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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by 허화

오늘은 출처를 알수 없는 그림 한 장이 심연을 파고든다.


한 사람이 무엇을 이루어 냈는지..

그 생을 고스란히 피할 곳도 없이 밖에서 겪으며 변해 가는 것이 손이 아닌가 한다.


형체가 달라져 버린 그 손으로

무엇을 움켜쥐고 싶은지? 무엇을 놓아 버렸는지? 무엇에 매달려 있는지? 고민을 낳는다.


나는 무엇을 움켜쥐고 싶었을까?

스스로를 넘어서려는 태도도, 알고 싶은 욕구도, 갖고 싶은 욕망도 크지 않았던

나의 결핍은 사람이었나 보다!!


우연인지 노력인지 습성인지 모를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애를 써도 도통 흥미가 생기지 않는 겉돎의 이질이었고


넓은 포용에 조금이라도 담길 수 이가 만나졌을 땐

이해관계라는 것이 생겨나 그이에게 담기는 것은 내가 아닌 타인이었다.


그 소외와 질투와 노력과 애씀의 상처는 시간의 반복을 만나 훈장 같은 흉터가 되며 깨닫는다.


지금에야 알게 된 희미한 나의 형성은 일반적이지 않음과

과정의 흐름에 안달복달하지 않고 지켜볼 수 있는 노자의 철학 한 자락이 태생에 새겨져있지 않나

어렴풋이 여기며...내가 놓아 버린 것이 결핍인 것을 발견한다.

덕분에 만난 결핍을 놓는 자유!! 욕구의 조절을 만난 것은 신의 한 수가 아닐까 싶은 다행을 지나


내가 매달려 있는 것은 무엇일까? 마지막 고민을 하다 보니

종갓집 맏며느리로 없는 살림에 한 달에 몇 번씩 제사를 지내고..

금 같은 옥 같은 외 아들 일찍 여의고...

평생 동안 시장 한편에서 야채를 손질해 파시던 외할머님의 손이 생각났다.


사춘기 중학생이었던 나는 할머님과 함께 있을 시간이 되면 글로 배운 효도를 시작한다.

어깨를 주물러 드리고 집안 청소를 돕고

할머니의 거친 손에 바셀린을 잔뜩 바르고 마디마디 주무르며 마사지를 시작하면

할머님의 아야! 하는 신음이 들려온다.

몇 번을 반복했을까?? 영문도 모르는 신음의 이유를 어느 날 발견한다!!


토실토실 고사리손으로 태어나,

연필 잡고 씨름하는 아이의 손을 지나

네일아트 하는 아가씨의 가늘고 긴 손이 되었다가

밥솥과 씨름하며 삶을 채우는 거칠거칠한 어미의 손으로 살기 시작하면

꽃처럼 손에도 열매가 맺힌다.


마디마디 관절이 맺히고 난이라도 치듯이 이리저리 휘어진 할미의 꽃 같은 손을 이제야 이해한다.

할머니가... 엄마가... 내가... 맺은 손의 열매에 아이들이 매달려 여물어간다.


외할머니를 찾아뵐 때마다 삶이 담긴 꼬깃꼬깃한 지폐 몇 장을 할머님 사랑의 증표로 수여받았다.

그것이 무엇을 대가로 얻어낸 것인지도 모르고

마냥 신났던 어린시절 철없음이 지금에야 시리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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