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하려다 시간이 없어서 다음에 해야지 하고 미룬 경험이 있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는데 시간에 쫓겨 못했던 경험도 있다. 시간은 관리하기 나름이라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늘 시간이 부족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이 계획한 것들을 무리 없이 잘도 해낸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은 모두 같은데 쓰는 시간의 질은 모두 다르다.
다이어리를 매일 적는 나는 이제 기록은 하나의 루틴이 되었다. 그리고 매일 기록하는 루틴 중 또 다른 하나가 있다. 매일 블로그에 하루 1 포스팅을 하고 있다. 나만의 약속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은 항상 계획한 대로 순순히 지나가지 않는다.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생각지도 못한 일정들이 생겨난다. 그러다 보면 평소와 다른 일상으로 마음이 분주해지고 시간관리의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부아 C 작가의 <부를 끌어당기는 글쓰기> 100일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다.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고 나면 매일 글을 쓰는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에는 자신과의 약속이 어떻게든 완수가 목표일 것이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 가끔은 이래서 뭐든 끝까지 하기가 어렵나 하는 반문이 들 만큼 다양한 일들이 생긴다.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결국은 달성했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 역시 프로젝트를 완수하지 못할 뻔한 3번의 일이 있었다.
몇 달 전 아빠를 일주일 동안 우리 집에 모셨다. 친정에 들러 아빠의 필요한 기본 용품과 옷가지들을 챙겨 집으로 왔다. 아빠가 집에 오신 뒤 나에게는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약간의 치매 초기 증상과 허리가 불편해 잘 걷지 못하는 아빠를 모시고 왔기 때문에 계시는 동안이라도 편하게 해드리고 싶어 불필요한 가구들은 옮기고 거실에는 이불을 깔았다. 작은 것도 챙겨줘야 하는 상황이라 아빠가 오시기 전에는 온전히 나에게 맞춰져 있던 일상들이 하나씩 아빠의 활동 반경에 맞춰지게 되었다. 일주일 집에 계시는 동안 하루는 병원에 입원해 허리 척추시술을 받았다. 그래서 하루는 병간호를 해야 했고 다음날 퇴원 후 며칠 집에 계시다 친정집으로 모셔다 드렸다. 아빠가 계시는 동안 오전에 집중하던 운동도 할 수가 없어 최소한으로 줄이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운동만 틈틈이 하고 책 읽기도 집중이 안 돼 30분 짧은 독서만 했다. 블로그 글쓰기도 100일 챌린지를 시작하고 실행하는 중이라 어떻게든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하루 1 포스팅을 하려고 노력했다.
보통 목표와 계획은 평소와 다른 일들이 예상하지 않았는데 일어나게 되면 그날의 계획과 일정들이 무너진다. 정해진 대로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다 이루어질 것이다. 못할 일이 없고 지키지 못할 약속도 없다. 그러나 순조롭지 못할 일들은 매일 일어난다는 게 문제다.
운동을 시작하고 100일 루틴을 하겠다는 굳은 의지는 갑자기 연락 온 친구의 술 약속으로 깨지지도 하고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며칠 읽다가 가족들이 보는 넷플릭스 드라마에 정신이 팔려 이것만 보고 내일부터 읽어야지 하지만 다음날이 되면 또 책은 멀어져 있다. 그래서 어떤 일을 시작하고 100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실행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중간중간 자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많은 일들이 생겨나 자연스럽게 방해가 된다. 그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에게나 있는 흔한 일이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 언제든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그리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누구는 그것을 지키고 누구는 그것을 지키지 못한다. 지킬 것인지 지키지 못할 것인지는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는 문제다.
또 한 번은 해외여행이 문제였다. 큰딸이 갑작스럽게 가족여행을 제안해서 모두 오케이를 하는데 혼자 안 간다고 할 수도 없다. 가족과의 즐거운 여행을 계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프로젝트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일본과 홍콩 두 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여행 중 매일 글을 써서 포스팅한다는 건 생각보다 번거롭고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행 사진 몇 장 올려놓고 간단한 글을 쓰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을 달성하려는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이 또한 어려운 일이다. 지금은 노안이 와서 핸드폰 글씨나 작은 글씨 등이 돋보기를 쓰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마음먹고 뭔가를 하려는 액션을 하지 않으면 신체적 어려움이 따른다. 잠깐 이동시간에 간단하게 올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면 돋보기를 꺼내야 하고 집중해야 하는데 여행 중 돋보기를 꺼내 쓰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황당한 일로 허망하게 약속을 지키지 못할 뻔한 마지막 일이다.
오랜만에 동창 친구들과의 만남이 있는 날이었다. 만나서 3~4시간 후면 헤어지는 게 보통의 모임 스케줄이라 별 걱정 하지 않고 모임에 나갔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친구들의 수다는 너무 좋고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5시간을 함께 보내고 집으로 귀가하는데 갑자기 내 차를 타고 가던 친구들이 2차 연장 제안을 한다. 친구 딸과 저녁을 같이 먹으며 술을 한잔하자는 것이다. 살다 보면 이런 일들은 무수히 일어난다. 그리고 이런 기회가 몇 번이나 있겠는가? 흔쾌히 오케이를 하고 합류하게 된 2차가 길어져 밤 11시가 다 되어서 집에 왔다. 그리고 술에 취해 어떤 글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이날은 글을 못써 프로젝트 완수가 어려워야 한다. 그러나 이날 출발 10분 전 평소 같았으면 다녀와서 글을 써야지 하고 나갔을 텐데 그날은 아침에 잠깐 오늘 글을 써놓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간단하게 글을 쓰고 포스팅한 뒤 외출을 했다. 이날 아침에 잠깐 글을 써놓지 않았더라면 아마 95일 차 되는 날 달성을 못하고 끝낼 뻔했다. 물론 달성하려는 의지가 크면 어떻게든 술 먹는 도중에 몇 글자라도 써서 글을 올렸을 수도 있다.
자. 여기까지 글을 읽으며 어떤 생각이 드는가?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저렇게까지 할 일인가라는 생각이 드는가? 하루 안 지켰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다음날 쓰면 되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참 융통성 없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여행까지 가서 뭐 그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프로젝트를 하는 중간중간 나는 자신과 무수히 타협하고 싶었다. 이 모든 생각은 내가 했다. 안 해도 될 이유를 찾고 싶었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핑계를 댈 만한 어떤 이유가 필요했다. 남이 아닌 나 자신 스스로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었으면 했다. 내가 하겠다고 시작했으면서 스스로 안 되는 이유를 찾아 타협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와 다른 일상으로 그저 마음이 바쁘고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지 시간은 충분하다. 어찌 보면 지금의 현실을 핑계 삼아 자신에 대한 합리화를 찾고 싶었던 것이다. 시간 탓, 나이 탓, 신체 탓, 갑자기 일어난 일 탓, 탓하지 않을 것은 없다. 단지 마음에서 진정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한 번의 프로젝트를 달성하고 나면 대단한 자존감이 생긴다. 그것은 누가 알아주던 알아주지 않던 스스로 달성했다는 기쁨과 희열에 그동안 느끼지 못한 자신감이 생긴다.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을 얻게 된다. 어떤 이유와 타협하지 않고 작은 목표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나면 나는 꽤 괜찮은 사람으로 스스로 인정하게 된다.
우리는 작은 도전을 쉽게 생각한다. 한 번의 도전을 쉽게 타협하려고 한다. 이번에 못하면 다음에 하면 되지. 그거 하루 안 한다고 뭐가 문제야.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지. 우리 인생에 그런 사소한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 그러나 그 한 번의 타협이 자신의 자존감을 쌓을 기회를 무너뜨리고 용기와 자신감을 얻는데 주저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계속 자신에게 묻는다.
'그거 내가 할 수 있을까?'
'나는 잘 못할 것 같아'
'지금 말고 나중에 하지 뭐'
자신과 한 번의 약속을 지키고 그것이 두 번이 되고 반복이 되면 알게 된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