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
술병에 새겨진 처음처럼 이라는 글귀가 마냥 좋아 잔을 부딪치며 처음처럼 이란 건배 구호를 남발하던 청춘의 때가 있었다. 우정도 처음처럼, 사랑도 처음처럼, 만남도 처음처럼, 영원히 처음처럼. 특히 하얀 바탕에 써진 힘 있고 각진 글씨체가 참 좋았다.
그러다 우연히 신영복 교수님의 처음처럼 이란 시화집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열렬히 사랑하던 최애 건배구호의 본래 의미를 얕게나마 알게 되었다.
교수님은 20년간의 옥살이에서 무엇을 그리 첫 마음으로 지키고 싶으셨기에 그렇게 힘 있게 처음처럼 이란 글씨를 쓰고 또 쓰셨을까? 신념이었을까? 이상이었을까? 열정이었을까? 순수함이었을까? 청춘이었을까?
정답이 무엇이든 내 나름의 답을 정해 새해의 첫날을 시작하며 처음처럼 이란 글귀를 마음속에 힘 있게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