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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상믿 Jul 12. 2024

힘을 빼야 오래간다


몇 년 전 수영을 배울 때에 일이다. 수영 강사는 음파도 못하는 나에게 자꾸만 힘을 빼라고 한다.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갔으니 힘을 빼야 물 위로 뜬다며 한소리 한다. 숨쉬기도 힘든 나에게 힘을 빼라니 이게 말인지 막걸리인지 수영을 배우면서 씩씩 꺼렸던 생각이 난다. 힘을 뺄 때와 써야 할 때를 아는 것은 전문가나 고수만이 할 수 있다. 그래서 힘 빼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수영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나 악기 연주, 노래, 춤, 명상, 뭐 알고 있는 몸으로 하는 모든 것들은 몸에서 힘을 빼야 좋은 결과를 얻는다. 그런데 사실 힘을 뺀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어느 순간 힘을 빼야 하고 또 어느 순간에 힘을 줘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처음 시작은 더욱 그러하다. 인생도 그러할 것이다.


50이 되기 전에는 잔뜩 힘만 주고 살았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힘이 들어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십의 나이가 되고 보니 이렇게 계속 힘만 주고 살기엔 인생이 너무 길다는 생각이다.


인생 2 막은 지금과는 다르게 조금씩 몸과 마음에서 힘을 빼야 한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오래갈 수 있다. 노후가 편안한 분들을 보면 삶이 유연해 보인다. 꼭 그것이 경제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선택해서 유연하게 사는 모습을 볼 때면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라'라고 가르친다. 상선약수란 물처럼 살아가라는 말로, 스스로 낮추어 모든 것을 이롭게 하며 살아가라는 뜻이다. 물은 아래로 흘러가면서 만물에 생기를 북돋아 주고, 막힌 곳이 있으면 돌아 나가고, 그릇에 모양에 달리하는 능동적인 유연함을 보인다.


세상에는 물보다 약한 것이 없는데 굳세고 강한 것을 공격하여 이기지 못한 적이 없으니 어떤 것도 그것을 대체할 만한 것이 없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굳센 것을 이긴다는 것은 세상에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실천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물 흐르듯 부드러워져라며 자연에 거스르지 않는 자연의 순리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매일 긴장된 삶을 살아간다. 매 순간 힘을 주며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힘과 역량을 쏟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오십이 넘어지고 인생 2 막을 맞이하는 중년의 나이에는 이제 남은 인생 2 막을 잘 살기 위해 조금씩 힘을 빼는 연습도 필요하다고 느낀다. 사실 말이 쉽지 나 역시 어려운 것도 힘을 빼는 것이다.



몇 년 전에 일어났던 친정 가족의 일화다.

친정 가족은 각자의 일로 바빠 자주 모이지는 못하지만 한번 모이면 부모님과 형제들이 모두 모여 대가족을 이룬다. 한번은 강원도 여행 계획을 잡고 가족 모두 동강 래프팅을 타러 갔다. 3팀으로 나눠 래프팅을 즐기며 한참 급류를 타고 내려오다가 일이 터졌다. 부모님이 연세가 있으시고 수영을 못하니 보트를 엎는 것은 하지 말아 달라는 말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래프팅 강사는 우리 친정가족이 너무 즐거워하고 분위기가 좋아 어느 시점에 내려와서 괜찮겠다 싶어 보트를 뒤집어엎었다고 했다. 그때까지 기분 좋게 즐기며 내려왔던 우리 가족은 잠깐의 잘못된 강사의 판단으로 큰 위기를 맛봤다. 평소 수영도 못하고 물을 무서워하는 엄마가 구명조끼를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보트가 뒤집히는순간 물을 먹고 당황하며 몸에 잔뜩 힘을 주고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수영도 못하고 아이들이 어려 남편은 두 딸들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 역시 내 몸 하나 가누기도 어려웠다. 다른 보트에 타고 있던 오빠나 남동생도 수영을 못하기는 마찬가지고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 그 상황을 컨트롤한다는 것도 어려웠다. 순간 몇 분이지만 난리가 난 상황에 엄마는 계속 허우적거리고 있었고 강사는 엄마가 조금 힘을 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만 하고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 짧은 순간 우리 친정가족들은 모두 악 소리를 냈다. 물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건져 낼 거냐는 우스갯소리는 그날 이후 입 밖으로 꺼내 본 적이 없다. 그렇게 짧지만 긴 시간이 흐르고 엄마가 지쳐 힘이 빠져 더 이상 힘을 주지 못한 상황이 되자 강사는 엄마를 구했다. 결론적으로 보면 그 강사의 말처럼 힘을 뺄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출을 한 것이 맞았을지 모르지만 그날 이후 우리 형제는 한동안 서로에게 불신이 남았다.


그런 상황에 아무도 뛰어들지 못하고 엄마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지켜봤던 우리는 모두 불효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우리 엄마 황천길 갈 뻔했다는 우스갯 말로 그날을 이야기하지만 그때의 일은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다. 


나는 몸에 힘을 빼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면 늘 그날을 생각한다. 구명조끼를 입고 몸에 힘만 빼면 그저 둥둥 떠 있을 수 있는데 순간 몸에 힘을 더 주고 몸부림을 치니 구명조끼는 구조용품이 아니라 몸에 거추장스러운 위협용품으로 변한다. 어찌 보면 우리 인생도 이러하지 않을까? 알면서도 힘을 빼지 못하고 결정적인 순간이 되어서야 그것을 놓고 힘을 뺀다. 인간은 더 잘 살고 싶고 더 좋은 조건을 누리며 살고 싶어 더 많은 힘을 주고 산다. 알면서도 힘을 빼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힘은 적당히 조절할 줄 알아야 인생이 조금은 유연해지고 편안해지지만 적당히 힘주고 적당히 힘을 빼는 유연성을 갖는 것도 인생의 고수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오십에는 조금은 힘을 빼는 노력을 기울여 본다. 지금껏 잔뜩 긴장하고 힘을 주고 살았다면 이제는 조금씩 힘을 빼는 연습이 필요하다. 지금보다 더 잘 살고 싶은 인생 2 막을 맞이하기 위해 지금의 내 마음과 나의 현실을 알아차리자. 자식이나 가족 문제를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내려놓고, 조금은 유연하게 바라보자. 지금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인정하며 조금은 힘을 뺄 필요를 느낀다. '알아차림', '내려놓기','인정하기' 힘을 빼야 오래간다.


자동차 앞바퀴가 모래밭에 빠져서 아무리 액셀을 밟아도 자동차 바퀴가 헛돌기만 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바퀴의 바람을 빼서 타이어를 넓게 퍼지게 만들어 주면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인생에도 이런 힘을 빼는 지혜가 필요하다. 너무 모든 것에 완벽함의 잣대를 기대하지 말고 조금씩 내려놓기. 인생의 틈과 실수도 인정하며 내 보이자. 조금은 유연하게 물 흐르듯 살아가는 삶. 어렵지만 오늘도 조금씩 힘을 빼자.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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