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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by 말상믿


마음이 힘들고 복잡할 때는 주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는다.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일반 평범한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해답을 주시는 법륜스님의 말씀을 듣고 있다 보면 지금 내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 법륜스님 말씀 중에 들을 때마다 지혜를 얻지만 특히 와닿은 말씀 중에 인정하기가 있다.



모든 것은 인정하면 편해진다는 것. 남의 생각을 부정하며 나와 다르다고 내 생각에 맞추려 하지 않고 그저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 그뿐이라는 것이다. 같아야 된다가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이라고 인정하면 된다는 것. 나와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 괴로움을 만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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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은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심정을 말하며 인정하다는 확실히 그렇다고 여기다 라는 뜻이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상대방과 대화할 때 "그래 인정할게"라는 말을 쓰곤 한다. 대개 이 표현을 쓸 때는 진짜 상대방을 인정해서 쓰는 것보다는 어떤 상황에 타협점을 보기 위해 인정한다는 표현으로 마무리할 때가 많다. 인정은 받기도 어렵고 인정하기는 쉬운데 인정받기 원하고 인정하기 꺼린다라는 인정 표현이 있을 정도니 스스로든 상대방이든 인정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법륜스님 즉문즉설에 끊임없이 질문 주제로 올라온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에 심리로 그게 잘 안된다는 것을 말하는 증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인정하다, 인정해야 편하다는 것은 남을 위한 인정이 아닌 자신의 인정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 스스로도 인정을 하지 못해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는데 어떻게 상대방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은 남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 가 아닌 자신이 남과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더 먼저 선행되어야 진정으로 남을 인정하는 마음까지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은 살아가면서 늘 남과 비교를 하면서 자신을 깎아내리고 다른 사람에 의해 기분이 좌지우지된다.

방금까지도 괜찮았던 기분이 친구와의 대화에서 비교를 통해 기분이 나빠지기도 하고 말과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자신 스스로 어떤 기준의 잣대를 상대방과 비교하면서 자신이 낮다는 생각에 우울해지기도 한다.



우스갯소리로 "아내가 다이아 반지를 끼고 잘 차려입고 외제차 타고 동창회 나갔는데, 시무룩해져 돌아와 이유를 물으니 '나만 남편이 있더라'라는 웃지 못할 블랙 유머가 남과의 비교를 통한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우리 사회를 말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은 다른 사람들과 특히 비교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좀 심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꼴을 잘 못 본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운을 불안해하고 질투하고 시기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행운을 자랑이라 여기며 배 아파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속담에도 남이 아닌 가까운 사촌인데도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을까? 요즘에는 사촌도 가까운 친척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해도 예전 속담인 것을 생각하면 예나 지금이나 배 아픈 마음은 비슷했나 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밥이라도 한 끼 얻어먹을 수 있고 그도 아니면 사촌이 돈이 없어 꿔달라거나 힘들다는 얘기만 안 들어도 얼마나 좋은 일인데 배가 아프다니 아이러니하지만 이게 인간의 본능적인 마음임을 또 인정하고 알아가는 지혜가 필요할 뿐이다.



나만 해도 딴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힘들 때가 많았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했는데 남편의 직장이 빵빵해서 나보다 더 빨리 집을 사고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고

나는 살기 바빠 앞만 보고 달리는데 친구는 여유를 부리며 놀러 다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분이 우울했다.

남들은 큰 어려움 없이 저렇게 살 사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생각하며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많았다.



법륜스님의 말씀에 의하면 이런 마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저 그런 마음이 드는구나 하고 인정하면 되는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시기 질투하는 게 문제라는 것. 생각해 보면 다 맞는 말인데 쉽지 않은 것도 인정하기가 어려운 하나의 예 일 것이다.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자신의 자존감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자존감이 높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는 뜻과 함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는 성향 또한 높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든 다른 사람이든 있는 그대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똑같은 상황과 똑같은 말에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한 번씩 꼬아서 보는 경향이 있다.



10년 전쯤 나는 직장을 다니면서 외모 공격을 받을 때가 있었다.

물론 나쁜 의도로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때는 그 사람의 말 한마디가 신경이 쓰이고 듣기도 싫었다. 굳이 내가 듣기 싫은 척을 하면 이상해 질까 봐 그냥 웃어 넘기 긴 했지만 늘 집에 오면 그 말이 신경이 쓰이고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한때 얼굴을 성형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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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기분 나쁜 말도 아니다. 그 사람은 나를 볼 때마다 꼭 한마디 하는 소리가 있었다. "자기는 필리핀 사람 닮았다""동남아 쪽 얼굴이야"라는 소리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소리가 왜 기분이 나빴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그때만 해도 살이 없고 몸이 외소 한 데다가 피부도 까무잡잡했던 터라 동남아 사람 이미지를 연상할 수도 있었겠다 싶다. 그런데 얼굴을 볼 때마다 그 얘기를 하는 사람을 보면서 앞에서는 괜찮은 척하고 뒤에서는 짜증이 났던 것이다. 내가 짜증이 난 이유는 뭐였을까? 동남아 쪽 얼굴 닮았다는 소리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기분 나쁜 말도 아니었는데도 이 말을 인정하기까지 나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이 말에 기분 나빠한다는 것은 무언가 그 말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생각에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었다.



지금은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없지만 그 이후 어느 정도 마음에서 인정하고 난 뒤에 그런 소리를 들을 때면 "아 그래요. 우리 조상님 중에 동남아 분이 계시나? 하고 웃어넘기며 한마디를 더 덧붙인다. 몇 년 전 부모님이 대만에 여행을 가셨는데 아빠가 힘들어 쉬느라 일행들과 조금 떨어져 앉아 계셨다고 한다. 그때 대만 현지인들이 아빠한테 와서 인사를 하면서 뭐라고 얘기를 하고 갔다는 말을 듣자마다 우리 형제들은 다 빵 하고 터져서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아마도 나뿐만이 아니라 아빠를 닮은 우리 형제들은 그런 소리를 한 번쯤은 들어 본 것 같다. 인정한다는 것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게 첫 번째다.



생각해 보면 인정하는 삶은 행복하다. 행복은 결코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상처를 받으며 자존심이 상하게 되면 그 순간 행복은 멀어진다.



1년 전부터 시작한 명상은 나를 알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 줬다. 물론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명상 중에 수없이 떠오르는 생각들로 집중이 안 되기도 하고 한 번은 명상 중 눈을 감고 있는데 너무 무서워서 눈을 감을 수가 없는 경험을 했다.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데 영영 그대로 눈을 뜨지 못할 것 같은 중압감이 오는 날도 있었다. 지금은 20분 유도 명상을 즐긴다. 명상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명상이 나의 평안과 자존감을 높여 준다는 것이다. 자존감은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 의해 좌우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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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행운을 같이 즐거워하고 같이 나눈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얘기하면 함께 즐거워하고 즐거운 일에 기꺼이 동참하며 좋은 피드백을 준다. 그래서 사람의 인간관계에서 자존감이 높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큰 행운인 것이다. 자신의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변화와 성장에도 진심으로 기뻐하고 격려하며 피드백을 준다. 진심은 말로 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전달이 되곤 한다.



자신의 약점이나 단점을 숨기고 감추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갖으며 자신을 인정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여기에서 행복해지는 일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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