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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고졸 Feb 12. 2022

환경이 제일 중요하다.

차라리 누가 날 통제해줘..

전역을 했을 당시, 다니던 회사의 복직까지 시간이 거의 40일 정도 남았었다.


밖에 나와서 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전역 후에 뭘 해야 할지 청사진을 그리며, 앞으로의 계획에 생각하고 실행을 할 생각만 했다.


 전역 후, 딱 3일간은 군대에서 마음먹은 목표대로 살았다. 작심삼일에 그 3일 말이다.


 바깥의 공기는 너무나 달콤했고, 정해진 시간에 자고, 먹고, 쉬는 생활이 아니라 내가 나 스스로 통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마음먹었던 결심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보통은 일과는 16시에 끝이 난다. 16시부터 전투체육 시간이 주어지는데,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이때 운동을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17시 30분이면 휴대폰을 받게 되는데, 이때부터 헬스장에 사람들이 줄어든다. 휴대폰을 쓰는 시간에는 자유롭게 운동을 할 수 있다. 16시부터 24시까지 군대에서 시행하는 일과시간표에 따라 나의 자기 계발 계획도 덩달아 따라갔다. 통제를 해줄 환경이 있으니, 자기 계발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군대에서는 자기 계발을 정말 열심히 했다. 일주일에 5번의 웨이트 트레이닝, 3번의 유산소 운동을 했고 22시부터 24시까지 별다른 근무가 없으면 매일 연등을 신청해서 공부를 하곤 했었다. 전역을 얼마 앞두지 않아 마음이 붕 뜬 상태였던 1달 간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매일이 똑같았다. 거의 500일이 다 되어 가는 군생활 동안 야간 연등을 가지 않은 날은 두 손안에 꼽았다. 


 점심시간에도 시간이 남으면 10분이라도 책을 읽었고, 간부들의 눈치가 소홀해진 틈을 타서 일과 시간에도 책을 읽곤 했다. 책을 읽다가 혼이 나기도 했지만, 사람의 심리가 하지 말라고 하면 더욱 하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1년 6개월 간의 군생활 동안 총 80권의 책을 읽었다. 그냥 읽은 것이 아니라, 인상 깊었던 구절을 필사하고 나의 견해를 덧붙이는 나만의 독서 노트를 만들었다. 이 외에도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영어 단어와 사자성어를 매일 꾸준히 암기했었다. 블로그도 운영하기 시작했고, 군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치우고 사회로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우리 중대 간부님이 너는 회사에 취업도 된 애가 왜 그렇게 열심히 사냐고 물을 정도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오히려 취업 준비를 했던 고등학생 시절보다도 더 열정적으로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땐 단순히 취업만 바라보던 취준생 입장이었다면, 군 복무 시절에는 더 높고 고차원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갔으니 말이다.

 



 군대에서는 모든 것을 정해준다. 밥을 먹는 시간,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씻어야 하는 시간, 자유롭게 쉴 수 있는 시간, 야간 연등을 할 수 있는 시간 등 모두 내가 스스로를 통제하지 않아도 환경이 날 통제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밖에서는 날 통제해줄 수단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군대를 다녀오면 사람이 바뀐다고 하고, 정신 차린다고도 한다. 나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더라. 지금 내 모습을 돌이켜보니 군대를 가기 전의 모습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스스로 통제가 되지 않으니 의미 없는 하루를 지속한다. 


 나는 군대에 같이 근무를 하던 병사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과 시간에는 최대한 멍만 때리고, 노가리나 까면서 시간만 죽이다가 휴대폰을 받으면 침대에 누워서 뒹굴 거리던 그런 용사들 말이다. 내가 복무했던 부대는 이런 용사들이 절반 이상이었다. 


 군대에서도 이렇게 시간을 쪼개서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는데, 자유가 있는 사회인들은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시간을 조금이라도 내서 책을 보거나, 개인 공부, 재테크, 운동 같은 것들을 할 수가 있을 텐데 회사와 집만 반복하는 직장인들은 속으로 내심 한심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막상 군대를 나와보니, 나는 내가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사회인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도 별로 다를 게 없었다. 퇴근하고 운동하고 집에 와서 밥 먹고, 맥주 한 캔 마시면서 컴퓨터를 킨 다음에 롤 5판 조지고 자면 너무나도 행복하다.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성공하는 습관을 설계하는 방법에 대해 다루는 책 '해빗'에서는 환경 설정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책에서 성공을 이루기 위한 필수 조건은 막연히 노력하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환경 통제, 즉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습관에 있다고 주장을 한다. 


 군대에서 내가 성공적인 자기 계발을 할 수 있었던 이유, 밖에 나와서는 입대를 하기 전의 모습과 똑같이 돌아간 이유는 오로지 환경과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 내 마음가짐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지만, 나를 둘러싼 환경이 너무나도 바뀌어 버렸다. 


 차라리 누가 날 좀 통제해주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고, 오히려 군대가 나쁘지 않았다는 과거 미화를 하기 시작하는 나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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