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
아이들 가르치고 이끄는 일이 너무 힘들어 애를 쓴 선생의 똥은 독해서 개도 먹지 않는다는 뜻이다. 예전엔 개들이 인분을 먹기도 한 때가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와 함께 수업이 끝난 교실에 남아 칠판에 한시나 한문 구절을 써가며 외우는 걸 참 좋아했습니다. 그 시절이 어쩌면 제 인생의 방향을 결정지은 시간들이었지요.
그때 외운 것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이도령이 변학도 생일잔치에서 술상을 뒤엎고 어사출도를 외칠 때 지은 7 언시와 맹자가 말한 ‘군자삼락(君子三樂)’입니다.
우리 한문 선생님은 정말 인상 깊은 분이셨어요.
군자삼락을 가르치시며
"천하의 왕이 되는 건 군자의 즐거움에 들지 않아. 왜냐? 만무방 같은 놈들이 왕 노릇을 하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야"
하시며 목에 핏대를 세우시며 은근히 당시 대통령이던 박정희를 비판하셨지요.
그 말씀은 우리들에게는 다소 과격하게 느껴졌지만, 어쩐지 마음에 남았고, 지금 와서 되새기면 그 깊이를 알 것도 같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라 현실 정치에 대해 따질 나이는 아니었으므로, 친구와 저는 맹자의 ‘군자삼락’ 중 마지막 문장에 눈이 갔습니다.
"천하의 인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 그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그래서 저희는 다짐했습니다.
"우리, 선생님이 되자.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을 모두 누릴 수 있으니까!"
결국 친구는 교대, 저는 사범대에 진학했고, 정말로 선생이 되었습니다.
처음 교단에 섰을 때, 설렘과 자부심으로 가득했어요.
'드디어 내가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을 다 누리는구나!.'싶었죠.
하지만 가르치는 일이란 결코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가끔 수업 중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어요.
“첫 번째 즐거움은 부모님 덕에, 두 번째는 내가 나름 부끄럽지 않게 살아서 누리고 있다.
그런데 세 번째 즐거움은... 너희 같은 둔재들 덕분에 못 누리겠구나~”
학생들은 깔깔 웃었고, 저도 그 웃음에 개도 먹지 않는 변을 보는 선생이었지만 유쾌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셨고, 먼저 간 동생들도 있어 첫 번째 즐거움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살아오며 부끄러웠던 일들 앞에 고개 숙일 때가 많았으니 두 번째 즐거움도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고요.
교단을 떠난 지도 오래라 세 번째 즐거움도 누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운 좋게도 노인 일자리로 초등학교 도서관 도우미 일을 맡게 되었어요. 벌써 3년째입니다.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건 아니지만, 매일 꽃처럼 예쁜 아이들과 마주하는 시간은 참으로 즐겁고 고맙습니다.
도서관에서 1학년 아이들이 와서 말합니다.
“선생님, 이 책 반납해 주세요!”
“빌려 가고 싶니?”
“네!”
“그럼 ‘대출해 주세요’라고 해야지~”
“아! 맞다, 대출해 주세요!”
이 귀여운 대화, 매년 몇 번씩 반복되는데도 지겹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장면을 보는 일이 점점 줄고 있어요. 취학 아동 수가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죠.
작년엔 10명, 올해는 단 세 명뿐이랍니다.
이러다 정말 아이들을 가르치는 즐거움 자체가 이 땅에서 사라질까 두렵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 큰 걱정은 이 나라의 존립이 위협받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한문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 다시 떠오릅니다.
“만무방 같은 놈들이 왕 노릇 하니 그런 것이다.”
제가 살아온 시간 동안 11명의 대통령을 겪었습니다.
초기의 대통령들은 나름대로 나라를 세우고, 민주주의 기반을 만들고, 경제를 일으키려 노력했던 부분도 있었지요.
하지만 최근의 위정자들은 국민보다는 자신들의 야망과 욕망을 앞세우는 모습이 많아 보입니다. 편을 갈라 다투고, 권력과 명예, 이익을 챙기는 데만 몰두하는 모습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국민은 어려울 때일수록 하나가 되어 위기를 극복해 왔습니다.
이산가족 찾기, 88 올림픽, 2002 한일 월드컵
이런 역사적인 순간마다 우리 국민은 슬픔을 이겨내고, 기쁨은 함께 나누며 하나 되었지요.
그래서 믿습니다.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진정한 지도자가 나타난다면, 우리는 분명 저출생의 위기, 국가적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날을 기다리며,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콩나물 교실이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맹자의 군자삼락(君子三樂)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
부모가 살아 계시고 형제가 평안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고 사람 앞에 떳떳한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며,
得天下英才 而敎育之 三樂也
천하의 인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맹자는 덧붙였습니다.
而王天下 不與存焉
"천하를 다스리는 것(왕이 되는 것)은 이 세 가지 즐거움에 들지 않는다."
이몽룡의 7 언시
金樽美酒千人血금준미주천인혈
玉盤佳肴萬姓膏옥반가효만성고
燭淚落時民淚落촉루락시민루락
歌聲高處怨聲高가성고처원성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