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날씨가 완연해졌다. 아침저녁으로는 여전히 쌀쌀하지만 낮 기온은 빠르게 올라 봄 날씨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오랜만에 겨우내 묵었던 집안의 먼지들을 닦아내고 청소했다. 굳게 닫혔던 창문을 열고 새까만 먼지로 더러워진 방충망을 떼어냈다. 방충망에 따뜻한 물을 뿌리고 중성세제를 풀어 타월로 깨끗이 닦아 말리고 나니 그동안 마음에 쌓인 묵은 체증까지 깨끗하게 씻겨나가는 기분이다. 잠깐 가라앉았던 기분 역시 상쾌해진다.
아침부터 본격적인 청소를 해야겠다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답답한 마음에 주식 시세를 보다가 노트북을 덥었다. 따뜻한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 한 잔을 내리는 동안 잠시 커피 향이 느껴져 창가 테이블에 앉았다. 평소와 달리 멀리 보이는 풍경보다 더러운 창문에 눈이 갔다. 창문을 열어 봄을 느끼기엔 창문과 더러워진 방충망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금 나의 기분 탓인지도 모른다. 순간 커피 한 잔 마시고 유리창 청소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청소만큼 마음이 정리되는 것도 없다.
한번 시작된 청소는 한 가지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방충망에서 유리창으로 유리창에서 창문틀로 막상 시작하다 보니 봄맞이 대청소가 된다. 이런 체력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내가 봐도 신기하다. 유리창 먼지에 창문틀까지 닦고 나니 창문을 통해 산뜻한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다. 멀리 보이는 도시 풍경이 선명해졌다.
가끔은 마음이 복잡할 때 청소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힘은 들지만 청소에 몰입하고 나면 주위가 깨끗해진 탓인지 복잡했던 마음도 다시 평온해진다.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청소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안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오랜만이다. 가끔은 자신이 소중하게 느끼는 것도 한걸음 멀어질 필요가 있다. 잠깐의 공백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기도 한다. 큰 변화 없이 일상이 반복되기도 하지만 자연스럽게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26년 들어 내 마음에도 그런 변화가 왔다. 그동안 내 삶의 우선순위라고 생각했던 루틴들이 조금씩 뒤로 밀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몇 년 전 관심을 가졌던 주식에 다시금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포모(다른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불안해하는 마음)가 느껴져 모른척할 수가 없었다. 뒤늦게 관심을 갖다 보니 마음도 급해지고 이미 오른 장이라 생각하니 느긋한 마음으로 매매를 하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지금의 장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니 그동안 평온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답답함과 뜻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 기분도 좌지우지되고 자존감이 무너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나는 여전히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성실히 살아간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밤 10시 취침에 드는 하루 일과 중 허투루 보내는 시간은 거의 없다. 아침 기상 후 확언과 복근 운동부터 책 읽기, 글쓰기, 운동 등 틈틈이 루틴들을 실행하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관심과 집중이 달라지니 일상도 자연스럽게 바뀐다. 일상의 변화가 찾아오면 그 변화로 인해 익숙해지기까지 어려움이 따른다. 어떤 것이 더 좋고 더 나쁜 것은 없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에 집중하며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살아갈 뿐이다.
어려움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자신이 선택한 것으로 인해 실패하기도 하고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좋은 때가 있으면 안 좋은 시기도 있고 또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며 새로운 것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괴테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고 했다. 노력하지 않으면 어려울 게 없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지 않으면 당장은 편하고 안정되게 살 수 있지만 배움도 더 큰 성장도 없을 것이다.
봄맞이 대청소를 마치고 책상에 앉아 지금의 나를 돌아본다. 지금 나의 마음이 무엇 때문에 힘들고 어려운지, 힘들고 어렵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한 번의 대청소로 기분은 좋아졌지만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답답한 마음은 금세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지금의 현 상황을 바로 보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불과 세 달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일상에 집중하는 것들이 조금 바뀌었을 뿐 여전히 나의 일상을 돌아보면 나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잘 살아가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다이어리에 하루의 일과를 적고 지금의 우선순위에 맞춰 집중하는 하루를 보낸다. 저녁이 되면 하루를 돌아보며 마무리한다. 그것만으로도 나의 삶을 얼마나 진실되게 살고 싶은지 알 수 있다.
짧은 시간 주식에 다시 관심을 가지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주식을 하다 보면 자신의 부족함이 느껴져 자존감이 무너질 때가 많다. 다른 것들은 내가 하고자 하는 대로 노력하는 대로 결과가 나온다면 주식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단기간에 걸쳐 수익을 보려고 기대하면 어김없이 욕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포모가 심해 급한 마음이거나 부러운 마음이 들면 더 욕심을 부리게 된다. 그런 욕심을 빨리 내려놓을수록 마음의 평안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시 천천히 나의 그릇을 키우는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기로 마음을 잡아본다. 마음의 평정심을 가지고 나답게 사는 것. 자신을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일상을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로 채워 나가고 싶은지, 멈출 때와 나아갈 때를 알아야 한다.
좋은 운도 나를 알고 하나씩 자신의 공간을 바꾸고 주변을 바꿔나가는 노력으로 생긴다고 한다. 설사 어떤 것을 시작하고 실패하고 반복되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작은 것부터 바꿔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깨끗하게 주변을 청소하고 필요 없는 것들을 정리하며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으며 살아가는 것, 어쩌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바꾸려 하지 않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실패인지도 모른다.
실수는 충만한 삶을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할 비용이다.
- 소피아 로렌 -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