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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고졸 Feb 18. 2022

굳이 대학을 가야 하나..

재직자 특별전형은 빚 좋은 개살구이지 않을까?

 그냥 일반적인 대입 전형이 아니라, 재직자 특별전형이라는 대입 수시 전형이 있다.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를 졸업하고 회사에 3년 재직을 하면 특정 대학, 특정한 과에 지원을 할 수 있는 수시 제도이다. 대표적인 학교로는 한양대 산업융합학부, 중앙대 지식경영학부, 경희대 국제통상금융투자학과, 건국대 신산업융합학과 등이 있다. 과 이름만 들어도 뭔가 싸한 느낌이 오지 않는가? 과거 야간대 학과에서 이름만 그렇듯 하게 바꾼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게 된다. 


 수능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면접 등을 기반으로 입학자들을 선별한다. 나 또한, 지금 앞에 언급했던 학교들 중 하나에 합격하고 등록금을 예치하여 곧 입학을 할 예정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꼭 이런 생각은 돈을 낸 상태에 하게 된다.. 


 


 

나는 공기업에 재직 중이다. 마이스터고 3학년 재학 중인 2017년도 하반기에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계속 재직 중이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고졸 채용 장려'라는 시대적인 혜택에 힘 입어 내 분수에 맞지 않는 괜찮은 회사에 만족하며 감사히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딱히 이직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 상위 공기업을 가기 위한 이직 공부는 엄두가 나지 않을뿐더러, 그 시간을 투자해서 이직을 할 빠엔 재테크를 하거나 수익 파이프라인을 늘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도 막 회사에 입사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20살, 21살에는 대학 생활에 대한 강한 갈증이 있었다. 나도 또래 이성친구들과 어울려서 술도 먹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과팅, 미팅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즐겁게 캠퍼스 생활을 즐기는 새내기인 대학생 친구들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이성 친구들과 술을 먹다가 생긴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대학을 가게 된다면..?'이라는 상상을 하다가 거울을 보고 체념했다. 


 '될 놈 될'이라고 하던가, 될 놈은 어떻게든 되더라. 얼굴 반반하고, 유머 있고 능력 있는 회사 동기들, 고등학교 동창들은 알아서 이성을 잘 만나고 다녔다. 내가 직장인이라서 여자 친구가 없는 게 아니라, 그냥 못생겨서 안 생기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대학에 가게 된다면 여자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대학을 진학하는 고졸 직장인이 있다면 그 생각을 접길 바란다. 당신이 직장인이라서 못 만나는 게 아니라, 그냥 못생겨서 못 만나는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 이야기는 농담이고, 나는 대학에 진학할 마음이 크게 없었다. 주변 지인들의 강력한 협박 아닌 권유로 인해서 학교에 지원하게 되었다. 20살, 21살에야 대학에 대한 갈증이 있었지만, 군대를 다녀오면서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대학 졸업장, 그것도 일반적인 대학교 졸업장이 아닌, 버젓이 사람들 인식 속에는 야간대라고 깊게 박혀있는 '특성화고 졸업자 재직자 전형'에 관심이 줄었다.


 한 번에 총 6개의 수시 입학 원서를 쓸 수가 있는데, 나는 자기소개서 쓰기도 귀찮고 진학할 마음도 없어서 그냥 딱 한 곳에만 지원을 했다. '떨어지면 안 가고, 붙여주면 가야지~'라고 재직자 전형 입학에 간절한 사람들이 보기에 굉장히 밉살스러울 수도 있는 행동을 했다.  


 운이 좋게도 합격을 하게 되었고, 내심 기분이 좋기도 했다. 그런데 입학 예치금에 등록금까지 납부를 해보고 나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 말이다. 



내가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이러했다.


1. 야간대도 동문 취급을 해줄까?

- 재직자 전형을 보고 야간대라고 칭하면, 재직자 전형 대학생들이 발작한다. 자신들의 졸업장 코드는 주간대학과 똑같이 나오며, 우린 엄연히 졸업 시에 주간 대학교 졸업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그러나 고졸 취업이라는 한 우물 안에 있는 우리들이야 그렇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루트의 대학교 입학과는 이질감이 느껴지기에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앞서 열거했던 대학들은 인문계 진학을 하고, 뭐 빠지게 공부를 해야 입성이 가능한 대학이기에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를 졸업하고 재직자 전형이라는 루트를 통해 비교적 손쉽게 대학교에 입학을 한 우리들과 대학 동문 취급을 안 해줄 가능성도 농후하단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은 학연, 지연, 혈연이 중요한데 '우리 야간대 출신들도 같은 학연에 껴줄까?'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2. 이직 시에 과연 이 학사 졸업장이 유효한가?

- 나는 어차피 이직 생각도 거의 없어서 고민을 하지 않았었지만, 그래도 혹여나 '이 학사 학력을 가지고 다른 대기업에 이직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번 해보았다. 워낙 이런 학과의 이름이 특이하기에, 해당 기업의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확인이 할 수밖에 없다고 느껴진다. 졸업장 코드에는 주간 학과라고 나와있어도, 자신의 경력을 기재하면 경력사항과 학력사항의 기간이 같기에 어차피 들통난다. '과연 내가 이 학사 졸업장을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인사담당자, 면접관에 입장에 따라서 '아, 이 친구 열심히 살았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 얘 야간대 출신이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웬만한 대학 졸업장은 플러스 요인이지만, 야간대 졸업장은 마이너스 요소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MZ세대가 추구하는 것은 정의, 공정인데, 그들의 입장에서 고졸 입사자들은 눈 꼴 사나운 사람들이기도 하다. 반응이 궁금하다면 직장인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를 들어가서 확인해보면 알 수가 있다. 부럽다는 사람들이 절반, 고졸 취업은 역차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절반, 아주 그냥 물 반 고기 반, 맥심 화이트 골드 커피 믹스의 황금비율이 부럽지가 않다. 


3. 돈과 시간, 체력은 엿 바꿔 먹었나?

- 중소, 중견기업 같은 경우 등록금 전액 지원이 가능하고, 대기업의 경우 등록금의 50프로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공공기관은 그딴 게 없다. 오로지 생돈 주고 가야 한다. 내가 진학을 한 곳은 사립대라 등록금이 꽤나 비싼 편이다. 1년에 700~800을 상회하는데, 이런저런 부대비용을 고려해보면 대충 4,000만 원이 소요된다. 시간과 체력도 무시하지 못한다. 요즘 헬스를 하고 있는데, 문득 든 생각이 '이러면 일주일에 운동을 몇 번이나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회사 생활과 학업을 어떻게 병행할지'보다 운동에 더 진심인 나를 발견했다. '차라리 그 목돈으로 재테크를 해서 돈을 굴리거나, 내가 관심 있는 일들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해당 분야에 정통한 신뢰할 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여미새, 남미새 출연 비율이 굉장히 높다고 한다. 앞서 말했던 나 같은 여미새들이 자주 대학가에 출몰한다고 한다. 대학만 가면 여자를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꽤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내 회사동기도 이런 음흉한 생각을 하면서 대학교 입학을 고대하고 있다. (여미새 : 여자에 미친 새O)

 또한, 학생의 절반이 그냥저냥 학위나 따고 사람들 만나러 놀러 오는 사람이 절반이다. 적당히 학력 세탁하고 자신들의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과 만나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주목적이기도 하다. 고졸 직장인들 입장에서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만나는 것에 있어서 꽤 애로사항이 있는 것은 적극 공감하는 부분이다. 물론 공부에 진심인 학생들도 꽤나 있다고 한다. 



 

그래도 돈을 낸 입장에서 안 갈 이유만 생각하기도 좀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그래도 최종 학력이 고졸인 것보다 대졸인 것이 낫고, 직장을 다니며 학교를 다니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아줄 것이고, 살면서 학력이라는 벽에 막힐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이러한 길을 미리 뚫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든다. 또, 요즘 사람들이 그렇게 학력에 집착하지도 않은 것 같다. 회사에 나와 보니 서로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무슨 대학교 출신인지 물어보지도 않는다. 


 취업 후,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이 없고, 그냥저냥 무료한 삶을 살아가거나, 대학 학위를 목적으로 자신이 흥미 있는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사람, 고졸 직장인으로서 자신과 비슷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


 다만, 나는 하고 싶은 것도 여러 개가 있고 대학 학위에 크나큰 욕심도 없으며, 태생이 찐따, 아싸, 혼자 놀기 장인이라 굳이 사람들을 많이 안 만나도 될 것 같지만, 기왕 돈을 낸 김에 열심히 1학기라도 다녀볼 생각이다. 그래도 도찐개찐이긴 하지만, 최종 학력이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교 중퇴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같은 팀 차장님이 말하는 이야기가 계속 생각난다. 그냥 방통대나 가라고 귀에 딱지가 박히도록 말씀하셨던 차장님... 공고 출신으로, 학사 뿐만 아니라 석사 학위 2개나 취득을 하셨지만, 학위 취득은 어디까지나 자기만족이고, 차라리 방통대 가서 공부하고 싶은 거 공부하고 재테크나 하라던 차장님...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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