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오늘이 어제와 다를 수 있다면...
작은 어둠을 하나도 밝히지 못한 채
불붙은 양초 마냥
나를 녹여 오늘을 살아간다.
덕지덕지 붙은 촛농과 함께 흘러
처참한 몰골로 일그러진 낮은 시선엔
이면의 고통이 구석구석 담기고
녹아내린 몸 둥이 틈새 틈새는
삶의 슬픔으로 메운다.
마지막까지 타버린 심지를 부여잡고
바람에 흩날려 흩어지다가
오래되고 낡은 벽을 타고 오르는
가녀린 덩굴손 하나 다시 부여잡을 때
마디마디 바람을 담아
녹아내린 생을 다시 오른다.
미지의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