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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고졸 Sep 06. 2022

야간대도 동문인가요?

그러면 평생교육원도 동문이게?ㅋㅋ

'야간대도 대학교 동문인가' 


 궁금해졌다. 나는 직업계고를 졸업하고 재직자 특별전형이란 제도로 대학교에 비교적 쉽게 학교에 입학하였다. 재직자 특별전형은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를 졸업하고 3년 이상의 사회 경력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끔 해주는 제도이다. 고려대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교는 별도의 학과가 있어서 일반적으로 수시나 정시를 통해 대학에 들어오는 대학생들과는 다른 학과의 이름을 띤다. 


 이런 학과의 특징을 손쉽게 알 수 있다. '융합', '국제', '산업', '글로벌' 등 얼추 좋다는 것은 다 갖다 박은 이름을 띄는 경향이 있다. 졸업장 또한, 주간 대학과 똑같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재직자 전형은 인기가 많은 편이다. 


 그런데 과연 이 재직자 전형에 대한 동문들의 인식은 어떨까? 반응은 반반으로 나뉜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대학교 총장 명의로 나오는 학위인 평생학습자 전형도 같은 대학 동문이 된다며, 재직자 전형은 별도의 학과로써 동문으로 쳐주지 않는다는 반응재직자 전형의 대다수는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인데 뭐가 문제라며 우리와 같은 대학 동문이라는 반응이다.


 나는 제 3자의 입장으로 전지적 관찰자 시점으로 곰곰이 생각해보며 우리나라 학벌 위주 사회의 폐해를 돌이켜보았다.




 과거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에는 3대 명문고가 있었다. 서울고, 경기고, 경복고 등의 3개 학교이다. 해당 학교 출신들이 대한민국의 정, 재계를 꽉 잡고 있었던 때이다. 1970~80년대까지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시험을 치렀다. 심지어 1968년까지 중학교도 입학시험도 치르곤 했었는데, '무즙 파동'이 일어나고 중학교 입시 폐지가 본격화되었다. 


 어쨌든 고교평준화 정책이 시작되면서 이 3개의 고교에서는 이상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고교 평준화 세대인 '58년 개띠'부터 동문회를 따로 하는 분위기였다. 비평준화 세대가 평준화 세대에게 '니들은 후배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는 것이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5/20/2011052001230.html


지방의 비평준화 명문고 중 경북고·경남고·부산고·광주일고·전주고 등도 기세를 떨쳤다. 경남고 29회(1975년 졸업)는 540명 가운데 200명 정도가 서울대에 입학했다. 이 학교를 나온 K그룹의 J 부사장은 "서울에 있는 학교가 부럽지 않았다"며 "반에서 30등만 해도 서울대 입학이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지방의 비평준화 지역 고교 출신들은 서울대 합격으로 인생을 보장받았다. 사업을 해도 동문들만 찾아다니면 성공이 절반 이상 보장됐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평준화가 1세대를 넘기면서 같은 고교 동문들 사이에서도 비평준화와 평준화 세대 사이의 골은 깊어만 가고 결속력도 사라진 지 오래다. 


- 조선일보 기사 출처-


 이 고교평준화가 시작되고 난 이후로, 명문고의 반열은 강남 8 학군이 이어받게 되었고, 고등학교 동문 위주에서 대학교 동문 위주로 결속하는 단위가 변화하게 되었다. 


 

 학구열이 높은 서울만 이런 줄 알았는데, 지방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가 살았던 지역에는 비교적 최근인 2008년도에 고교평준화가 시행되었다. 매년 10명 이상씩 서울대를 합격시키던 지역 명문고는 평준화를 하면서 서울대와 인연이 없어졌고, 고교평준화가 시행된 시점 이후로 동창회를 따로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그때 당시 학교를 졸업한 가족이 있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실제로 그렇다고 했다. 그 지역에서 쭉 살고 계셨던 부모님에게도 물어봐도 똑같은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도 마찬가지인 반응을 볼 수 있다. 블라인드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은 비교적 고 스펙에 경제적 능력이 있는 능력자들이 꽤나 많은 편이다. 서울 상위권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재직자 전형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이 사실이다. 비교적 손쉽게 입학해놓고서는 동문인 척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유독 고졸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이 블라인드에서는 많은데, 아무래도 공기업이나 공무원 쪽에 고졸 출신에 대한 대졸 출신의 역차별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고졸 취업이 개꿀이긴 하니까..ㅎ)


물론 학벌에 대한 별다른 편견과 자부심이 없는 사람도 있다. 






 이런저런 자료들을 조합해 보면, 재직자 전형이라는 것이 학벌주의에 찌든 대한민국에서 온전히 동문으로 취급받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는 기본이요, 3수, 4수도 하는 대한민국 교육열에 말이다.



 그러나 요즘 사회에 나와서 대학교 출신을 대놓고 묻는 경우도 별로 없고, 어느 정도의 친분이 쌓인 상태에서 대학을 밝히는 분위기이다. 그저 oo학교 출신입니다. 하면 끝이고, 대학 동문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그때 돼서야 '저 재직자 전형입니다.'라고 밝히면 되는 부분이다. 재직자 전형 출신이라고 전혀 부끄러워할 필요도 전혀 없다. 아무리 그래도 고졸보다는 재직자 전형 대졸 출신이 낫지 않겠는가. 



 어떻게 보면 정식 대학교 졸업장은 딴 거니까 해당 대학교 출신은 맞는 거고, 사립대학 입장에선 등록금 뽑아 먹어서 좋고, 고졸 직장인 입장에선 학벌 세탁하니까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다. 본인이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고, 학벌이라는 것에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그냥 네임밸류 있는 학교를 가는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다.



 나는 20살부터 바로 회사 생활을 했지만, 대학교 생활에 별다른 미련이 없고, 학위에 대한 열망도 없는 편이다. 휴학을 할까, 자퇴를 할까 고민을 하는 입장에서 과연 재직자 전형이 동문으로써 인정받을 수 있을까에 대해 그냥 생각을 해보았다.  재직자 전형으로 합격하여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교 친구들을 보면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동기들도 있는데,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그런 소속감이나 대학 구성원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대학은 나와야지'하는 부모님의 잔소리와 '기껏 해야 야간대 아니냐?'라는 주변 지인들의 조언 중에서 항상 혼란이 왔었다.



어쩃거나 동문이고 나발이고 뭐 그런 거 저런 거 다 따지지 말고, 내 인생 잘 먹고, 잘 살면 장땡이지 않을까. 남들이 동문으로 쳐주든지 말든지, 등록금 내고 공부하면서 학위 따면 해당 대학교 출신이지 않을까? 동문이라는 소속감 유대감을 별개로 생각하더라도 일단 대학 학위를 따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이런 거 저런 거 따지지 말고 우리 현생이나 잘 살아보자..



회사 다니면서 학교 다니는 일이 보통 일은 아니다. 전국에 있는 직장인 겸, 대학생들 모두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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