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가 사과열매를 맺게 하자

by 공존

어제 저녁 식사 자리에서 과수원을 하시는 집사님이 "사과가 사과해야죠" 하시며 해주신 이야기다.

"어느 부지런한 과수 영농인은 유명 사과 산지를 찾아다니며 온갖 영농 기술을 배우고 영양제를 쏟아부어 사과를 재배합니다. 그렇게 키운 사과는 크고 먹음직스럽지만, 막상 맛을 보면 모양만큼 달지 않아요. 결국 맛있는 사과는 건강한 나무에서 열리는 법인데, 우리는 자꾸 사람이 사과를 만드는 것처럼 개입하려 듭니다. 그냥 사과나무가 사과열매를 맺게 적당히 두면 되는 것 같아요.

이 이야기를 듣는 내내 머릿속에는 우리의 교육 풍경이 오버랩되었다. 농부가 햇빛과 물만 주면 될 것을, 더 크고 달콤한 열매를 빨리 얻겠다고 온갖 사교육 '영양제'를 들이붓는 모습 말이다.

이런 글을 쓰는 나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 하다. 학기말 고사에서 아들이 한 과목이 특히 등급이 낮게 나올 것 같다고 말했을 때, 나도 모르게 “공부는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날카로운 어투로 훈계했다. 머리로는 사과나무의 자생력을 이야기 하면서도, 나 역시 현실의 불안 앞에서는 영양제와 기술에 의존하게 되는 보통의 부모일 뿐이다.

결국 집사님의 말씀처럼, 사과나무가 스스로 건강하게 열매를 맺으려면 우리는 비료와 기술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흙을 다지고 햇빛을 비추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기억해야 한다.

아이들이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자랄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저녁 밥을 먹고 나서 이런 저런 생각을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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