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빅터

by 공존

바보빅터는 사실 바보가 아닌 천재였다. 큐브의 한 면도 맞추지 못했을 때도, 아이큐가 78일 때도, 정비소에서 잔심부름을 할 때도,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할 때도...

다만, 그가 자신이 천재라는 사실을 몰랐을 뿐이다. 상담사가 조금만 참을성을 갖고 큐브를 만지작 거리는 빅터를 기다려줬다면, 그리고 왜 한쪽 면도 맞추지 못했는지 물어봐줬더라면, 로널드 선생님이 말더듬이에 엉뚱한 질문만 하던 바보 빅터의 IQ가 실제 결과 그대로 178이라는 사실을 믿었더라면.

사실 빅터는 남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무서워 큐브를 처음 봤던 모습대로 돌려놓고 있었다. 다만 그걸 지켜보던 선생님과 아버지는 그게 전혀 궁금하지 않았을 뿐이다.

바보 빅터가 혹여 천재적 기질을 발휘해 큐브를 짠하고 맞추는 모습만 상상했으니 한참 동안 한 면도 맞추지 못한 빅터가 정말 구제불능의 진짜 바보로 확신하는 순간이었다. 물어보고 기다려 줬더라면.

그렇게 빅터는 17년 동안 진짜 바보로 살아야 했다. 우연히 자신이 IQ 178의 천재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말이다. 자신을 무어라고 믿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적어도 남들이 말하는 내가 나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현실판 #미운_오리새끼, 바보 빅터를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이다.

올해는 부대 주변에 노랗고 예쁜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작년에는 볼 수 없었던 꽃들을 보며 누가 꽃씨를 뿌린 게 아닌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작년에도 그 꽃은 그곳에서 싹을 틔우고 활짝 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만 그곳이 꽃밭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여름 내내 열심히 예초기를 돌린 것이다. 꽃이 피기 전까지는 꽃인지, 잡초인지 몰랐던 거다.

올해는 행운의 게으름 덕분에 멋진 꽃밭을 발견했다. 서두르지 말고 기다리자. 그저 그런 풀이 멋진 꽃을 피울 때까지 말이다.

바보 빅터는 32살이라는 늦은 나이였지만 마침내 자신의 진짜 가치를 발견했다. 그는 후에 멘사 회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