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깎이 공부가 더 맵다
늦게 시작한 배움이나 일이 오히려 더 깊고 알차게 열매 맺는다는 말이지요.
많은 이들이 나이 들어감을 두려워하지만, 나는 한때 특정한 나이가 되기를 손꼽아 기다린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50세,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였습니다.
그 시절 나는 마치 생일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50살이 되기를 고대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조금은 어리석고 순진한 생각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50세가 되면 뭔가 내 삶의 길이 훤히 보일 것이라 기대했던 거지요.
공자가 말한 ‘지천명’—하늘의 뜻을 안다는 그 표현이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공자께서 말한 ‘천명을 안다’는 것은 단순히 운명을 알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세상의 이치를 받아들이며, 인간관계의 진실과 욕망의 허무함을 통찰하게 된다는 뜻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공자는 왜 50세를 지천명의 나이로 보았을까요?
‘인생칠십고래희’라는 말이 있던 시절, 70세까지 사는 이가 드물었던 시대라면
50세는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든, 어느 정도 삶의 흐름을 돌아볼 수 있는 나이였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여성의 평균 수명은 90.7세, 남성은 86.7세.
100세를 넘는 분들도 이제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뵐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 50세는 더 이상 인생의 끝자락이 아니라,
중반의 전환점이라 봐야 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새로운 꿈과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시작의 나이인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60세가 넘은 나이에 완전히 다른 분야에 도전하게 되었거든요.
30년 넘게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온 제가,
뜻밖의 계기로 작은 온라인 유통회사의 사무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직원 수 10명도 안 되는 소규모 회사였고,
물품 출납, 세무회계, 인사 업무까지 도맡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판촉직원이 무리하게 할인을 남발하며 판매량을 늘렸고,
겉보기엔 활기찬 회사였지만 결산을 해보면 늘 적자였습니다.
4대 보험료와 세금은 수천만 원씩 체납되어 있었고,
빨간 도장이 찍힌 독촉 등기우편을 들고 오는 우체국 직원이
매일 아침 인사처럼 들를 정도였지요.
저는 온라인 판매에는 문외한이었지만,
밤낮으로 공부하며 하나하나 배워 나갔습니다.
판매자에게 수익 자료를 제공하고,
무리한 이벤트를 줄이도록 설득했습니다.
그렇게 1년쯤 지나자 회사는 안정되기 시작했고,
5년이 지나서는 새 공장을 짓고 확장 이전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그 경험 덕분에, 이후 춘천미래동행재단의 ‘지혜의 숲’ 시니어 마켓 운영에도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늦게 시작한 배움이 내 삶을 확장시켰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것을 저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조선의 대학자 서경덕은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습니다:
“마음아 너는 어이 매양에 젊었느냐
내 늙을 적이면 너도 늙어야 하지 않겠느냐
아마도 너 혼자 젊다 하니 사람들이 웃을까 걱정이구나”
57세에 생을 마감한 서경덕의 이 시는
몸이 늙어감을 한탄함과 동시에 마음만은 늘 젊게 살아가려는 간절함이 담겨 있지요.
그런데 지금은,
마음뿐 아니라 몸까지 젊고 활기찬 70대, 80대가 많습니다.
이제는 탄로가 대신, 도전을 이야기할 시기입니다.
106세 김형석 교수님의 집필과 강연을 보며
“나는 아직 배울 것이 많고, 이룰 것이 남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습니다.
신체적 나이에 0.8을 곱한 것이 ‘실제 나이’라는 기준이 있다지요.
그렇다면 90세도 실제로는 겨우 72세쯤.
그렇다면 공자가 말한 ‘지천명’은 이제
50이 아니라, 어쩌면 90세가 되어야 비로소 찾아오는 통찰일지도 모릅니다.
탄로가를 읊으며 삶을 정리하기보다,
또 다른 흥기를 준비하며,
또 다른 배움을 시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나이는 숫자일 뿐, 도전은 언제든 유효합니다.
당신의 50세,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일 수 있습니다.