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형제들이 모두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이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형제들의 이야기는 무엇으로 시작했든지 끝은 건강과 운동이다. 한참을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다가 남동생이 나를 보며 말한다.
"근데 누나, 나는 진짜 누나가 그럴지 몰랐다"
"우리 누나가 그런 옷을 입고 운동을 한다고?"
"진짜 생각도 못 했네"라며 고개를 젓는다.
"응. 갑자기. 그건 무슨 말이야?"
"어떤 옷? 레깅스? 그게 왜?"
"뭐가 문제인지 나는 잘 모르겠는데"라고 하자 옆에 있던 큰오빠도 말을 거든다.
"야. 동생. 그건 나도 별로야. 쳐다보기 민망해서 꼴불견이야"
"무슨. 운동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운동하면 안 불편하냐?"
"보는 사람이 다 민망해"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형제들의 생각은 하나로 모인다. 큰 언니도 한마디 거든다.
"너도 그런 옷 입고 운동한다고야? 아이고"
"왜. 뭐가 어때서. 정작 입고하는 사람은 문제가 없는데 왜 보는 사람들이 난리야"
"입고하는 사람은 그게 진짜 편해서 입고하는 거야"
"운동을 하는데 아무리 이뻐도 불편하면 못 입지"
"꼭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일종의 자신감도 있지"
"어떻게 자신감 좀 보여줘 봐?"
"기분이 얼마나 좋은데"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굳이 상대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애초에 모든 사람은 본인이 이해한 것만 들으려고 한다."라는 괴테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 형제는 5형제다. 같은 형제도 이렇게 생각과 사고가 모두 다른데 하물며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이들은 어떨까? 똑같은 것을 보고도 누구는 아무렇지 않은가 하면 누구는 싫은 표현을 한다. 어떤 부분을 가지고 모든 사람을 이해시키려고 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이 사회에 손해를 끼치거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굳이 해명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될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보면 무슨 옷을 입고 운동을 하던 그건 신경을 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운동을 하면서 레깅스와 스포츠 브라를 입었던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노출이 있는 스포츠 브라와 딱 달라붙는 레깅스에 반감이 들 때가 있었다. 굳이 저렇게 노출을 하며 운동을 하고 싶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직접 운동하는 사람이 아니고 보는 입장이기에 할 수 있는 얘기라는 걸 지금은 안다. 하루하루 운동이 진심이 되고 운동을 꾸준히 해오면서 몸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 물론 지금도 50대 중년 아줌마의 몸이니 이렇게 얘기한다고 어디 내놓을 몸매도 아니다. 특별히 트레이닝을 받거나 근육을 만드는 관리도 하지 않았으니 지극히 스스로의 만족이라 할 수 있겠다. 그동안 한 번도 느끼지 못한 근육의 단단함과 복근이 눈에 들어오면서 차츰 노출을 하는 게 나도 모르게 즐거워졌다.
중년 아줌마의 몸은 신기하게도 며칠만 운동을 안 하면 금방 복부에 살이 차오른다. 복부의 살은 보이지 않게 감추면 계속 감추게 되고 그것을 들춰내면 어떻게든 지키려는 노력을 스스로 하게 된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의 결과가 바로 자신의 몸인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운동하려고 스포츠브라와 레깅스를 입으면 나도 모르게 업이 된다. 기분이 가라앉았다가도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을 하면 없던 기운도 생긴다. 똑같은 운동을 해도 운동복을 갖춰 입고할 때와 그냥 편한 복장을 입고 할 때와는 기분이 완전히 다르다. 각자 자신의 기분을 업 시켜 줄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는 다 다르겠지만 자신의 기분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진다.
누군가 이해하지 못할 부분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할 게 아니라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이해하면 무슨 얘기를 들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기분을 업 시키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기분을 업 시키는 당신만의 무엇이 있나요?
가끔 기사나 뉴스를 볼 때면 젊은 청년들의 우울증에 대한 기사를 접한다. 아는 지인 중에도 자녀가 우울증을 겪고 힘들어하거나 공황장애를 앓는다는 어려움을 얘기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안타까움이 들지만 딱히 부모가 해줄 것도 없거니와 다 큰 자녀의 문제이기에 개입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자신 스스로 자신의 기분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 또한 쉽지 않다.
일상을 살아가는데 기분을 업 시킬만한 것들은 많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업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서 기분을 업 시키기도 한다. 자신의 기분을 업 시키는 것은 분명 있다. 그것을 아직 찾지 못했거나 알지 못할 수는 있어도 누구나 자신의 기분을 업 시킬 수 있는 것 하나쯤은 있다.
기분 좋은 음악을 듣거나 나처럼 운동을 하거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은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것도 기분을 업 시킬 수 있다. 걷는 것도 우울함을 이기거나 기분을 업 시키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골프를 치기도 하고 산에 오르기도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했을 때 기분이 업되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 모두 다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기분을 업 시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짜증을 불러오는 일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처럼 느껴지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힐링이 되기도 한다.
나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기분이 좋다가도 날씨가 흐린 날, 비가 오는 날에는 왠지 기분이 다운되기도 하고 의욕이 없어진다. 혼자 있을 때 날씨가 흐리면 특히 이런 증상이 더 나타난다. 이런 나를 알기에 미연에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아침에 비가 올 기미가 보이고 몸이 찌뿌둥한 느낌이 들면 아침식사를 하고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신기하게도 처진 기분이 운동복을 입고 나면 기분이 나아진다. 잠깐 동안 나태해지려는 나의 마음을 '넌 할 수 있어'라고 북돋아 주는 것 같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는 글을 읽고 짜증이 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은 각자마다 모두 다르니 자신이 좋아하는 것, 기분이 업 되는 것을 찾아 하면 될 뿐이다.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기분이 좋고 무엇을 할 때 기분이 울적한지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기분도 컨트롤할 수 있다. 각자 자신의 기분을 업 시킬 수 있는 것 하나쯤 장착하고 하루를 맞이하면 우리 사회는 우울보다는 더 활기차게 자신감 넘치는 오늘을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인생을 결정하는 건 바로 하루의 기분이다. 그날의 기분이 하루를 결정하고 하루의 성과들이 미래를 만들고 그 미래들이 곧 인생이 되기 때문이다. 감정을 조절하면 미래가 바뀐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 김수현-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