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 Feb 08. 2022

여는 글

  세상에, 교사로 살면서 늘 ‘언젠가 책 한 권은 내야지,’ ‘난 책 낼 소재가 참 많아.’ 라고 생각하며 살아오긴 했다. 하지만, 전공을 살린 수업 활동이나 학교에서의 에피소드를 정리한 책도, 한동안 미쳐있었던 사진집도 아닌, 그림 에세이가 첫 책이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거기다가 엄마와의 사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니!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고, 사진, 그림, 캘리그라피, 만들기, 요리 등등 뭐든지 손으로 하는 것은 참 좋아하고 약간은 소질 있다는 소리도 종종 듣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전문가 아닌가. 사실 나는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으면서 내용 정리도 그림으로 하는 편이고, 가끔 수업 활동에서도 나의 손그림을 활용한다. 즐겨보는 드라마 주인공이 디자이너나 화가면 그 인물에 동화되어 나도 끄적끄적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일상을 담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그림책이나 드로잉 여행 에세이를 종종 사서 읽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것이라고는 초등학교 3학년 때 1년 정도 동네 미술 학원을 다닌 것이 전부다. 그런 내가 본격적으로 일상을 그림으로 담아보기 시작한 것은 ‘교사, 나도 여행작가’ 연수를 들으면서였다. 연수 과정 중 여행작가 리모님과 잠시나마 그림을 그리는 체험을 하면서 나도 나의 일상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 개인적으로 일일강의를 찾아가 들어보기도 하고, 책을 더 사기도 하고, 일상에서 눈에 걸린 장면을 그리는 연습도 시작했다. 그러다가 몇몇 선생니들과 인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여행 중에 인도 그림을 그리며 주변 사람들의 칭찬에 으쓱해졌다. 여행이 끝난 후 코로나19가 시작, 집에서 엄마랑 보내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난 말 그대로 엄마와 나의 일상을 그려보기로 했다. 한 장, 두 장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엄마와 대화도 더 늘어났다. 심력, 체력이 모두 바닥난 2021년이 끝날 즈음, 정말이지 무기력증에 빠져 있을 때, 책쓰기의 고수 묘쌤이 내게 책 쓸거리 많으니 방학에 책 한 권 꼭 써보라고 마음의 불씨를 지펴주셨다. 결정적으로 마냥 지쳐 방안을 뒹굴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호기롭게, 이미 꽤 많은 그림을 그려왔고, 블로그나 휴대폰에 그림에 대한 기록도 되어있는 엄마와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게 된 것이다. 부족한 나의 글과 그림에 그동안 열심히 호응해주신 주변 선생님들께 지면을 빌어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울 엄마, 내가 손주 재롱 보게 해주지는 못하지만, (홀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니..ㅋ)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엄마도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을 즐겨주시길. 나를 낳고, 품고, 길러 주셨듯, 이제 내가 그저 옆에 있어드리는 것 뿐이니 제발 딸한테 신세진다는 생각 마시고, 당당하게 인생 즐겨 봅시다. 사랑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