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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상믿 Jul 10. 2024

시작하기 좋은 나이 오십


'어쩌다 보니 오십'이라는 말은 이제 흔한 말이 되었다. 지금의 오십은 예전의 우리가 알던 오십이 아니다. 

느낌상은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현실은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그런 변화가 익숙하지 않지만 또 인정해야 한다. 오십 즈음은 더 멋진 인생 2 막을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한다. 아직까지 크게 실감이 되진 않지만 어떻게 살아야 잘 살까 생각이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오십에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좋은 나이라고 한다. 그러나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도 말이 쉽지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 나이를 먹도록 뭐든 시작을 안 해봤겠는가? 오히려 현실은 시작보다는 뭔가를 정리해야 하는 분위기인데, 오십의 나이를 논하면 모두 자신을 찾기 좋은 나이이니 무엇이든 다시 시작하라고만 한다. 


《오십에 읽는 논어》에서도 스물의 미숙함, 서른의 치열함, 마흔의 흔들림도 줄어든 오십은 일관성 있는 일을 시작하기에 좋은 나이입니다라고 말한다. 


오십이 되기 전에는 사는 게 바빠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했다. 오십이 되고 고민이 많아졌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직업이 사라지니 시간은 남고 할 일은 없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을 읽다가 내용이 휘발되는 게 싫어 서평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바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글 쓰는 게 미숙해 무엇을 써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책을 읽고 밑줄 그어 놓은 좋은 문구를 적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것이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쓴 지 1년 5개월이 되었다. 처음 블로그에 글을 써서 포스팅을 할 때만 해도 아무도 내가 쓴 글을 읽지 않았다. 글을 쓰고 포스팅한 뒤 하루가 지났는데 아무도 읽지 않은 글을 보며 스스로 격려를 해주기 위해 공감에 하트를 눌렀다. 지금도 그때 쓴 글에는 여전히 나의 하트 하나만 존재한다. 지금은 블로그에 이웃도 4,000명이 넘어가고 이제 제법 나의 글을 읽어 주는 이웃들이 생겨 글을 쓰고 포스팅을 하면 많은 공감과 댓글이 달리지만 처음 시작은 너무 미미했다.


지금의 나를 보고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예전에 글을 조금 써봤냐는 질문을 한다. 그러나 나의 대답은 노다.

학창 시절 친구의 연애편지를 대신 써주거나,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노트에 적고 외우거나, 편지 쓰기를 좋아해서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은 게 나의 글쓰기 이력이다. 그런 내가 1년 5개월 만에 글을 좀 쓴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정말 쑥스럽고 몸 둘 바를 모르겠지만, 시작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일이다. 처음 시작이 미미하고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포기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성취감이다.


일상의 변화를 주는 어떤 시작은 어찌 보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나의 존재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설레는 도전이기도 하다. 오십의 나이에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좋은 나이라는 말을 지금은 공감한다. 그 시작이 누군가를 위한 게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한 시작을 하고 보니 이제는 자신을 찾기 좋은 나이라는 말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나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처음에는 단순히 책 서평을 쓰고 나의 생각을 적는 정도의 글을 썼다면 언제부터인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겨울 우연히 유튜브에서 김종원 작가가 글쓰기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었다. '삶이 글이 되고 글이 삶이 된다'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그만큼 잘 살고 싶다는 증거'라며 '쓰는 만큼 더 나은 인간이 된다'라는 말을 듣고 진짜 내 글을 쓰고 싶었다. '삶이 글이 되고 글이 삶이 된다.'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날 이후 나는 적극적으로 나의 글을 썼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 나의 생각과 의견을 글로 적었다. 블로그에 대한 공부를 조금씩 했고 어떻게 하면 좋은 블로그를 관리할 수 있는지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블로그에 이웃들이 조금씩 늘고 공감과 댓글도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신기한 경험이다. 같은 사람이 글을 쓰는데 어떤 글을 쓰느냐에 따라 글은 읽히기도 하고 묻히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이웃들의 글을 읽을 때 그 사람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글에 더 공감이 가고 집중해서 읽게 된다. 그렇게 나의 이야기를 담담히 쓰다 보니 블로그에 나의 글이 쌓여 간다. 책 서평과 다른 홍보 글을 쓸 때에는 느끼지 못하던 애정이 생긴다.


처음 블로그를 개설하고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여러 가지 기능들을 이것저것 눌러보고 시도했다. 모르는 것은 블로그 검색을 통해 알아가고 하나씩 수정해 가며 조금씩 스스로 배워 나갔다. 어느 날 남들은 글에 예쁜 사진을 넣는데 저렇게 예쁜 사진은 어디서 구하는 걸까라는 물음이 생겼다. 그런데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도 기본을 알아야 묻게 된다. '무료 이미지 사이트'라는 좋은 명칭이 있지만 그 말을 모르니 검색에 물어보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큰딸을 소환했다. "큰딸 엄마 이것 좀 봐줄래"."이분들은 글에 이렇게 예쁜 사진을 넣는데 엄마도 이렇게 하고 싶은데 이런 사진은 어디서 구하는 걸까?"라고 물었다. 역시..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면 해결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큰딸이 '무료 이미지 사이트'라고 검색창에 적고 들어가 보니 이웃 블로그에서 많이 본 사진들이 가득하다. 무언가를 배울 때 자신이 진지하고 그것을 진심으로 배울 의지가 있다면 모르는 것은 물어보면 누구든 선한 마음으로 배움을 나눠준다. 그렇게 글에 예쁜 사진을 넣는 방법도 배우고 글에 링크를 올리는 방법 등 하나씩 필요에 따라 배움을 늘려가다 보니 지금은 크게 어려움 없이 글을 쓰고 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해서 글을 쓰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느꼈지만 하나씩 배워나가고 그 배운 것을 바로 활용하면서 재미를 느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라는 옛날 속담이 있다. 나는 늦게 배운 공부가 더 재미있어 날 새는 줄 모른다로 바꾸어 말한다. 스스로 자신이 필요해서 시작한 배움은 끝이 없다. 


새로운 것들을 알아갈수록 흥미롭고 작은 것 하나를 배웠는데 그 안에 더 흥미로운 세상이 존재하고 있음에 오랜만에 심장이 뛴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고 가끔은 헤매기도 하지만 그래도 즐거운 것은 내가 원하고 남이 아닌 나를 위한 배움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왜 오십이 일관성 있는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좋은 나이인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시작하고 배우고 경험하면서 그 배움으로 성장하고 있다. 누구의 강요도 아닌 오롯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하기 때문에 일관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오십은 진정한 나를 찾아가기 좋은 시기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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