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센
중일전쟁과 태평양 전쟁의 초기 공중전에서 맹위를 떨친 일본의 제로센은 경량화의 결정체였다. 제로센은 중일전쟁 시 중국본토를 공격하는 폭격기의 호위를 위해 개발했는데 먼 항속거리를 왕복으로 비행하기 위해 당시 엔진 최대성능에 맞춰 엄청난 경량화를 통해 만들어졌다.
최대항속거리, 최고 수직상승속도, 최저 회전반경 등 당대 최고의 전투기 성능을 자랑했지만 지나친 경량화는 엔진과 조종사를 보호하지 못했다.
제로센으로 일본이 거둔 화려한 승리는 중일전쟁, 진주만 공습에서 이내 멈춘다. 진주만의 패배를 통해 미국은 제로센의 엄청난 항속거리와 공중전 능력을 실감하고 고성능 엔진 개발과 장갑성능향상을 통해 곧 헬캣이라는 신형기종을 만들어 미드웨이해전에서 제로센에게 완승을 거두게 된다.
이는 제로센의 우수한 기동력에 비해 방호력이 취약한 약점을 정확히 식별한 것과 장갑과 엔진 성능을 향상할 만한 기술력이 미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 태평양전쟁에서 제로센은 분명 미국에 큰 위협이었다. 그러나 약점과 극복할 능력을 정확히 파악했을 때 그것은 새로운 기회였다.
이후 일본도 제로센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무거운 장갑과 엔진은 제로센의 본래의 특징을 잃게 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로센의 몰락을 일본의 항공기술의 한계로 결론 내린다. 하지만 제로센의 가장 큰 문제는 취약한 방호력이 아니라 거의 쓰레기 수준의 항공 무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제로센의 형편없는 무전기로는 정밀한 편대 전술을 구사할 수 없었다. 만약 일본이 제로센의 방호력을 만회하기 위해 일본의 항공기술 수준으로는 구현할 수 없었던 고성능 엔진개발이 아닌 무전기 성능개량과 편대전술을 발전시켰다면 과연 제로센은 현재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에 걸맞은 해답을 찾아야 한다.
제로센 뒷 이야기
이후 제로센은 가미가제특공대와 함께 역사에 사라졌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나 신칸센으로 태를 바꿔 일본열도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