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말이 아니잖아."
단지 관심받고 싶었던 건데.
그 맘도 몰라주고
괜히 짜증 내고 신경질적이야.
대화를 하다 보면 표현 부족인지
말투 때문인지
전달이 왜곡될 때가 있다.
분명 말하려는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그 말을 듣는 상대방이
내가 전하려는 의도와는 달리
다른 반응을 보일 때면
'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오랜만에 딸들 줄 반찬을 했다.
처음 분가할 때만 해도 자주 해주다가
요즘에는 젊은 애들이 밥 먹는 것도 귀찮아하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것 위주로 먹다 보면
반찬을 해줘도 잘 안 먹는다는 말에
굳이 해달라고 하지 않으면
마음 써서 만들어 주지 않았다.
그러다 어제 작은딸과 통화를 했다.
요즘 냉장고에 먹을 게 없어서 대충 먹고 다닌다며
급할 때는 라면을 먹거나 그냥 배달시켜 먹는다고 했다.
"에구.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잘 먹어야지."
"냉장고에 반찬도 없고 급하게 먹으려니 없어서
그냥 라면 같은 거로 때우게 돼"
"엄마가 반찬 좀 해줘?"
"어, 그럼 나야 좋지 엄마."
"그래, 알았어. 내일 아빠 편에 보내줄게."
"응. 고마워요. 엄마"
시작은 기분 좋게 했다.
남편이 오기 전부터 저녁 준비에
딸들 줄 반찬 만들기에 바쁜 저녁이었다.
남편과 저녁식사를 하고 정리 후
그 이후에도 반찬 만들기는 계속됐다.
한번 만들다 보니
이것도 해주고 싶고 저것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엄마 마음일까?
종류가 하나 둘 늘어난다.
당연히 이것저것 만들다 보니
설거지가 산더미다.
남편은 일찍 저녁식사를 마치고
안마기를 차지하고 있다.
TV는 켜놓은 상태지만 보지는 않고
핸드폰만 만지작거린다.
에어컨에 선풍기까지 돌아가고 있지만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나에게 까지는
전달이 되는 것 같지 않다.
저녁 내내 만들고 치우고 정리하다 보니
밤 9시가 넘었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여보, 자기는 가끔 설거지 도와주면서
설거지 많다고 투정하잖아."
"마누라는 밥 먹고 지금 이 시간까지 설거지해도
아는 척 한번 안 해주면서."
"저녁 내내 하는 것 보면서 물어볼 수도 있잖아."
"몇 시간째 주방에서 뚝딱거리고 있는데
아는 척 한 번을 안 하냐."
"설거지는 많냐?, 아직 멀었냐?"
"마누라가 하는 일에 그렇게 관심이 없어."
왜 그런 건지 내 말투 역시 퉁명스럽게 나갔다.
평소 같으면 그냥 무심히 지나가거나
"또 왜 그래, 뭐 도와줘?"라고 했을 남편이
오늘은 같이 퉁명스러운 말투로 받아친다.
"또 뭐가 불만이야?"
"요즘 당신 왜 그러냐."
"집에만 오면 이렇게 스트레스를 주냐."
"밖에서도 안 받는 스트레스를 집에서 받아야 돼?"
"나처럼 당신 많이 도와주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렇게 불만이 많냐."
"오늘 설거지 안 도와줬다고 그러는 거야?"
"내 말이 당신한테 스트레스를 준다고?"
"어떤 말이?"
"그럼, 난 당신한테 어떤 응석도 부리면 안 돼?"
"오늘 내가 한 말이 뭐가 그렇게 화날 일이라고 그렇게 화를 내."
"그리고 내가 당신한테 무슨 스트레스를 준다고 그래?"
"나는 당신한테 잔소리 안 하고 산다고 생각하는데."
순간 집안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자 시작한 말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딸들 줄 반찬을 하면서
남편이 알아주기를 바랐던 마음이었다.
설거지를 도와주지 않아서
투정 부리는 말이 아니었다.
장거리 출장 다녀온 남편에게
설거지를 시키고 싶은 마음은 1도 없었다.
내가 원하는 남편의 말은
"아직도 할 게 많아. 우리 마누라 딸들 때문에 고생이 많네"였다.
그저 관심받고 싶었던 건데.
나의 말투가 퉁명해서였을까?
힘들다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말투에 힘듦이 전달이 되었을까?
딸들 위해 오랜만에 반찬을 만들면서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힘들거나 짜증 나는
말투도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그저 남편한테 관심받고 싶어서 한 말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힘들고 짜증 내는 엄마가 되었다.
딸들이 분가하고 남편과 둘이서 식사를 하다 보니
반찬 만들 일도 많이 줄었다.
손이 큰 나는 한번 하면 양이 많다.
딸들이 있었을 때는
"엄마가 만든 건 뭐든 맛있다"라며
잘 먹어줘 그 양이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은 남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반찬 만들 일도 줄어들고
그때그때 필요한 양만 만들어 먹게 된다.
그러다 오랜만에 딸들을 위해
이런저런 만든 많은 반찬은
힘든 노동이 아니라 기쁘게 할 수 있는 사랑이었다.
남편과의 작은 다툼이 있기 전까지는.
때로는 대화가 왜곡되어 전달될 때가 있다.
상대의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
받아들이는 온도가 다를 수도 있고
내가 전달하고 듣고 싶은 말이
나의 말의 톤이나 억양, 말투에 따라
상대의 마음 어딘가를 기분 나쁘게 했을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말은 하려는 나의 의도가
상대방에게 잘못 전달되었다면
그것 또한 나의 잘못이 더 클 것이다.
아침, 남편은 일어나자마자
"굿모닝" 하며 인사를 하고 아침 식사를 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받고 싶지 않았다.
어제저녁에 준비해 둔 반찬을
김치냉장고에서 꺼내 남편 출근길에 보냈다.
작은 딸이 좋아하는 호박잎까지 쪄서 준비하고
여러 가지 반찬을 담으면서 생각한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작은 다툼으로 인해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때로는 나의 일상을 글로 남긴다는 것이
부담일 때가 있다.
글을 쓰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지만,
정작 모두 보는 글에 이런 글을 남기면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누군가는
또 다른 해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오늘의 마음을
굳이 숨기고 싶지는 않다.
어찌 우리 삶이 늘 좋기만 하고
원하는 대로 받고 싶은 대로 받을 수 있겠는가?
때로는 잘못 전달이 되어
마음이 왜곡될 수도 있고
자신이 의도한 바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런 말이 아니라고.
"아직도 할 게 많아. 우리 마누라 딸들 때문에 고생이 많네"
단지 관심이 필요했다고.
꼭 힘들어서가 아니라, 도움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작은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그나저나 우리 딸들이 이런 나의 기분을 떠나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는 마음은 엄마의 마음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하는 말에 의해
자신을 판단받게 된다.
원하든 원치 않든 말 한마디가
남 앞에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 놓는 셈이다.
- 에머슨 -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