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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도 근력이 필요하다

by 말상믿


운동으로 몸의 근력을 키우듯 글쓰기도 계속 써야 근력이 생긴다. 오늘로 모닝페이지 81일 차다. 모닝페이지를 시작한 첫날이 엊그제 같은데 금방 100일이 다가온다. 줄리아 캐머런 <아티스트 웨이>를 최근에 다시 읽고 한번 써봐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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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다카시의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에는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쓰라고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무조건 많이 써보는 것이라며 열 장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왜 중요한지를 말하고 있다.



「말하기를 걷기에 비유할 수 있다면 쓰기는 달리기와 비슷하다. 훈련하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10킬로미터를 달린다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거리를 조금씩 늘려가면서 달리는 훈련을 하면 10킬로미터 정도는 누구나 달릴 수 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10킬로미터를 달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달리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가 전혀 다르다. 10킬로미터를 달린 적이 없는 사람은 '도대체 도착 지점이 언제 보일까?' 하는 불안감과 계속 싸워야 한다. 그만큼 체력도 더 소모된다. 그러나 10킬로미터를 달려본 사람은 스트레스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열 장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글을 길게 쓸 수 있는 기초적인 실력이 생겨서 책 한 권을 쓸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글쓰기 연습에서는 작문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장의 질은 개개인의 독서 체험이나 인생 경험, 그리고 재능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향상되지 않는다. 양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면 질도 향상시킬 수 있다.」라고 했다. 중요 문장만 간추린 내용이다.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글 2,000자를 써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모닝페이지는 공개하지 않는 비밀 글을 써서 그런지 글을 쓰는 동안 부담이 없었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노트북 모니터 앞에 한참을 앉아 고민할 때가 많은데 모닝페이지는 책상에 앉으면 그냥 쓰게 된다.


누군가가 보는 글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부담스러운 일이다. 나 역시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에서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글은 혼자 보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사소한 기록도 시간이 지난 뒤 내가 다시 읽을 수 있는 글이고 정말 진솔하게 글을 쓰고 싶다면 비밀 글도 누군가가 읽는다는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한다.


그런 의미로 생각해 보면 비밀 글인 모닝페이지를 기록하는 것도 나의 글쓰기 근력을 키우는 하나의 방법이고 블로그에 누구나 볼 수 있는 글을 쓰는 것도 나의 글쓰기를 성숙하게 만드는 일이다.



계속해서 비밀 글만 쓴다면 글은 늘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만 해서는 글은 나아가지 못한다. 누군가가 본다고 생각하면 글을 써놓고도 여러 번 읽고 수정하게 된다. 그리고 불필요한 글은 지우게 된다. 그렇게 수정을 반복해 공개 글을 쓰다 보면 생각보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글의 완성도는 더 높아진다.


일단 시작하니 80일이 되었다. 100일만 먼저 써보자 생각했는데 이번 달이면 얼추 100일이 되어 간다. 시작이 반이라는 것을 한 번 더 실감한다. 처음 글쓰기 100일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시일도 잘 가지 않았다. 100일의 절반 50일을 채우고도 힘들다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80일을 쓰고도 별로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글쓰기 100일 프로젝트를 완수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10킬로미터를 뛰어 본 사람은 10킬로미터를 달리는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과 같다.



물론 처음부터 공개 글을 썼다면 또 달랐을 것이다. 그 무게에 매일 2,000자를 쓰는 것이 큰 어려움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지금 나의 글쓰기 실력에는 이런 글쓰기가 도움이 된다. 이제 2,000자를 쓰려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뭐든 지금 하는 것에 맹목적인 노력보다는 그것을 왜 하고 있는지부터 의식해야 한다. 왜를 생각하지 않고 계속 반복되는 것을 하다 보면 지치고 힘들어지면 그만두게 된다.


자신이 하는 반복되는 루틴들을 왜 하는지 무엇 때문에 하는지 자신만의 다짐과 목표가 있어야 계속할 수 있다. 나는 지금의 글쓰기가 앞으로 10년 20년 후 글을 쓰는 작가로 살아가기에 많은 연습과 노력의 결과물이 될 거라는 기대가 있다. 그래서 이렇게도 시도해 보고 다른 글쓰기 방법이 있으면 그것도 해보려고 노력한다.


좋을 글을 읽고 필사를 하고 나의 생각을 적기도 하고 운동 후 느낌이나 기록을 글로 남기기도 한다. 그때그때 나의 일상을 글로 기록하는 이유는 시간이 지난 뒤 잊히는 기억들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 많은 것을 잊고 산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는 특히 더하다. 10년 전에 있었던 일들을 잘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 모든 일상을 다 기록할 수는 없지만 그날의 마음과 생각 나의 일상을 기록하다 보면 10년쯤 지났을 때 써놓은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지난 세월을 뒤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글을 쓰면서 어떤 큰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흐른 뒤 나만의 재산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릴 적 연필로 꼭꼭 눌러가며 썼던 일기장을 커서 보면 그때 어린 나이지만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글을 읽으며 웃음이 나기도 하고 그때의 마음이 느껴지듯이 분명 글을 쓴다는 것은 지금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여행을 가면 남는 게 사진밖에 없다며 열심히 사진을 찍게 된다. 사진 역시 현재를 기록하며 추억하는 하나의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사진을 찍다 보면 정작 사진 찍는 것에만 열중하느라 그곳의 공기, 자연이 주는 느낌, 그 장소에서 느낄 수 있는 생각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저 좋은 풍광에 멋지게 한 컷 두 컷 찍고 나면 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정작 그 아름다운 풍광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느끼지도 못한 채 그 자리를 떠나올 때가 많다. 글을 쓰면서 사진 속이 아닌 눈에 담고 마음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나를 본다. 그곳에서의 느낌을 어떻게 글로 쓸까 생각하고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풍광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 머릿속으로 글을 써 보기도 한다. 물론 그런 글은 바로 잊힌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잊히기 전에 글로 적어놓지 않으면 신기하게도 금방 잊힌다.


가끔은 혼자만의 여행도 좋을 것 같다. 한 번도 혼자 여행을 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여행 도중 아름다운 풍광을 만날 때면 한참을 그곳에 머무르고 싶은데 함께 한 일행들이 있어 그곳에 더 머물고 싶어도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럴 때 생각한다. 혼자 하는 여행도 지금은 괜찮을 것 같다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 달씩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떠나 그곳에 머물면서 여행기를 써보는 것도 상상한다. 글을 쓰다 보면 혼자만의 시간이 단단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저 그런 일상의 글이라도 글을 쓰면 생각이 많아지고 사색하는 시간도 늘어난다. 외로움도 자연스럽게 즐기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몸의 근력이 필요하듯 마음의 근력도 필요하다.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데 글쓰기만큼 좋은 것이 없다. 그저 그런 글도 계속 쓰다 보면 근력이 생긴다. 처음 한 줄 쓰기가 어렵지 그 한 줄을 쓰고 나면 글 2,000자를 쓰는 힘도 생긴다. 지금의 나처럼.


누군가가 보는 글이 부담스럽다면 처음에는 비밀 글을 쓰는 것도 좋다. 가끔씩 내 책 <오십의 태도>를 읽고 독자들이 주시는 댓글들을 보면 책을 읽고 다시금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글을 주신다. 책을 쓰고 이런 댓글을 읽을 때면 가장 보람을 느낀다. 내가 쓴 글을 읽고 묻어두었던 마음을 열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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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근력을 키우듯 마음의 근력도 키워보자. 글쓰기는 자신이 더 단단해질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이 글은 오늘 아침 모닝페이지 2,000자를 쓰고 약간의 수정을 거쳐 포스팅하는 글이다.


"원고지 열자(글 2,000자)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글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사이토 다카시 <원고지 열 장을 쓰는 힘>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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