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자산 불리기 위한 취업과 생존을 위한 취업
나는 생존을 위해서 고졸 취업을 선택했다. 사실 생존이랄 것 까지는 아니지만, 그냥 돈이 아까웠다고 하자.
외벌이로 공무원이신 아버지와 3자녀 가구였기에, 생활비가 빠듯했다. 어머니가 사교육에도 관심이 많아서 학원비만 하더라도 만만치 않았다.
대학을 가더라도 내 학비는 어떻게 하더라도 내 용돈은 알바를 해서 충당해야 할 것 같아 그냥 마이스터고를 가기로 했다. 사실 인문계를 진학해서 공부를 열심히 할 자신도 없었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진학했을 때, 나와 비슷한 사람들만 보였었다. 대부분 가정형편이 비슷하면서, 대학을 위한 공부를 하기 싫어했다.
어쩌다보니 지방에서 서울로 취업을 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고졸 취업을 한 사람들은 거의 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인 것 같았다. 과거에도 우리 부모님 시절만 하더라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공고나 상고에 진학한 케이스는 많았다. 나도 그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얼추 비슷했다.
사회에서 만난 고졸 취업자들도 대부분 나와 비슷했다. 근데 그중 몇몇은 달랐다. 서울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돈이 많은 사람이 많았다. 더욱이 서울에서 대학까지 다니면서 내 생각은 확실히 바뀌었다. 그 특별한 사람들이 고졸 취업을 선택한 이유가 다 있었구나..
이 사람들은 뭔가 다른 목적이 있어서 고졸 취업을 한 것 같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유는 단순히 공부를 하기 싫어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뭔가 이들은 때깔이 달라 보였다. 여유가 있었고, 나처럼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힘겹게 자취하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그들이 여유는 이유가 있었다.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부모님의 영향이다. 그들의 부모님은 고졸로써의 사는 삶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바로 자산의 증식이다. 자녀가 최대한 빠른 나이에, 가성비 있게 괜찮은 직장을 구하여 자신이 가지 부를 이전시키기 위하여 고졸 취업을 자녀에게 장려하는 것이었다.
생활비는 부모님 카드로 충당하고 자신이 받는 모든 월급을 저축하는 형태로 소득 증빙을 만들고, 현금을 저축하여 20대 초중반의 나이에 수도권 주요 입지의 괜찮은 부동산을 취득하는데 도움을 주거나, 증여를 하는 형식으로 자산을 물려준다. 자녀가 최대한 빠르게 사회 생활을 시작하게 하여 부를 불리기 위함이 목적인 것이다.
물론 이들이 초, 중학교 시절 학업에 재능이 있고 소질이 있었다면 얘기가 달랐겠지만, 부모 입장에서 자식이 공부하는 꼴을 보니 도저히 확신이 서지 않아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들이 원한 바는 자산의 증식, 현금의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는 현 시점에서 애매하게 대학 보내서 취업시킬 바에는 20살부터 돈을 벌게 해서 자산을 불리게 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대부분의 공기업, 공무원은 고졸 차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선택이 더욱 효과적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취업의 난이도와 노력 대비 취업 성공하기가 훨씬 쉽다.
사회에서 만난 '좀 사는 고졸취업자'를 보면서 나는 참 의아했었다 .'아니 집에 돈이 좀 있고 여유가 있으면 뭐 하러 고졸 취업을 했을까? 나였으면 대학을 갔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근데 내가 보는 시야가 참으로 좁았었다. 단순히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나처럼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돈을 더 불리기 위함이 목적이었다.
단순히 돈이 아까워서 마이스터고를 진학한 나와는 다른 가치 체계를 가지고 고졸 취업에 접근한 것이다. 사업체를 운영한다거나, 부모님 직업이 고액 연봉인 전문직이거나 하는 부류는 자녀의 교육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겠지만, 적당히 여유가 있고 자녀가 공부에 그닥 흥미가 없는 경우에는 이런 경우를 많이 선택한다.
나 또한, 고졸 취업을 선택한 입장에서 자녀에게 고졸 취업을 장려하고 싶다. 다만, 우리 부모님과 나 같이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자산을 불리기 위한 수단으로써 고졸 취업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바램이 더 크다. 훗날 태어날 자녀를 위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을 불리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
돈, 제테크 공부를 조금이나마 하면서 미약했던 내 시야가 조금은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내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