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기적을 볼 수 있다

by 공존

소위 때 소대원들과 축구를 하다가 오른쪽 발목을 크게 다쳤다. 소대장을 밀착마크하라는 고참들의 등살에 새로 온 신병이 드리블하던 나를 뒤에서 덮쳤고 나는 그만 넘어지며 발등으로 축구공을 밟았다. 축구를 해본 사람이라면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인지 금방 이해할 것이다.

발목 위쪽 비골이 부러지고 엄지발가락과 연결된 장지근이 파열되고 인대도 크게 상했다. 발목은 제 자리에서 이탈해 고정되지 않고 이리저리 헛돌았다.

당시 대대장님께서 수술기록, 장기입원 기록이 진급에 불리하다고 병원에 입원명령 없이 가입실로 있다가 퇴원하라고 권유하셨다. 입원명령이 없이 눈칫밥을 먹어야 했고 병원감사를 며칠 앞에 두고 신경이 채 돌아오지도 않은 상태로 결국 한 달 반 만에 일찍 퇴원을 해야 했다. 그 짧은 시간에 나는 무려 세 번의 수술을 했다. 그때는 참 미련하게 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관 후 첫 체력검정을 받았다. 걷기도 불편한 상태였지만 나는 모든 종목에서 합격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나를 뛰게 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군인의 길이 내가 원했던 미래는 아니지만 형편이 어려웠던 터라 군인이 아닌 다른 꿈을 꿀만한 처지가 아니었다. 생도 때도 그랬다. 엄한 규율에 눌려 날마다 힘든 날들이었지만 퇴교 후 미래에 대한 불안이 나를 쉽게 학교문을 박차고 나오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그냥 참고 버텼다.

이렇게 모질이처럼 23년간 군복을 입고 있다. 지난날을 돌이키며 참 못났었다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 다친 다리의 너덜한 인대가 마침 똑 끊어지고 나니 더욱 그런 슬픈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내가 선택하고 살아온 길이니까.

첫 푸른 견장을 차고 뚜벅이가 되어 흘렸던 숱한 눈물,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던 용기와 오기를 다시 기억하며 나는 다시 KCTC로 힘차게 달려가려고 한다.


두려움은 때로 우리를 더욱 강하게 한다. 두려움이 잠재된 생존본능을 깨우는 촉매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뛰었지만 결코 꼴찌가 아니었다.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기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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