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내 반쪽

by 말상믿


문득 아침에 화장실에서 씻다가 거울을 보니

언제 머리가 또 이렇게 희어졌는지

내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100세 시대 아직은 젊다고 생각하지만,

중년의 나이가 된 신체는 곳곳에서 변화가 보인다.


한 달 전 남편이 희어진 나의 머리가

마음에 쓰였는지

"머리 염색해야겠네"라는 말에

"뭘 해 금방 또 올라올 텐데."

그러면서도 남편이 하는 말이 신경 쓰여 미용실에 다녀왔다.


말끔해진 머리를 보니

'그래 아직은 염색을 해야 할 나이지' 싶다가도

한 달도 안 돼 올라오는 흰머리를 보니

이 짓을 계속해야 하나 싶다.


'왕년에'라는 말이 꼰대 같아서 잘 쓰지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변하는 신체를 보면

'왕년에 나에게도 참 좋은 때가 있었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유독 머릿결이 좋았던 나다.

긴 생머리에 찰랑거리는 머릿결은

주변 시선을 항상 받을 정도였다.

직장 동료들은 내 머리를 만지며

파리가 미끄럼 타도 되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했을 정도다.


그런 머릿결이 세월에 못 이겨

지금은 푸석하고 두꺼워져 빗질도 잘 안 나간다.

언제부터인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염색이

머릿결을 더 상하게 하지만

그렇다고 염색을 안 하자니

관리를 안 하고 사는 사람처럼 느껴져

어쩔 수 없이 또 하게 된다.


나의 희어진 머리에 남편의 마음이 쓰였다면

나 역시 남편의 휑해진 머리숱에 마음이 쓰인다.

아침 출근길 남편의 뒷모습을 보니

애잔한 마음이 든다.

언제 이렇게 머리가 휑해졌는지.


남편 역시 젊은 시절 머리 하나만큼은

백만 불 짜리라고 했을 정도다.

머리숱이 아주 많은 건 아니었지만

빗질만 해도 힘 있게 올라가는 머리가 제법 멋졌다.

남편도 그런 헤어스타일에 약간의 머리 부심이 있는 듯했다.


그랬던 남편과 내가 어느새

머리에는 흰머리가 내려앉았고

머리숱이 듬성듬성 해지는 나이가 되고 보니

함께 살아온 세월에 애심이 돋는다.


"여보 그동안 살아오느라 고생했네."

"처 자식 먹여 살리느라 수고 많았어."

30년을 함께 해온 세월에 부부는

사랑을 넘어 동지애가 느껴진다는 것이 이런 걸까?


올해 남편과 결혼 30주년을 맞았다.

물론 결혼기념일은 한참 남았지만

함께 해온 세월이 벌써 30년이라고 생각하니

참 감개무량하다.


사람의 연이 어떤 억 겹의 인연이 있어

만나고 헤어지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함께 한 세월을 돌이켜 보면

그래도 참 잘 살아왔다 싶다.


남편은 30년을 나의 핸드폰에

'가장 든든한 내 반쪽'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다.

이제는 바꿔야 할 것 같다.

'가장 소중한 내 반쪽'으로.


젊은 날 남편의 든든함이 필요했다.

어려운 시기 남편이 가장으로서

경제적 능력이 있었으면 했고

어느 순간도 힘들어하지 않고

그 자리를 잘 지켜주었으면 했다.


직장을 다니다가 자기 사업을 하겠다며

없는 자금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도

단 한 번도 힘들다 내색하거나

생활비를 주지 않은 적이 없었다.


정작 자신은 너무 힘들어

건물 옥상에 올라가 진짜 힘들어 못하겠다고,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는 말을 나중에서야 들었다.


그 힘든 시간을 내색하지 않고 홀로 버텼을 남편이

안쓰럽고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정말 고마웠다.


그동안 남편에게 가장으로서 든든함을 바랐고

그런 시간을 버텨 지금까지 오게 했다면

이제는 조금씩 그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마음을 내야 하는데 삶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문득 거울에 비친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도

많은 생각이 스쳐가는 걸 보면

어쩔 수 없이 나이는 먹나 보다.


가까이 늘 함께 있어 소중함을 잘 모르고

감사함보다는 당연함을 내세웠다면

이제는 소중함을 더 느끼며

남편에게도 토닥토닥 고마운 마음을 내야 할 때다.


고맙습니다. 당신. 가장 소중한 내 반쪽 ♥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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