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스스로를 챙기는 것을 많이 소홀했더니
구석구석 삐걱 거리며 몸이 먼저 반응하는 늦은 주말 아침!
봄 볕이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고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되는 여유에 절어 녹아내리고 있던 찰나
엄 님이라고 저장해 놓은 시어머님의 전화에 스톱워치의 시작 버튼이 눌러져 하루가 시작된다.
음식 솜씨 좋은 어머님이 가끔 밑반찬을 가져다주시려고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순간마다
어머님의 꽃무늬 백팩에 설레는 까닭은
끝없이 반복되는 끼니의 무게를 덜어주는 진정한 반찬 산타가 어머님인 것을 아는 살림 독 박러이기 때문에...
그런 어머님께서 둘째 며느리를 소환한 까닭은
봄 눈 치는 것에 허리를 무리하게 쓰셔서 해 놓은 음식을 가져다줄 수 없음이 안타까우니
식기 전에 들러서 가져가라고..
세수도 안은 채 모자 하나 질끈 눌러쓰고 찾아간 어머님 댁에는 반찬 통 두 개가 가지런히 대기하고 있다.
소일거리 밭농사 파트너
극내향형 친정어머님과 극외향형 시어머님은 톰과 제리 같은 케미로 지척에 살고 계신 덕에
엄마가 사다 주신 코다리 몇 마리가 시어머님의 솜씨와 만나 코다리 강정이 탄생하는 기적을 만났으니
친정엄마께 배달하라는 미션을 함께 부여받고서
늦은 점심 친정집에 찾아갔다.
놀러 온 아들 셋 다둥이 동생 가족과 북적북적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뒷정리가 한창이다.
친정어머니는 나의 끼니 걱정을 하시며 지금 맛있을 시기의 무로 담근 깍두기 한통을 쥐어 주신다.
빈손으로 나간 나는 코다리 강정과 깍두기 한통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뭉클한 감정의 정체를 찾으며 생각한다.
사람을 지탱하는 것은...
어쩌면 한가닥 줄 일지도 모르겠다.
실오라기이건... 동아줄이건...
어떤 젊은이에겐 사랑일 것이고,
어떤 어미에겐 끼니일 것이고,
어떤 아비에겐 가정일 것이고
어떤 아픈 이에겐 건강일 것이니..
실오라기 같은 가는 순간도 있었고, 동아줄 같이 두꺼운 순간도 있었으나..
단단하게 이어져 있는 칠순 어머님들의 음식은 낡고 따뜻한 사랑의 줄일 것이다.
나는 어떤 줄을 잡고 오늘에 매달려 있는지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