖기에는 각자의 삶이 너무 바쁘다.
가족들이 모두 출근을 하고 멀거니 소파에 앉아 있다가 문뜩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왜 이런 생각으로 자신을 힘들게 하고 있을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론 내리고 속상해하고 있다. 이런 하루 일과들이 전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기력해져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그런 하루하루가 반복이 되던 어느 날 우연히 책꽂이에 꽂힌 책을 보게 되었다. 평소 책에 관심은 있으나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책을 사놓기만 하고 읽지 않았다. 그렇게 읽지 않은 책도 많았고 책의 서두만 읽고 덮어놓은 책들도 눈에 들어왔다. 관심 있어서 산 책들이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책꽂이에 꽂혀 있는 걸 보면서 책을 꺼내 들어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다. 그게 책을 다시 읽게 된 첫 시작이었다.
뉴스 기사에서 우리나라 독서 평균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우리나라의 성인 60%가 독서를 안 한다고 한다. 1년 평균 독서량은 3.9권이며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정부 통계가 나왔다. 성인 독서율이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나 역시 5년 전만 해도 1년에 책을 몇 권이나 봤나 생각해 보니 2~3권을 겨우 사서 읽을 정도였으니 통계 수치를 보며 끄덕일 수밖에 없다.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74.5로 가장 많았고 30 대 68% 40 대 47.9% 60세 이상은 15.7% 등이었다.
이 기사에 50대는 없어 조금은 궁금했지만 통계를 보아도 대략 어림짐작은 든다. 이 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는 '시간이 없다'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스마트폰이나 다른 매체를 이용해서''습관이 들지 않아서'등이 있다. 그리고 흥미로운 것은 소득에 따라 독서율도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월평균 소득 500만 원 이상은 독서율이 54.7%인 것에 반해 월평균 소득 200만 원 이하의 독서율은 9.8% 머문다. 성인들이 책을 읽기 가장 어려운 이유로 24.4%가 일 때문이라는 게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다. 나만 해도 일할 때는 관심 있는 책을 사놓고도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읽지 않았으니 대부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책 읽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평소 책 읽는 습관이 안 돼 있어 조금만 책을 봐도 졸리고 그때만 해도 대부분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다 보니 쉽게 잠이 들기도 했다. 오래 앉아 있지 않았는데도 허리가 아프고 목도 아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책을 놓고 싶지는 않았다. 처음 책을 볼 때는 30분 읽고 책을 덮고 또 20분 보고 집안일하고 틈틈이 읽어서 그런지 책을 읽는 진도는 잘 나가지 않았다. '뭐 급할 것도 없고 천천히 읽으면 되지 뭐'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나의 속도를 맞춰 읽어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그런데 평소 책을 읽으면 끝까지 못 읽고 중간에 덥고 읽다 말고를 반복했을 때에는 책을 읽는 희열을 느낄 수가 없었는데 책을 한 권 다 읽고 나니 뭔가 희열이 느껴졌다.
책은 가까이할수록 친해지고 멀리할수록 쳐다보기도 싫은 게 책이다. 생각해 보면 책 한 권 다 읽기도 어려웠던 내가 지금은 1년에 50권 정도를 읽는다. 한주에 1권 정도 읽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 읽으면 이렇게 읽을 수 없을 것이다. 독서 평균만 보더라도 그러하지 않은가? 책을 안 읽는 사람은 한 권도 안 읽고 책을 읽는 사람은 1년에 100권도 읽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너무도 다른 양상을 띤다.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니 책에 흥미가 생겼다. 그동안 책은 읽어야 한다는 욕심과 마음만 있었지 진정으로 내가 원하고 필요해서 책을 읽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먹고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책이 주는 재미와 유익성은 읽는 책에 따라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다. 누구는 수필과 에세이를 좋아해서 읽고 어떤 이는 자기 계발이 좋고 또 어떤 사람은 시와 문학을 읽는다. 그중 나는 자기 계발서를 읽는 게 너무 좋았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집에서 쉬면서 무료함을 갖는 나에게 무언가 자극이 필요했는데 자기 계발서는 그런 자극을 주기에 충분했다. 책은 한 권을 읽더라도 자기가 읽고 싶거나 좋아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을 읽으면 책 읽는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내가 책을 본격적으로 읽게 된 계기도 몇 년 전 주식 붐이 일어 개미 동학운동의 일원으로 재테크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 첫해 운 좋게 오르는 장을 만나 투자의 재미를 보고 주식에 관한 책을 읽었다. 주식 관련 책을 18권을 사서 봤으니 1년에 책 한 권을 다 읽기도 어려웠던 나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게 책을 읽고 투자를 했다. 물론 지금은 주식에 투자금이 물려 꼭 공부한다고 다 수익을 보는 것은 아니라는 깊은 깨우침을 얻었지만 책을 읽고 주식에 기본을 알게 된 부분은 너무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이후 나는 부동산에 관한 책도 한 번에 10권 이상을 보고 경매 관련 책도 경매에 대한 기본과 나의 궁금증이 해결될 때까지 책을 사서 읽었다. 그렇게 배운 경매로 입찰도 해보고 부동산 투자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기의 관심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책에 대한 흥미는 저절로 생긴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동안은 남들이 보는 베스트셀러나 책 매대에서 기웃거리며 남들이 좋다는 책 위주로 사서 읽고 그마저도 다 읽지도 못했는데 자신의 관심과 흥미가 있는 관련 책을 읽으니 책 한 권을 읽는 것은 시간문제다.
책은 남이 추천해 주는 책이나 베스트셀러를 보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 나에게 필요하고 내가 지금 궁금해하고 알고 싶은 내용이 있는 책을 읽기를 권한다. 그렇게 1권의 책을 읽고 흥미를 갖게 되면 다음 책이 궁금해진다. 신기하지 않은가? 1년에 책 한 권을 다 보기도 어려웠던 내가 50권의 책을 읽고 그것도 자신에게 필요하고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의 책을 골라서 읽을 수 있다는 게 마냥 신기하고 이런 변화가 너무 놀랍기만 하다.
책은 나에게 롤 모델이 되어준다.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좋은 롤 모델을 만나 그 롤 모델에게서 인생의 경험을 배우면 좋겠지만 이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롤 모델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있다. 그것은 책이다. 요즘은 북튜브가 인기다. 20분~40분 정도에 책 소개를 하는 북튜브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책을 읽을 시간이 없을 때 활용하는 방법으로 좋을 수 있지만 짧은 시간에 소개되는 글의 인사이트만 듣고 그 책이 전하려고 하는 것을 온전히 다 알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책은 책으로 읽을 때 온전히 다가오는 맛이 있다. 그 맛을 알기 전에는 미처 모른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성비 좋은 맛을 보고 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