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핍이 필요를 낳고, 필요는 변화를 이끈다
올해는 바쁘다는 핑계로 많은 것들을 미루며 살았다. 대대장을 할 때 신병이 오면 늘 보여주던 미 해군대장 맥레이븐의 연설, '성공하고 싶다면 이불부터 개라'라는 영상은 나의 생활 수칙 1번이었다.
새벽기도를 가기 위해 5시에 일어났다. 같은 이부자리를 쓰는 아내도 5시에 일어나야 했다. 내가 이불을 안 개면 매우 불안해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나의 첫 상징적 행위를 도와야만 했다.
이 작은 습관은 아내와 함께하는 새벽기도를 만들었고, 이어서 아내의 아침운동 습관을 만들었다. 나는 새벽 기도 후 여유 있게 걷거나 자전거로 출근을 하며 워밍업을 한 뒤 아침 체력단련을 할 수 있었다. 이전 보다 운동량도 한껏 늘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겠지만 사실 생활의 변화를 더 즐겼던 것 같다. 일찍 자니 일찍 일어나고, 일어나서 할 게 없으니 물 한잔 마시고 책도 읽었다. 이렇게 저렇게 틈틈이 책을 읽으니 일주일에 두세 권씩은 꼬박 읽은 듯하다.
지금의 나는 어떤가. 갑자기 올빼미 형으로 생활패턴이 완전히 바뀌어버렸고, 나름의 생활수칙도 엉망이 되어버렸다. 혼란스럽고 뭔가 늘 어색하고 어정쩡하다.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겠다는 작심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최근 2주 동안 4시에 일어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정확히는 3시 30분이다. '뇌내혁명'이라는 책에서 새벽 1시부터 3시까지의 수면이 두 배의 효과가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러자면 12시에는 잠이 들어야 하고 3시까지는 숙면을 해야 한다.
하여튼 나는 다시 새벽형 인간이 되기로 작심했다. 전화벨이 울리지 않는 새벽의 사무실은 나름의 낭만이 있다. 처부원이 없어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순 없지만 나름 차분히 이것저것 읽고 뒤져볼 수 있는 여유가 있으니 나름의 소확행이 있다.
오늘은 토요일이지만 비슷한 시간에 눈이 떠졌다. 습관이란 참 무섭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책이나 읽어볼 요랑으로 책상에 앉았으나 엉뚱한 글짓기를 하고 있다.
이제는 인생의 전반전을 살아본, 인생이 그렇게 낯설지도 새롭지도 않을 것 같은 중년에, 습관도 이제는 구태가 됐을만한 연식에, 새로운 습관을 고민하는 내가 참 낯설다. 하지만 어쩌랴. 살아있다는 증거고 살겠다는 의지 아닌가.
운동은 아침 샤워를 하기 전 누워서 레그 레이징 50개, 샤워 후 50개를 한다. 안방에 풀업바가 있어서 격일로 턱걸이와 레그턱을 50개 정도 한다. 약 먹기를 질색했던 내가 비타민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궁핍이 필요를 낳고, 필요가 변화를 향한 도전을 낳기를 소망해 본다. 다리를 두 번이나 수술한 후에야 하프마라톤에 출전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