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의 인사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by 봄솔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말의 힘을 나타내기도 하고, 말을 조심스럽게 잘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겠다.


2학년에 봄이란 아이가 있답니다.

목소리가 예쁘고 발음이 매우 정확하지요.

그 아이에게 커서 아나운서가 되면 좋겠다 했더니

수의사가 될 거라고 합니다.

동물을 무척 좋아해서라고요.

이 아이가 식당에서 배식받을 때면 갑자기 식당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네 분 도우미들이 배식하는 데 음식을 받을 때마다 봄이는 높은 톤으로 또랑또랑하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반복하여 인사를 합니다.

간혹, 중간에 혼잣말로 '이거 맛있겠다.' 하고선

또 높은 톤으로 '많이 주세요.'라 말하기도 하지요.

그 말소리가 얼마나 예쁘게 들리는지 모릅니다.

도우미분들도 덩달아 봄이와 같은 톤으로 대꾸합니다.

'응~, 그래~, 많이 먹어~. 맛있게 먹어~'


봄이 말소리가 낮은 천장에서 퍼지는 음악처럼 울리면 식당은 금세

행복하고 맛있는 공간이 됩니다.

음식 배식대가 따뜻한 정을 나누는 공간으로 바뀌는 것이지요.

한 사람의 밝은 인사말이 공간의 공기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니, 놀랍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이처럼 노래가 아니더라도 인사말로

사람을 충분히 즐겁게 할 수도 있습니다.


고인 되신 송해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전국노래자랑이란 장수 프로그램을 맡아

구수한 입담으로 30년도 넘게 국민적 사랑을 받았지요.

그 원인이 무엇이었을까요?

오프닝 멘트 '전국~~노래자랑~~'

에 이어진 '안녕하세요~ 송해입니다~'

라는 인사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부드럽고 길게 끄는 그분의 인사말은

반가움과 따뜻함, 여유를 담고 있어 마치 넉넉한 품을 지닌 친척 어르신을 만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예술가들은 재능으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고, 또 많은 과학자들은 발견과 발명으로 인간 삶을 안락하고 신명 나게 하고 있지요.

그뿐 아니라 인생의 바른길을 선도한 성인이나 철학자, 종교가들도 많았습니다.

예수, 석가, 공자, 소크라테스, 괴테 등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지요.

이런 역사에 현저한 발자취를 남긴 분들이야 존경스럽고 추앙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생활 주변에서 봄이처럼 밝은 목소리로, 송해 님처럼 구수하고 포근한 인사말로 즐거움과 편안함을 주는 사람 역시 귀감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겠습니다.

아니 어쩌면 더 필요한 사람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름다운 꽃 장식이 있고

조용한 클래식 선율이 흐르는 식당에서

나비넥타이를 맨 매니저로부터 기름진 음식을 서빙 받는다 해도

겉치레 매너에 지나지 않는다면

봄이 인사말이 퍼지는 여기처럼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요?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라는 속담처럼,

말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이 있습니다.

아침 해가 단 하루만 뜨지 않아도 인류 전체의 안전이 위태롭기에 우리는 일상을 기적으로 여기듯 따뜻한 인사말 역시 기적임에 틀림없습니다.

마더 테레사는 '친절한 말 한마디는 짧고 간단하지만, 그 울림은 끝이 없다'라고 했습니다. 친절한 말은 상대방을 즐겁게 하고 그 상대방은 또 다른 이를 즐겁게 하여 연쇄적으로 '친절'의 물결은 끝없이 파동칩니다. 말의 나비효과가 일어나는 기적을 낳지요.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많은 말을 주고받습니다.

그것들이 관계를 맺는 다리가 될지, 상처가 되는 칼이 될지는

그 안에 담은 마음과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더불어 살면서 부지불식간에 서로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 하루치의 위로가 되거나,

반대로 불편함이 될 수도 있지요.

우리는 항상 되새겨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내가 전하는 말 한마디가 어떤 공기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그 말의 톤이 누군가에게 가벼운 날개가 되었는지, 아니면 무거운 짐이 되었는지를 우리는 늘 되새겨야 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따뜻한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입니다.

그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꾸는 기적이 될 수 있다니

다투어 할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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