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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어미

by 허화

봄기운이 완연 하나... 늦은 폭설이 봄 볕에 녹아내리며 울고 있다.

누구의 울음은 슬픔이나... 봄 눈의 울음은 설렘이라니...

설레며 맞이한 첫눈에게 마지막 눈을 보내며 미안한 마음을 슬쩍 품어 본다.


아이들 개학 덕뿐에 얻어진 오전 시간을 알뜰히 활용하지 않으면..

오후에는 나를 위한 시간이 존재하지 않기에 나로 살기 위한 부지런을 떨어본다.


몸이라는 녀석은 아낀다 여겨 사용을 하지 않을 때 더 요란한 삐그덕 소리를 내는 것을 덕분에 다시 자각하며

온라인을 떠도는 뼈 때리는 글 중 하나를 거 억 해 낸다.


" 성공한 사람들이 좌절에도 절대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 일상이다."


나의 뒤죽박죽 일상은 잠시의 쉼을 만날 때면

사냥하듯 영혼의 허기를 채울 글들을 찾아 온라인 세계를 떠 돌기 시작한다.


70년~80년대 사이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어머님과 두 아드님 사진에 시선이 멈추더니..

심장이 저려온다.


흑백사진이라 계절의 분간도 안 가는 비포장 황량한 길 위에

몸집보다 커다란 항아리 머리에 이고... 서너 살 남짓 큰아이 넘어질까 손을 잡고

소창으로 둘러진 낡은 포대기에 업힌 둘째 아이의 무게가

왜소한 어미의 가슴팍까지 흘러내린다.


머리 위의 항아리가 짓 누르는 압력! 등에 있는 아이 몫의 중력! 손을 잡은 아이의 중심!

나는 어미의 무게를 공유해 버린다.


나 하나가 아니라 주렁주렁 매달린 아이의 삶까지 짊어져야 하는 어미는

어떤 소소한 낙으로 생을 살아냈을지의 연민을 만난다.


나의 힘듦은 풍족의 갈증이라면..

사진 속 어미의 힘듦은 연명의 갈증이 아니었을까?


과거를 이어내어 현재를 있게 해 준 그녀들이 짊어낸 무게를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이라면..


결핍을 채우려는 욕구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다음 아이들에게 그려주지 못한 죄책감이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미로 살아가는 오늘 나의 무게 역시 주렁주렁 들려진 가방 마냥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오늘 나의 무게가 짓눌리는 압박이 아닌 이유는..

지나온 시간 속 왜소한 여인들이..

미리 나누어 지고 가 주었을 까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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