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을 결정하다

치료를 위한 한국 방문

by 세바라기

엄마도 아니고 아내도 아니고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 다녀와


열다섯, 열둘, 열살배기 세 딸은

엄마의 감동버튼을 오늘도 누른다.


지구를 매일 100마일로 달리듯 전력질주 하던 약한 차는

결국 시커먼 연기를 내며 멈춰버렸다.

한번 멈춘 자동차는 100마일은 커녕 40마일도 버거워했다.

100마일의 짜릿함을 기억해도

40마일에 허덕이는 자동차처럼

내 몸은 마흔을 넘자 여기저기서 아우성을 냈다.


켈리포니아를 떠나 이곳 노스케롤라이나에 이르러 지나간 한해.

그리고 나는 이곳에 온지 일년이 되기 몇일 전에 출발하는 한국행 티켓을 끊었다.

귀로 시작한 수포가 얼굴과 무릎과 발등을 거쳐 이제 엉덩이와 손가락, 겨드랑이에 퍼지기 시작했다.


가려움은 밤을 채우고

그 기나긴 시간은 잠을 앗아갔다.


낫지 않는 엄마를 보며

딸들은 엄마의 한국행을 권했다.


학교는 잘 갈 수 있을까, 도시락은 어쩌지

차에 실어줘야 과일이라도 조금 먹을텐데

학교 다녀오면 배고플텐데


걱정들을 뒤로하고 딸들의 격려에 용기를 냈다.

티켓 예매를 마치는 버튼을 띄우고 수십번 다른 창을 열고 닫았다.


지켜내고 싶었던, 너무 소중하고 예뻐서 세상을 다 주고 싶었던 예쁜 세딸.

크면 클수록 더 좋아서 함께 하는 것이 기쁨을 넘어 아름다움이라는 걸 알려주는 세 딸은 엄마도 엄마를 위하는 시간이 있어야지 라고 말해주는 기특하고 배려심있는 세 여성이 되었다.


좋은 만남을 주시길, 치료의 길을 여시고 고쳐주시길 어느때보다 간절히 기도하는 하루이다.

가족을 지켜주시길, 세 딸에게 넘치는 사랑과 은혜로 채워주시길 기도한다.

건강한 엄마로 돌아와 얼굴을 대하며 사랑하고 그리웠노라 말할 수 있는 그 날이 속히 오길 간절히 간절히 바란다.


한국에 가기 위한 용기가 필요했다

지난 두 주간, 내겐 그 어느때보다 용기가 필요했다.


가족의 사랑과 배려를 가득 담고

한국으로 출발하기 꼭 일주일 전이다.


일주일동안 맘껏 사랑하고 품어주리라


아이들을 픽업할때 한번

학교 다녀와 보쌈을 맛있게 먹는 딸들을 보며 또 한번

눈물을 훔쳤다.


나는 딸 바보다

딸 바보가 안 될 수가 없다.

그녀들은 너무 특별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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