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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고졸 Jul 30. 2022

김상병이 군대에서 포상휴가 9일 받은 이야기

개나 소나 책을 쓰는 요즘 세상이니 나도 써봤다. 

 코로나가 극심하던 20년도 중순에 나는 군대에 입대했다. 코로나 시기라서 외출, 외박도 나가지도 못하고 답답해 죽을 맛이었다. 다 같이 고통받던 와중 선임들이 내게 한 가지 조언을 해줬다.


  '무조건 휴가 많이 나가는 게 남는 거다.'


 기존에 있던 대대장은 군대에 있을 때 뭐라도 하라면서 종목 불문하고 어떤 자격증을 따더라도 따기만 하면 자격증 1개 당 포상 휴가 3일을 주던 멋진 참 군인이었다. 그래서 이걸 악용하는 사람이 생겼다. 휴가를 나가면서 한자 8급부터 4급까지 한 번에 5개 급수를 취득하는 수법을 통해 15개까지 받을 수 있는 포상 휴가를 한 방에 다 채운 것이다. 


 토익 시험을 보고 오기만 해도 그냥 휴가를 남발했다. 토익 500점만 받아도 뭐라도 했으니 휴가를 주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 부대에 전입을 오고 얼마 있지 않아서, 대대장님이 바뀌게 되었다. 새로 오신 대대장님은 포상 휴가가 너무 남달 된다면서 자격증 포상 휴가를 싹 없애버렸다. 


 나는 절망에 빠졌다. 가뜩이나 코로나라서 외출, 외박도 못 나가고 받을 수 있는 휴가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휴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모두 하기로 했다. 그게 바로 글쓰기였다. 내가 속한 부대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자유 주제로 정보글, 독후감, 수필, 부대 소개 등의 글쓰기를 하면 잘 쓴 인원에게 포상 휴가 3일을 주었다. 

 

 이때 사건이 하나 터지는데, 코로나 상황이라 말년들의 전역 전 휴가를 미복귀 휴가로 실시하게 되면서,  휴가를 많이 가지고 있던 말년들의 휴가 일수가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병장들이 거의 50일이 넘는 미복귀 휴가를 가게 되면서 사령관님이 극대노를 해버린 것이다. 사령관님은 휴가가 너무 남발된다면서 포상, 위로 휴가를 제한해버렸고, 사령부 예하의 다른 부대들도 휴가를 받을 길이 없어지자, 군대 버전의 신춘문예가 시작되었다. 경쟁률이 높으면 15대 1까지 증가하고, 기껏해야 2~3명 뽑는 자리에 간부도 한 번씩 꼽사리를 끼는 일이 생겼다. 간부들은 포상휴가를 받지 않지만, 소정의 상품을 받는다고 전해져서 꽤나 많은 간부들도 도전을 했다. 뭐 하러 애들 노는데 와서 행패를 부렸는지 모르겠다. 


  휴가에 미쳐 이등병도, 병장도 덤벼드는 글쓰기 시장에서 어떻게 하면 휴가를 받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나는 글쓰기에 소질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다. 특히 중, 고등학교 시절 국어 과목을 정말 못하고 독해력도 나빠서 문과는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군생활 동안 글쓰기로만 9일의 포상 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사실 글쓰기라는 것이 별게 없다고 유시민 작가는 말을 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문학적인 표현은 선천적인 재능이 필요한 영역이지만, 우리들이 평상시에 쓰는 정보를 제공하는 글 같은 경우는 이리저리 흩어져있는 정보들을 한 곳에 모아 잘 요약해서 나열만 해도 꽤나 있어 보이는 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정보를 이것저것 모아놓고, 있어 보이게 나열한 것뿐이었다. 


 군대에서만 쓰는 인트라넷을 이용하여, 국방일보에 접속해 거기서 있어 보이는 정보글들을 뒤졌다. 그런 정보글들을 내 나름대로 요약하고 추가로 필요한 정보들은 구글, 블로그, 유튜브 같은 것들을 통해 찾아서 보강했다. 내가 속해 있는 조직이 군대이기에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을 뿐이었는데 포상 휴가가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때 느꼈다. '글쓰기라는 것이 어찌 보면 쉬울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 말이다. 


 그래서 요즘 서점을 가면 잡다한 책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 그런 책을 보면 어디선가 읽어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누군가 다뤘던 내용, 했던 말을 재탕하는 식의 책들이 대다수이다. 중요한 내용은 70~80프로 정도 비슷하고, 마지막으로 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조미료를 넣는 식으로 책을 마무리하며 끝맺는다. 


 그래서 책을 살 때, 서점에 가서 한 번 읽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책을 읽지 않은 지는 오래되었지만... 




 어쨌든 이런 정보라는 것은 뭉쳐야 더욱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 인터넷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한 군데 모아 재편집, 창작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책을 파는 이들을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없다.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


 예전에 경주에 놀러 가서 박물관을 간 적이 있었다. 학창 시절에 갔을 때는 정말 더럽게 재미가 없는 곳이었지만, 왠지 내 발로, 내 돈을 주고 관람을 한다고 하니 느낌이 달랐다. 그게 내 자유의지가 있느냐, 없느냐 차이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여러 보물들을 관람을 하면서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저기 있는 신라 시대의 금관이 우리 집 안방 화장실에 있으면 저만한 가치가 있을까?'


 박물관에 있는 보물, 문화재들이 가치 있는 것은 그들을 포장해둔 그럴듯한 쇼케이스와 시대, 문화적 배경에 맞추어 보기 좋게 정리, 정돈하여 나열한 까닭이 아닐까. 정보들도 뭉치면 더욱 가치가 있듯이 이런 문화재들도 뭉치면 더 빛을 발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문화재들을 모아둠에 있어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에 압도되는 느낌처럼, 한 번쯤 들어 보고 이리저리 산개되어 있는 정보들을 그럴듯하게 뭉치는 것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나도 책을 한 번 써봤다. 내가 겪은 고졸 취업 이야기에 대한 전자책을 말이다. 안 팔려도 전혀 타격이 없다. 그냥 경험 삼아 한 번 해보는 것이다. 




중학생 자녀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한 번쯤 읽어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ㅎㅎ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입장에서 고졸 취업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써봤습니다!


https://kmong.com/gig/398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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