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사단 신교대에서 중대장과 소대장으로 처음 만나 13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중년의 영관장교가 되었고, 소대장은 국내 민항기 부기장이 되었다. 근무한 시간은 지휘실습 기간을 제외하면 3개월 남짓이었는데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 함께 근무한 전우 같다.
그는 시골에서 성장하며 학업에도 큰 소질이 없고, 말썽만 피운다는 이유로 선생님들에게 천덕꾸러기였다고 했다. 그래서 초도 면담 때 자신은 자존감이 매우 낮다는 속에 있는 얘기를 털어놓았었다. 그때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너는 큰 사람이 될 거야.'라고 격려를 해줬다.
그 친구는 2차 중대장을 마친 후 장기복무를 포기하고 전역을 했다. 전역 후에 4년이 넘는 긴 시간을 필리핀과 미국을 오가며 비행공부를 했다. 그 시간에도 우리는 SNS를 통해 연락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았다.
그가 지난 주일에 어엿한 부기장이 되어 철원으로 날 찾아왔다. 천덕꾸러기가 장교가 되고 이제는 멋진 파일럿이 되었다. 13년의 시간이 흘러, 그가 나를 잊지 않고 찾아온 것은 오로지 내가 했던 한마디의 칭찬 때문이다.
군에 막 입문한 갓 소위에게 첫 임지가 얼마나 낯설었겠는가. 그런데 어디에서도 주목받지 못한 자신을 처음 만난 중대장이 대견하다고 칭찬을 해준 것이다. 부족한 자신을 칭찬해 준 중대장이 고맙고 또 고마웠다고 한다.
나는 방황 속에서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장교로 임관한 그 친구가 참으로 대견했다. 당장은 조금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가야 할 길을 찾아가는 그 친구가 분명 훌륭하게 성장하리라 확신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삶으로 증명해 냈다.
말에는 진정 힘이 있고 생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