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형, 정말 천국이 있던가요?

-“유년의 원두막에서 시작된 질문, 지금도 나는 테스형에게 묻습니다.”

by 봄솔

추석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나훈아의 ‘테스형’ 노랫말이 자꾸 떠오릅니다.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이 피었다.
들국화도 수줍어 샛노랗게 웃는다.
그저 피는 꽃들이 예쁘기는 하여도
자주 오지 못하는 날 꾸짖는 것만 같다.”

그 가사가 내 마음을 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님 산소에 가지 못한 세월이 오래되었으니까요.
비석 문제로 큰형과 다툰 뒤로
벌써 여러 해가 흘렀네요.

노랫말을 따라가다 보면
다시 유년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참외밭 원두막,
그리고 그곳에서 품었던
끝내 답을 얻지 못한 내 질문들.


“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가요, 테스형.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가요?”


여름방학이면 나는 버리골 산등성이 참외밭을 지켰습니다.
아이들이 몰려다니며 참외서리를 하던 때였지만
그곳은 워낙 외진 곳이라 그런 걱정은 없었는데,
혹시나 해서 하루 종일 원두막에 앉아 있었습니다.

혼자 멍하니 앉아 있노라면

금세 하품이 나고 좀이 쑤십니다.

그러면 참외를 따 먹기도 하고,

떨어진 참외 씨앗 주위로 모여드는 개미들을 구경합니다.


개미들이 줄지어 씨앗을 물고 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장난기가 생겨
꼬챙이로 그 길을 끊어 보기도 했습니다.

잠시 헤매던 개미들은
다시 길을 찾아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그걸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나는 어느새 개미를 괴롭히는 데에
매우 잔인한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개미집 입구에 오줌을 갈기고,
발로 짓밟아 버리는 것이지요.
개미집은 금세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그걸 보노라면,

묘한 죄책감과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우월감을 느꼈습니다.

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가 신처럼 그들의 생사를 마음대로 하는데도
자신들을 짓밟는 나의 존재를 알까?
그저 거대한 힘, 알 수 없는 재앙으로만 느끼겠지.


그때부터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혹시 인간과 신의 관계도 이와 같지 않을까?’
어떤 개미도 인간의 존재를 모르듯,
인간 역시 신의 존재를 온전히 알 수 없는 건 아닐까?

목사님은 천국과 지옥, 부활을 말했지만
그 말이 신의 뜻인지,
아니면 인간의 위안이 만들어 낸 상상인지
이런 생각들이었습니다.


신의 존재를 본 적은 없지만
그분이 있다는 사실만은 믿습니다.
태양과 달, 무수한 별들,
그 거대한 질서와 생명의 순환을
누가 만들었겠습니까.
그건 분명 인간을 넘어선 존재의 일입니다.

그러나 그 위대한 존재의 뜻을
우리가 완전히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지구는 저 광대한 우주 속의
손톱만 한 점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좁은 터전에서 우리는 아웅다웅 살아갑니다.

참외씨 하나를 물고 우왕좌왕하던

그 개미들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요.”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신의 이름으로 하는 모든 종교적인 일들이
정말 신적인 것이 아니라
너무도 인간적인 것이 아닐까.

결론은 아직 없습니다.
그저 그 여름 원두막과 개미들이
내 생각의 보금자리가 되어 주었을 뿐이지요.

지금도 그때처럼,
나는 테스형에게 묻고 싶습니다.

천국이 있다면, 그것은 착한 이들이 미소짓는 세상일까,

아니면 인간이 만들어낸 언어의 그림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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