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두 개의 축-무의식의 원형과 권력

레베카이름의 성경적 기원

by CaleB
부인께선 지금도 여기 계시는데 느껴지세요?


<레베카>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뮤지컬 속의 “레. 베~카~~” 하는 노래가사는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1940년 알프레드 히치콕감독의 작품으로 유명한 영화 <레베카>가 벤 휘틀리감독의 리메이크작품으로 OTT에 올라와있습니다. 원작은 다프네 뒤 모리에 Daphné Du Maurier의 소설이며, 뮤지컬로도 워낙 유명하지만 원작소설이나 뮤지컬을 보지 못했어도 영화를 통해서도 충분히 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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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재미는 역시 레베카라는 여인의 망령 때문에 고통받는 주인공 나(드 윈터부인)가 죽은 레베카의 비밀을 발견해 가고 마지막에는 반전을 이루는 스토리구조입니다. 스토리자체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여기서는 이 영화를 감상할 주요 포인트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레베카의 스토리라인은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두 개의 축은 다시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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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스토리의 원시적 원형인데 ‘신데렐라’와 ‘미녀와 야수’ 이야기입니다.


레베카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이유는 인류가 무의식 속에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원형을 모티브로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신데렐라’ 이야기로서 드 윈터부인은 우연히 알게 된 부유한 맥심 드 윈터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신분상승을 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신데렐라는 사랑하는 왕자를 만나지만 현실의 제약 때문에 수많은 고통을 겪게 됩니다. 그러나 마침내 그 고난을 극복하고 왕자와 재회해 행복을 이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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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원형은 ‘미녀와 야수’ 원형입니다. 마법에 사로잡혀 고통받는 야수를 구원하는 미녀이야기입니다. 드 윈터부인은 평범한 간호사에서 부유한 가문의 안주인이 됩니다. 그러나 거기에서 겪게 되는 신분차이 때문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레베카라는 이미 죽은 남편의 전 부인의 망령에 시달리게 됩니다. 레베카는 죽었음에도 이 가문의 대저택을 여전히 지배하고 배회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레베카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주지 않습니다. 레베카는 일종의 금기 같은 존재이면서 여전히 이곳을 지배하는 이상한 존재입니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고귀하고 범접할 수 없는 존재라는 이미지는 남편의 침묵과 가정부 댄버스부인에 세뇌에 의해 고착됩니다. 모든 것을 레베카와 비교하는 사람들의 압박은 주인공을 노이로제로 몰고 갑니다. 그러나 결국 레베카의 비밀을 알게 되고 각성한 주인공은 위기에 빠진 드 윈터를 구해내고 행복을 찾게 됩니다.



또 하나의 축은 구질서와 새 질서의 대립입니다.


이것은 다시 두 개의 이중구조를 만들게 되는데 우선 드 윈터가문이라는 기존의 질서세계입니다.


드 윈터는 보수적 관점을 대표고 있습니다. 드 윈터가 소유한 재산과 신분은 필연코 보수적인 세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성은 이 질서에서 부속물이며 주인공 또한 거기에 편입되어 행복을 얻고자 합니다. 반면에 레베카라는 전 부인의 이미지는 자유분방하고 주도적인 페미니즘적 여성상을 나타냅니다.


미모와 교양을 갖춘 매력적인 레베카는 남편과 가정을 지배하고 자유로운 연애를 하는 팜므파탈적 여성입니다. 드 윈터는 레베카를 이길 힘이 없지만 그것을 용납할 수도 없습니다. 여기에서 비극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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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토리라인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댄버스부인의 위치입니다. 그녀는 레베카의 충복으로서 레베카를 절대적으로 추종하고 있습니다. 레베카는 댄버스부인의 이상이고 전부인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여주인도 레베카를 대신해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댄버스부인은 이미 쇠망한 옛 레베카왕국의 재건을 꿈꾸며 살아가는 히스테릭한 몽상가일 뿐입니다. 또한 댄버스부인은 이 저택의 권력자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이 댄버스부인의 질서를 허물어야만 드 윈터부인은 생존할 수 있습니다. 진보적 여성상의 레베카가 여기에서는 사라져야만 하는 기득권이 되어 주인공을 압박하게 되는데, 본질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념조차 사실은 얼마나 기득권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그 위치는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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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레베카란 이름은 어딘지 익숙한 이름입니다. 레베카 Rebecca라는 이름은 구약성서에 처음 등장합니다. 성서의 리브가 Rebekah는 아름답고 친절한 여성이었으며 아브라함의 외동아들 이삭의 아내가 되어 ‘만인의 어머니’로 축복을 받습니다. 그녀로 말미암아 내성적인 성격의 이삭의 가정은 든든해졌으며 복을 누리게 됩니다. 리브가는 가문의 중대사를 결정할 만큼 주도적이며 담대한 여성이었습니다. 리브가가 큰 아들 에서와 둘째 아들 야곱의 축복을 바꾸어 버려 가문의 장자가 바뀌게 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아버지 이삭은 리브가의 계획도 모른 채 둘째 야곱에게 장자의 축복을 내리게 됩니다. 이로 말미암아 형제는 원수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옳은 판단이었고 지혜로운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야곱의 자손 요셉이 이스라엘의 구원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브라함가문의 중대사가 리브가에 의해서 결정된 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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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면 레베카라는 이름은 강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원형으로 생각할 수 있고, 작품 <레베카>는 이런 체제전복적인 여성원형을 다시 전복하는 구질서의 승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리브가에게 축복하여 이르되 우리 누이여 너는 천만인의 어머니가 될지어다 네 씨로 그 원수의 성 문을 얻게 할지어다" (창 2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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