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귀환은 '아무런 사고나 문제없이 안전하게 돌아옴'을 의미하는 단어다.
'무사'는 '탈 없이 편안함'을, '귀환'은 '돌아옴'을 뜻한다. 이를 합쳐 안전한 귀환을 나타낸다.
보통 전쟁 후 군인의 귀환이나 실종자 귀환 기원으로 쓰는 단어다. 일상에서 '무사 귀환'이라는 말은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오늘 나의 하루에 '무사 귀환'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오전 11시 서울에서 책 관련 인터뷰가 있었다. 새벽부터 내린 비가 아침에 더욱 거세졌다.
나는 보통 서울에 일이 있을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자차가 있지만 서울 도로 특성상 길을 몰라서 자주 헤매기도 하고 운전은 자신 있지만, 모르는 길 운전은 스스로 서투르다는 생각에 좀처럼 자차를 이용해서 서울을 가지 않는다.
이번 인터뷰하는 장소를 사전에 보니 서울 언니네 가게 근처에서 5분 거리다. 서울 언니네 집은 가끔 일결이 있을 때마다 자차를 가지고 간다. 길이 익숙하기도 하고 가까운 근거리에 언니네 가게가 있기 때문에 인터뷰를 마치고 언니네 가게에 들러 점심이나 먹을 겸 자차를 가지고 호기롭게 출발했다.
비가 오는 날이기도 하고, 아침 출근길에는 평소에도 많이 막히는 도로라 여유 있게 아침 8시에 출발했다.
보통 같으면 1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2시간 30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침 호기롭게 출발할 때는 빨리 도착하면 언니네 잠깐 들렀다 목적지로 이동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지만, 출발 30분 만에 알게 되었다. 그나마 약속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한다는 것을.
1시간가량의 인터뷰를 마치고(인터뷰는 PD님이 잘 이끌어 줘 걱정했던 것보다 무난히 마쳤다.) 언니네 들러 맛있는 초밥에 동태탕을 먹고 잠깐 앉아 수다를 떨었다.
오는 길에 워낙 오랜 시간이 걸리고 오후에 비가 더 올 것을 걱정해 서울에 잠깐 비가 소강상태일 때 집으로 출발했다.
30여 분 왔을까?
그때부터였다.
장대 같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우두둑 우두둑 차 앞 유리에 묵직하게 부딪치며 소리를 낸다. 순간 앞이 보이질 않는다.
차 와이퍼를 최고 빠른 상태로 조절하고 운전을 해도 장대 같은 비를 다 닦아내는 데는 무리다. 이렇게 많은 비가 쏟아질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도 잠깐, 시속 20도 못 내고 비상 깜빡이를 켜고 운전을 했다.
앞에 가는 다른 차량들도 비상 깜빡이를 켠 상태다.
30년 운전하면서 이렇게 장대 같은 비를 만나기는 처음이다.
너무 많은 비가 내려 앞이 안 보이기 시작하니 편하게 하던 운전이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선 그 자리에 서있고 싶었다.
이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될까?
그러나 차량들은 어렵고 힘들지만 조금씩 움직이며 나아간다. 국지성 폭우로 고속도로에도 물이 순식간에 불어나는지 차가 붕 떠서 가는 느낌을 받는다.
물살이 차를 밀어내는지 밟아도 앞으로 잘 나가지도 않는다. 시속 20을 놓고 가는데도 차량이 앞으로 나가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은 처음이다.
얼마를 왔을까?
그렇게 30여 분 긴장을 하며 운전을 했을까? 아니면 더 짧은 시간이었을까? 운전하면서 이러다 잘못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 온난화로 더울 때는 너무 덥고 비가 한 번씩 내릴 때면 무서울 정도로 내린다. 너무 긴장한 탓에 어떻게 운전을 하고 왔는지도 모르겠다.
집에 오는 길에 신기하게도 일정 구간이 지나고 수원쯤 왔을 때 수원은 비가 언제 왔냐는 듯 흐리기만 하고 도로는 말라있는 상태였다.
잠깐의 시간차가 놀라울 정도다.
방금 뚫고 나온 그 비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원은 평온했다. 그렇게 2시간이 걸려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해 긴장이 풀어졌는지 씻지도 않고 소파에 누워 잠이 들었다. 저녁 식사도 배달시키고 남편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뉴스를 들었다.
서울에서 폭우를 지나온 도로가 안양쯤이었는데 다행히도 지나가는 비였는지 저녁 뉴스에 안양은 아무런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
이번엔 인천과 김포가 물난리로 시끄럽다.
오빠는 인천 살고 남동생은 김포 사는데..
오빠와 남동생에게 안부전화를 하고 끊었다.
오늘은 이래저래 내 속이 시끄러운 날인가 보다.
"여보, 나도 오늘 죽다 살아났어."
"나 완전 무사귀환한 거야~"
"30년 동안 운전하면서 그런 비는 처음 봐."
남편에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응석도 부려보고 위안도 받는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탈 없이 편안함'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또 느낀다.
인터뷰 1시간을 위해 왕복 5시간가량을 소요하며 뜻하지 않은 경험을 했다. 어제 했던 걱정과 불안은 어찌 보면 행복한 투정이다.
우리의 삶은 늘 예기치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 보면, 지금 탈 없이 편안한 오늘 이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가.
'무사' '탈 없이 편안함'
이번 폭우도 큰 피해 없이 잘 지나가기를 바라본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