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5, 카니발 양카라고 한다. 왜 그럴까? 그 차를 타는 사람들 중에 운전을 그지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양카라는 오명이 붙게 되었다. 모든 k5, 카니발 운전자들이 운전을 험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운전을 험하게 하는 사람을 보니까 k5와 카니발을 운전한다는 인식이 있다.
'문신한 모두가 사람이 양아치가 아니지만, 양아치들은 대부분 이레즈미 같은 문신을 했다.' 이런 식으로 사회적인 시선이 형성된다. 노가다, 도배장판, 타일 이런 현장 기술직을 보는 시선이 아직도 한국은 못 배운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현장 일을 무시하는 견해가 있다. 뿌리 깊은 사농공상의 마인드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고졸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 인식 속에서는 고졸이라는 이미지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부모님 세대 혹은 그 이상이 느끼는 고졸하고 젊은 세대가 느끼는 고졸하고는 약간 거리가 있다고 느껴진다.
과거랑은 다르다. 과거에는 먹고살기 힘들어서 공고나 상고 쪽으로 많이 진학을 했던 시기라 고졸 인식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 국민 절반 이상의 최종 학력이 고졸에서 마치는 경우가 많았다.
김영삼 정부 들어서 대학교가 많이 생겼다. 그때 이후로 먹고 살만 해지고 대학도 많아지면서 굳이 상고나 공고를 갈 필요가 없어졌다. 요즘은 대학을 개나 소나 다 가는 시기이다.
그래서인가 우리나라는 학력 인플레가 심해졌고, 대학을 중요시하게 여기는 학벌주의가 심하다.
자신이 '대학을 안 가고 바로 취업을 한 고졸이다.' 그러면 누군가에게 선입견이 생기기 마련이다.
물론 좋은 직장을 다니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 공기업 대기업 같은 좋은 직장에 다니더라도 사람들 인식은 반반이다.
<고졸, 대졸 출신에 신경 안 쓰는 사람도 있지만 편견의 시선을 가지고 보는 사람도 있다.>
공기업이나 대기업으로 갔다고 하면 '남들 다 대학 가는데 어린 친구가 대단하네.' '사회적 흐름을 잘 읽어서 좋은 선택을 했네.''요즘 시대에는 어린 나이부터 돈 버는 것이 최고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개꿀 빨아서 들어왔네. '그래도 고졸은 고졸이다. 그래도 고졸이랑은 연애나 결혼은 안 한다.'라는 사람들이 있다.
대졸이 주류인 이 사회에서 고졸로서 살아가는데 편견이나 사회적인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알게 모르게 고졸은 페널티를 가지고 있다.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고졸 출신에 대해서 되게 좋게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많다. 실제로 본인이 고졸 출신이신 분들이 꽤나 많고 같은 학교 후배라고 하면 엄청 잘 챙겨준다.
근데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고졸 출신을 그리 달갑지 않아 하는 사람도 있다. 회사에서 얼굴 마주 보는 상태에서 대놓고 말을 하진 않겠지만, 속으로 생각을 하거나 인터넷상에서 보이는 반응을 그리 달갑지 않다. 앞에서는 대놓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문제는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있냐는 것이다.
고졸이면 기껏해야 20살, 많이 부족하고 사회화도 덜 되다 보니까 이런저런 사고를 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인문계 갔으면 인 서울 대학 정도는 거뜬히 갔을 거라 착각하는 친구도 있다. 대체로 어리고 패기도 넘치다 보니 자신이 한 취업에 대한 상당한 근자감도 가진다.
물론 연차가 올라가면 해결되겠지만, 초반에 이런 허튼짓 하는 것을 보고 고졸 출신에 대한 선입견이 생겨 버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또 요즘 취업이 워낙 힘들다 보니까 대졸 취준생 입장에서 '고졸 채용을 왜 하냐, 블라인드 채용이라서 학력도 기재 못 하는데, 고졸과 대졸 따로 채용할 이유가 있냐'는 그런 얘기를 하기도 한다.
또 대학교를 졸업한 입장에서 고졸과 대졸 차이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두지 않는다는 점이 불만을 살 요소가 충분하다고 생각이 든다.
솔직히 나도 고졸 취업한 입장에서 대졸자들의 입장이 어느 정도 공감된다. 내가 쌔빠지게 공부하고 대학을 나와서 고졸자와 비슷한 처우를 받는다면 대졸 입장에서는 고졸로 취업한 사람들이 그렇게 좋게 보이지 않을 수가 밖에 없겠다.
고졸인 친구가 선배랍시고 대졸 직원에게 '대학 나와서 뭐 배운 거 있냐'라고 대학 학위 별 의미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화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졸 취업한 사람들이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와 시도적 흐름에 편승한 것인데, 이걸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여겨진다.
물론 세상 물정 모르고 잘난 척하는 고졸 입사자들의 잘못도 있다. 대졸 직원을 역차별하는 사회적 제도도..
나는 출신 이런 거 신경 안 쓰고 대졸 출신들하고 여행도 다니고 MT도 다니면서 꽤나 잘 어울렸다. 오히려 나이 있으신 분들이 나를 예쁘게 봐주셔서 회사 생활을 나름 편하게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같이 얘기하고 회식하다 보면 대졸 동기들이 '야,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고등학교 그쪽으로 가서 고졸 취업할 걸 그랬다. '이런 얘기를 종종 할 때가 있다.
처음에 이 얘기를 듣고 괜히 우쭐해지고, 어디 가서 '대졸인 사람들이 나 부럽다고 하더라.' '고졸 취업이 대졸 취업보다 훨씬 낫다.'라고 취업을 했을 당시에 이런 식으로 착각을 했었다.
괜히 나를 부러워하는 것 같고, 내가 등록금과 4년의 시간을 아낀 것 같고,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한 안목을 가졌다고 착각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참 부끄럽다. 내가 뭐 그리 잘 났다고, 시대적 혜택을 받아서 비교적 노력에 쉽게 취업해놓고, 괜히 으쓱할 필요도 없었다.
그 사람들은 대학에서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본 입장에서 대학이 필요 없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자격이 있지만, 그에 반해 대학을 경험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내가 하지 못한 경험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경험을 해본 사람이 별거 없다고 하는 거랑 안 해보지도 않은 사람이 별 거 없다고 말하는 것은 다르다. 고졸 취업한 사람이 '대학교 가서 뭐 배우기냐 하냐, 일찍부터 공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최고지!'라고 말을 하는 것과 대학교 졸업한 사람이 '대학교 졸업해보니 별거 없더라~ 그냥 나도 마이스터고 가서 고졸 취업을 할 걸 그랬다~' 하는 거랑 천지 차이이다.
비싼 거 다 먹어 보고, 미슐랭 2~3 스타 음식점 어느 정도 다 먹어 본 사람이 '야 사람 먹는 거 똑같아, 재드래곤 형님도 구치소에서 나와서 치킨 시켜 먹었어. 동네에 있는 칼국수나 먹으러 가자.'라고 하는 것이랑 돈 없어서 맨날 가성비 음식 찾는 사람이 '사람 먹는 거 다 똑같다고 미슐랭 그런 거 별거 없다.'라고 하는 거랑 같을까?
내가 진짜 값싸고 가성비 있는 음식을 좋아하더라도 비싼 음식을 먹을 능력이 되지 않으면 괜히 남들에게 '쟤는 사 먹을 능력이 되지도 않으면서..'라는 빈정 섞인 말을 듣기가 쉽다.
내가 한 선택과 행동이 옳다고 생각을 하고, 실제로 만족을 하는데도 타인이 봤을 때, '괜히 쟤는 열등감 있는 거 아니냐.'라고 오해로 받아들여질 수가 있는 것이다.
내가 경험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회사에 고졸로 입사한 선배들이 꽤나 있다. 진급을 나름 빨리 했다. 거의 대졸 직급 수준으로 빠르게 승진을 했는데, 바로 익명 게시판에서는 말이 나왔다.
'왜 이렇게 고졸 애들이 진급이 빠르냐.'이렇게 대졸, 고졸 차이가 이렇게 없어도 되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승진한 그 선배가 얼마나 일을 잘하고 회사에 열정적인 태도를 보였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고졸이 그렇게 빨리 승진했어?'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겪은 회사뿐만이 아니라, 고졸 출신으로서 서러움을 겪는 일이 있다고 '블라인드'라는 앱에서 서러움을 토로하는 일이 꽤나 많다.
그냥 고졸이면 옐로카드를 먹고 시작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대졸과 고졸 출신이 동등하다, 아예 차이가 없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선입견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옐로카드를 먹는다고 해도 경기는 끝까지 뛸 수 있다.
일정 부분 고졸 출신이라는 것이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이 돈을 벌고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정말 나름대로의 이점이 있다. 20살부터 월 100만 원씩만 모아도 30살이 되면 1억이 넘는다. 내 누나는 서울에서 자취하며 대학을 다니면서 1억이 넘는 돈이 깨졌다.
근데 여기까지 상황이 고졸로 공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취업을 했다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의 '30~40퍼센트 내외의 소수의 잘된 케이스'가 이런 것이지 그 외 나머지는 그저 그런 고졸 직장인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 취업을 다시 준비하는 취업 재수를 한다? 그럼 그때부터 고졸 백수가 된다. 어떻게 보면 재수생도 고졸 백수인데, 수능 다시 준비하는 사람과 고졸 취준생은 사회에서의 인식이 다르다.
마이스터고 졸업하면 수능 공부하기도 애매하고 수시로 갈 만한 대학도 애매해진다. 실업계고를 잘못 진학하면 인생이 하드 모드가 되는 것이다. 누군가 '애매한 지잡대보다는 고졸이 낫다'라고 그러는데 진짜 밑바닥 같은 기안대학교 같은 곳이 아닌 이상 대학교 졸업장 있는 것이 훨~씬 더 선택지가 많다.
물론 공대 기준이겠지만, 남들이 지잡대라고 욕 하는 곳에서도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곧 잘 간다. 고졸에 비해서 직무도 경쟁력이 있다. 대기업 기준으로 고졸은 생산기술직에 국한되지만, 대학교를 졸업하면 선택지가 넓어진다. 대졸, 고졸 하는 직무가 다를뿐더러 일단 입사 지원 기본 요건이 초대졸 이상인 곳이 많다.
요즘 취업률이 박살 났다.취업을 잘하던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 실업계로의 진학을 고민을 해보시길 바란다. 다들 잘 되는 이야기만 듣고 본인이 선뜻 그 잘된 사례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처럼 고졸 채용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 지지가 있지 않은 이상..
난 고졸 취업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는다. 지금 상황이 정말 만족스럽다.다시 선택해도 마이스터고로 진학할 거이다. 난 딱히 승진이나 명예에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회적 시선도 딱히 불편하지도 않고 신경 쓰지도 않는다.
고등학교를 진학할 당시에 누구도 이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고졸과 대졸 사이의 사회적 인식의 차이를 말이다. 비록 소수의 의견이더라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누군가 말을 해줬으면 좋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로 대학이란 요소에 목숨 거는 사람들이 많은지 몰랐고, 이토록 많은 이들이 학창 시절의 성실성과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인정받을 수 있는, 대학에 진심인지 몰랐다.
이런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고졸 취업을 한다는 것은 당장 20대 초반에 취업 편하려고 미래의 가능성을 당겨 왔다고 표현하면 딱 맞겠다. 심하게 말하면 '언 발에 오줌 눈다'라고 말할 수도..
과연 취업에 실패해도 괜찮을지? 감당 가능한 리스크인지? 취업을 나름 성공하더라도 대졸과의 사회적인 인식의 차이로 인한 괴리감에 빠질 가능성이 없는지? 이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보고 괜찮다고 느껴지면 그땐 마이스터고로 진학해도 좋다.
공부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으면 남들 다 가는 대학을 가서 학교 생활을 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든다.
왜들 그리 대한민국에서 좀 산다는 사람들이 자식들 대학을 못 보내서 안달일까? 왜 사람들이 재수를 밥 먹듯이 해서 더 좋은 대학을 가려고 할까? 그들이 괜히 바보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올해 수능 보는 재수생 비율이 역대 최대라고 한다. 어떻게 해서라도 좋은 대학 가려고 저렇게 쌔빠지게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게 사교육비를 때려 박아서 얻는 그 학벌이, 배우고 돈 좀 있다는 사람들 입장에서, 그토록 대한민국에서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벌이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학벌이 좋은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없기에 '별 볼일 없을 거라고' 신포도 취급해버리는 과오를 저버려서는 안 되겠다.
좋은 대학 간판은 어디 가도 플러스가 되면 되었지,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것이 아닌 것을 인정하고 남들이 다 하는, 주류 세계의 가치를 인정하자.
대학 학벌은 아직 대한민국에서 학창 시절에
'내가 이 정도로 인내하고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는학생으로서의 본분을 얼마나 열심히 임했는지'를 보여주는 학벌주의 사회에서의 확실한 지표이다.
나는 세상의 인식을 바꿀 능력이 없기에 그런 흐름에 편승하기로 했다.
그래서 재직자 전형으로 대학을 다니는 중이다.
요즘 고졸 취업이 많이 힘들다고 한다.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높다.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를 선택할 이유가 딱히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