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 Feb 12. 2022

두번째 가을01 - 커플룩


커플룩     


  결정장애를 가진 내가 여름내 사고 싶어 하던 생활한복. 이상하게 어릴 때부터 생활한복을 사고 싶었다. 정말 말 그대로 평소에도 입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거 입으면 결혼도 안 한 딸 나이 들어 보인다고 생각하시는 건지 엄마는 별로 달가워하는 것 같지 않으셨다. 쓸만한 옷은 좀 비싼 편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고민만 하다 여름이 끝날 즈음 생활한복을 구매했다. 커플룩이라고 완전히 똑같은 거 입으면 촌스러우니 치마 색은 다르게. 엄마는 보라색을 좋아하니 연보랏빛 치마, 난 푸른색. 여름이면 민소매 원피스로도 활용이 가능한 디자인을 선택했고. 저고리는 들어가는 배색 종류만 맞추고, 서로 바꿔 입으면 여러 벌 분위기를 낼 수 있게 디자인이 다른 걸로 골랐다. 그냥 집에서건 동네에서건 엄마랑 커플룩으로 입고 사진도 좀 찍고 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디도 가지 못하고 여름은 끝이 났다. 아… 어딘가 가고 싶은데... 마침 민속촌이 야간개장을 하는 기간이다.  

    

“엄마, 민속촌이나 갔다 올까요?”

“거기 입장료 비싸잖아.”

“야간개장 기간이라 저녁에 가면 싸요. 한복 입고 가자~”

“그럴까. 그 소쿠리 하나 사고 싶은데… 있으려나.”   

  

  일전에 민속촌에 갔다가 공방에서 만드는 대나무 소쿠리를 참 마음에 들어 하셨는데 현금이 없어서 못 산 적이 있다. 다시 가자고 하니 입장료 비싸다며 안 가셨던… ㅎ 그리하여 엄마랑 나는 생활한복을 차려입고(물론 불편해하실 경우를 대비해서 다른 옷도 챙기고), 소쿠리 구매용 현금도 챙기고 민속촌으로 향했다. 아.. 입장료만 좀 싸면 정말 매주 들리고 싶은 장소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민속촌은 입장료가 너무 비싸다^^; 그래도 한복을 차려입고 가니 좀 더 기분이 난다. 곳곳에 머물러 사진을 찍다 엄마가 찾던 공방 앞에 섰다.     


“이거 아니에요?”

“아냐, 이건 너무 커 더 작은 게 있었던 것 같은데..”  

   

  공방 장인에게 물어보니 가장 작은 크기의 소쿠리가 있는데 다 떨어졌단다. 결국 또 못 사고 돌아섰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민속촌 산책을 계속했다.      


“엄마, 여기서 사진 한 장 찍을까?”

“아휴, 그만 찍어.”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니까. 그러지 말고 웃어요, 하나, 둘, 셋!”    

 

  안 한다고, 그만하라고 하시다가도 내가 숫자를 세면 카메라를 보며 웃는 엄마. 갈수록 표정이 자연스러워져서 뿌듯하다. 이제 훈련이 좀 된 모양이다. 코로나 때문에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긴 하지만 사람 없는 길목 찾아다니며 기와집, 초가집, 허수아비, 장독대, 나무다리… 여러 포인트에서 찍을 사진은 다 찍어본다. 저녁 무렵 공연이 있다길래 보려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처음에는 거리두기가 되는 듯했으나 공연 시간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이 많아지고, 시야마저 막힌다.     


“그냥 가자. 사람 너무 많다.”

“그래도 괜찮겠어요? 다른 쪽으로 돌아가 볼까?”

“됐어. 그거 못 본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산책이나 좀 더 하고 집에 가자.”     


  공연장에 사람들이 몰려드니, 반대로 길목 이곳저곳은 좀 더 한산해졌다. 어느덧 내려앉은 어둠에 여기저기 달린 초롱이 예쁘게 빛나고, 냇물에 띄워둔 대형 보름달 모형이 아름답다. 그렇게 또 사람 구경, 민속촌 구경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

매거진의 이전글 두번째 여름03-장보러 갔다 하늘 구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